진영논리로 뭘 할 수 있을까

2019.09.23 17:24:36

[충북일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지명부터 임명까지 논란의 연속이다. 지금까지도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조국사태'란 말은 이미 일반 명사화 됐다. 정치적 '논란'이 사회적 '사태'로 변한 사례다.

*** 선과 악의 이분법만 있다

조국사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현상이다.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상식의 파괴다. 실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같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서 일어난 분명한 사건이다. 조 장관은 지금도 수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다. 화려한 구호나 추상적 명분 뒤에 감춰진 사적 탐욕을 의심받고 있다. 현실에서 일어난 아주 비현실적인 일들 때문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지역감정'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득세한 적이 있다. 망국병(亡國病)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제 '진영논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좌와 우로 편이 갈려 내 편, 네 편을 나누고 있다. 상대를 향해 분노와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다. 지금의 진영논리는 지역감정보다 더 위험해 지고 있다. 조국사태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좌우의 진영논리가 극명하게 다르다. 선(善)과 악(惡)으로 구분되고 있다. 부도덕한 사람도 진영의 틀에선 면죄부를 받는 형국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좌에선 선으로, 우에선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결코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지역감정은 과거 보수우파 정권이 키웠다. 진영논리는 진보좌파 정권이 조장한 면이 크다. 지역감정은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진영논리엔 공간의 제한이 없다. 확장의 무제한성이 보장된다. 무엇이든 진영의 논리로 재단하는 순간 치명적이다. 객관적 판단 대신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 하기 때문이다. 지식인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 전문가의 의견도 인정받지 못한다.

진영논리는 진실여부를 중시하지 않는다. 내용의 중요성보다 내 진영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오로지 내 진영의 의견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다. 편을 갈라서라도 이기겠다는 목표가 최선이다. 양심이 집단의 이익 아래 놓인 셈이다. 진영논리는 모든 걸 처단하거나 용서한다. 심지어 법적인 판단마저 마비시키곤 한다. 그저 내 기준의 선과 악 이분법만 있다. 철갑이나 다름없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진지한 토론 대신 댓글 전투가 난무하는 까닭은 여기 있다.

한국정치는 양심과는 거리가 멀다. 조국사태 하나로만 봐도 참 볼썽사나운 현실이다. 이쯤에서 좀 따져보자. 조 장관은 선일까, 악일까. 진영논리로 보면 둘 다다. 좌에서 보면 선이고, 우에서 보면 악이다. 자웅동체(雌雄同體)다. 하지만 웃기는 소리다. 그럴 수가 없다. 진실을 파악하면 선과 악은 금방 구별된다. 하지만 여야는 지금 진실에 관심이 없다. 그저 말꼬리를 잡고, 약점을 후벼 파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자신을 포함한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꼼수만 있다. 서로 셈법만 다를 뿐이다.

특히 여권은 조 장관 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명구(名句)는 만신창이가 됐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대목은 정말 명문장이다. 하지만 이즈음 치명상을 입었다.

*** 무책임의 비극만 키운다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여야의 정권 교체가 몇 번 반복되면서 기대했다. 국정 운영 경험으로 책임감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회 활동도 좀 더 생산적일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책임의 공유는커녕 무책임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몇 번의 집권 교체에도 변하지 않고 있다. 언제나 과거 정부의 탓만 하고 있다. 임기만 때우려는 듯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있다.

정치 지도자가 가는 길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다. 국민을 그 길로 안내하려면 양심을 바로 세워야 한다. 가책을 느끼면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용기 있는 지도자가 개혁을 할 수 있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용서받기 어렵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마찬가지다. 먼저 기득권과 특권, 반칙과의 단절 의지를 보여야 한다. 조 장관도 다르지 않다. 진영의 논리에 기대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다시 패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