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사직대로 '오후의과자점'

2019.09.03 13:27:06

[충북일보 김희란기자] 동화 속 그림 같다. 교통량이 엄청난 도로 옆 번잡한 길의 끝에 있지만 단연 눈길을 끈다. 하얀 외벽과 넓은 창 위로 작은 해와 달의 가운데 '오후의 과자점'이라고 쓰였다. 작은 글씨지만 누구나 돌아볼 법하다.

디저트를 먹는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그것을 정한다면 오후일 확률이 높다. 점심 식사가 끝난 나른한 오후, 달달한 디저트 한 조각이 생각날 때다. 축 처진 몸과 마음이 맛있는 한 입으로 저녁까지 버틸 힘을 얻는다.

맛 뿐 아니라 예쁜 모양과 영양 균형까지 맞췄다면 더할 나위 없는 간식이다. 박영선 대표가 운영하는 타르트 전문점 오후의 과자점은 그런 디저트를 내놓는다.
영선씨는 어렸을 때 과자를 좋아했다. 7남매의 경쟁 속에 과자 하나를 차지하면 행복한 날이었다. 몰래 숨어 한 입씩 아껴 먹던 그 시절의 향수를 과자점이라는 이름에 슬쩍 담았다. 제과 제빵을 시작한 후로는 줄곧 직접 구운 과자만 입에 닿는다. 알고 먹으니 그 이상 맛있는 과자는 없어서다.

요리에 흥미를 느낀 건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해주시던 어머니 덕이다. 끝까지 파고드는 영선씨의 성격은 단순히 요리를 좋아하고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식, 양식 부문 조리사 자격증은 물론 영양사 면허까지 취득했다.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한 제과 제빵 자격도 빼놓지 않았다.

식사는 물론 간식까지 직접 해먹여야 안심이 됐다. 피부가 약한 둘째 아이 때문에 시작한 제과 제빵은 특히 그랬다. 밖에서 사 먹이면 즉각 반응하는 예민한 피부가 영선씨의 손을 거친 음식에는 괜찮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재료에 엄마의 정성까지 듬뿍 담으면 맛까지 좋았다. 영양학적 조화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중 영선씨가 가장 좋아한 것이 타르트다. 빵과는 다른 바삭함, 일반적인 과자와는 다른 건강함과 이색적인 조화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달콤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한 집을 찾아가도 몇 입 베어 물지 못했다.

가족들의 든든한 응원을 발판 삼아 작은 가게를 얻고 타르트를 본격적으로 굽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문을 열었던 작은 타르트 마을은 이렇다 할 홍보도 없이 단골손님으로 가득 찼다.
영선씨의 작업 내용을 살펴보면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기성 제품을 사용하는 타르트지부터 직접 반죽해 구워냈다. 아몬드가루가 듬뿍 들어간 타르트지는 그냥 굽기만 해도 충분한 하나의 완성품 같은 맛을 낸다.

화려한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과일 타르트는 오렌지, 딸기, 복숭아 등 제철 생과일만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필링이 거의 없이 과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매일 가장 맛좋은 과일이 그날의 주재료가 된다. 과일을 고를 때는 깐깐하다는 평가받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순수 버터와 크림치즈 등의 부재료는 맛과 영양을 책임진다. 식사 대용으로 타르트 하나를 먹어도 영양소를 놓치지 않게끔 무기질과 지방, 탄수화물 등의 영양소 조화를 고려한 것이다.

호두 타르트에 올라가는 호두도 부서진 조각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통과정에서 호두 기름이 공기와 닿으면 산화되기 때문이다. 온전한 모양의 호두를 일일이 손으로 조각내 불필요한 맛을 걷어내고 고소함만 남게 했다.
어머니의 단팥죽을 떠올리다 만든 신메뉴 쑥타르트는 강원도의 해풍을 맞고 자란 쑥과 단팥의 조화가 이색적이다. 익숙한 듯 낯선 이 맛을 완성하기까지 밤낮으로 수백 번의 시도를 거쳤다. 고흥에서 가져온 유자로 담근 유자청이 들어간 유자 타르트도 특유의 새콤달콤함으로 인기다.

이른 아침을 열기 부담스러워 오후의 과자점이라 이름 지었지만 오전 8시면 이미 과자점에 와있다. 12시부터 판매를 시작하려면 전날의 밑 작업 외에도 아침부터 한나절은 잠시 앉을 시간도 없다. 제품을 만들고 인증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도 영선씨의 일과다. 함께 올리는 글귀들이 젊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두 딸이 엄격히 검수해 준 결과다.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재료를 나올 때마다 신제품 아이디어가 샘솟는 영선씨다. 끊임없는 연구와 시도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진열장에 등장할 수 있다. 작은 타르트에 영선씨의 자부심이 듬뿍 담겼다. 곧 달콤한 향기로 채워질 오후가 기다려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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