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가족의 '대입 수시(修試)'

2019.08.27 10:48:39

[충북일보 김동민기자] 머리가 무겁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최근 나라꼴을 지켜보면서 머릿속이 매우 복잡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민초(民草)들의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법무부 장관 적격여부를 논하고 싶지 않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잘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조 후보자 딸의 대입 수시(修試) 전형과 관련된 문제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금수저 전형의 폐해

조 후보자는 소위 '강남 좌파'를 상징했던 인물이다.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나라가 뒤집어져도 보수 후보를 뽑았던 불과 10년 전의 상황을 반전시키는데 조 후보자가 기여한 공이 적지 않다.

보수에 대한 실망, 그리고 진보적 정치인은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최근 강남 3구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진보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다.

그런데 재력가인 조 후보자의 딸이 민심의 역린(逆鱗)으로 등장했다.

돌이켜보자. 고등학생이 어떻게 매우 난해한 논문의 제1 저자가 될 수 있을까. 문과 학생이 하루아침에 이과를 방향을 바꿔 어떻게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을까.

또 하루아침에 의대생으로 변모하는 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UN 실습과 해외 봉사활동 등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충북의 한 농촌지역 학생들은 고작 학교 주변 쓰레기 줍기 활동이나 인근 요양원 실습 등으로 봉사점수를 채우고 있다. 이들에게 조 후보자 딸의 봉사스펙은 하늘이 무너져도 불가능한 사례로 비춰질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수시 전형은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자녀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시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과거 이해찬 교육부총리는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누구든지 하나의 특기만 갖고 있어도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수시 전형이 오히려 더 많은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남들보다 뛰어난 스펙을 자랑하기 위해 수천만 원이 투입되는 해외봉사를 다녀와야 한다. 외국 유학 경력이 있으면 무시험 전형도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소위 있는 사람들의 자녀들을 위한 특혜로 굳어졌다.

정량평가를 확대해야 한다. 정성평가를 줄여야 불공정 논란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총리는 정량평가를 줄이고 정성평가 확대를 철칙으로 삼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이시종 충북지사의 명문고 유치와 관련된 논쟁을 보더라도 정부의 교육정책이 매우 일방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충북과 경남에만 없는 자사고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혁신도시와 오송 국책기관 종사자 자녀들에 대한 특례제도를 요구했을 뿐인데도 아직도 소식이 없다.

오직 자사고와 외고, 특목고에 대한 적대감만 드러내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 아직도 30% 가량 남아 있는 정시를 제대로 준비하는 학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교육은 백년대계

정치와 경제, 사회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단기적인 처방이 가능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역시 언제 어느 때 급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다르다. 한 번 무너지면 적어도 20~30년 간 후유증을 앓게 된다. 어쩌면 영영 치유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조국 후보자는 가족의 문제에 대해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해야 한다. 아이의 교육에 무관심했다거나 법적인 하자는 없었다고 빠져 나갈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스펙을 만들어 내고 내로라하는 대학교를 이리저리 옮겨 다닌 사례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 말이 되는가.

설령 조 후보자 주장대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일국의 법무부장관 자격미달이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과 도덕성을 자랑했던 진보적 학자라면 더욱 솔직한 고백이 필요하다. 전국의 수많은 청춘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조 후보자를 지켜보고 있는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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