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없애라

2019.09.18 16:16:31

[충북일보] 올 추석에도 전국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붐볐다.

 물론 명절 연휴 며칠간에만 나타나는 연례행사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현 정권이 출범 초기부터 줄기차게 강조해 온 단어인 '적폐(積弊)'의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 적폐는 청산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해질 가능성이 높으니 큰 문제다.

 추석 전날인 지난 12일 오전 11시께 아내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집이 있는 세종시를 출발했다.

 목적지는 어머니가 계시는 대구시 달서구. 혼잡이 심할 것 같은 경부고속도로 대신 당진영덕고속도로(청주-상주)를 탔다.

 하지만 이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도로 혼잡이 종전 명절 때보다 훨씬 더 심했다.

 더구나 이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보다 휴게소 간 간격이 길다. 결국 생리현상과 졸음을 더 이상 참지 못해 도로 옆에 차를 세우기도 했다.

 목적지에 도달한 시각은 오후 5시가 넘었다.

 평소 2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6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지난해 추석때와 마찬가지로 통행료는 면제받았지만, 씁쓸한 뒷 맛은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추석 당일 대구시내 도로 톨게이트 2곳에서는 총 2천100원의 요금을 내야 했다.

 똑같은 '유료도로'인데도 공공과 민간의 통행료 징수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식화된 '명절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망국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는 당장 통행료를 물지 않으니 기분은 좋다. 하지만 '달콤한 사탕'의 뒷면에서는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

 첫째, 불필요한 교통량이 유발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매년 추석을 앞두고 전국 9천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귀향객들이 이용할 교통수단은 통행료가 면제되지 않은 2016년의 경우 승용차 83.6%, 버스 11.2%,열차 4.0%였다. 하지만 올해는 승용차가 86.3%로 높아진 반면 버스는 8.7%, 열차는 3.9%로 각각 떨어졌다.

 둘째,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정부는 교통체증 완화, 환경 보호 등을 명분으로 평상시 국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따라서 체증이 심한 명절에는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우선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하다.

 셋째,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보편적 원칙인 '수익자 부담'에 위배된다.

 혜택을 보는 사람이 돈을 내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수십조 원의 빚을 지고 있는 도로공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매년 명절 때마다 입는 통행료 수입 손실이 수백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공기업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정부 방침을 따르고 있다. 공사의 경영 사정이 더 나빠지면 결국 통행료가 인상되거나,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 줄 수밖에 없다.

 더욱 비관적인 전망은 명절 장거리 귀향객이 더욱 증가한다는 것이다.

 망국적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 균형발전의 '상징도시'인 세종시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2년 6월 말 당시 수도권 주민등록인구 비중은 전국의 49.30%였다.

 하지만 영·호남 인구 비중이 계속 줄어들면서 7년 2개월 뒤인 올해 8월 말에는 49.95%로 높아졌다. 5천184만7천538명의 절반인 2천592만3천769명보다 불과 '2만8천413명' 적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 연말까지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필자처럼 수도권과 영·호남 사이에 사는 사람들은 명절이나 주말이면 고속도로 혼잡으로 인해 애꿎은 피해를 더 보게 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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