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 이대로 둬도 되나

2019.08.26 16:37:53

[충북일보]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앞서 명멸한 권력들이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 권력은 기초가 튼튼해야 건강하다. 옳은 것을 드러내고 바로 세워야 한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절실한 시대다.


*** 춘풍추상의 자세 견지해야

 대한민국의 현재가 어둡다.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미 관계에는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쏴 대고 있다.

 내부적으론 더 시끄럽다. '조국사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각종 의혹들이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파장이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국사태'의 파장은 부정적이다. 정권 차원에서 부담을 느낄 정도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는 조 후보자 임명 강행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대학생 등 20대 젊은 층의 등돌림 현상이 변수다. 당내 목소리도 차츰 변하고 있다.

 제기된 의혹은 상식적으로 봐도 몇 가지가 의문스럽다. 그 중 딸의 논문 제1저자 등록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기록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딸은 고교 1년생이던 2007년 7월23일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 의학 논문의 연구는 2007년 6월30일 종료됐다. 23일 전에 끝난 논문의 제1저자가 지금 활동을 시작한 조 후보자의 딸로 돼 있는 셈이다. '오늘 떠나 어제 도착했다'는 궤변과 다를 게 없다.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고 했다. 청문회를 하는 게 원론적으로 맞다. 하지만 하루짜리 청문회론 어림없다. 제기된 의혹만 풀려 해도 며칠은 걸릴 판이다. 공직자 검증은 정밀하게 해야 한다. 권력의 엄중함만큼 엄밀해야 한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을 권력의 자리에 앉힐 순 없다. 청문회는 그런 개인의 비리와 연관성을 걸러내는 자리다. 엄정한 기준으로 정밀하게 증명해야 한다. 무분별한 폭로전은 되레 위험하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취임사에서 강조한 내용 중 일부다. 정확하게 맞는 말이다. 민주사회에서 평등·공정·정의는 자유만큼이나 소중한 가치다.

 조 후보자도 평소 평등과 공정, 정의란 말을 많이 했다. 양심, 상식, 배려, 겸허, 진솔, 사랑, 인권 등의 단어도 자주 썼다. 하지만 실제로 소중한 삶의 가치로 여겼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관계로만 보면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있다. 고대나 현대나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정치적 명제다. 수신(修身)은 늘 가장 기본적인 자기 관리다. 제가(齊家)는 좀 더 큰 의미다. 치국(治國)은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수신과 제가는 치국의 기본이다. 규모만 다를 뿐 근본은 같다. 평등과 공정, 정의는 치국을 결정짓는 요소다. 나에겐 추상(秋霜)같고 남에겐 춘풍(春風) 같아야 실천할 수 있다. 춘풍추상의 자세로 구현하는 치국이다.


*** 파사현정이 필요한 시대다
 나만이 미래의 세력이란 생각은 오만하다. 잘못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한다. 필요에 따라 '룰'이 바뀌어선 안 된다. 과거 잘못이라도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누구나 쉽게 '진리와 참됨'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진실과 참됨'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강력한 실천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진실을 향한 강한 의지만이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을 파헤칠 수 있다. 법무장관은 법질서의 실천적 수호자다. 법치주의의 상징이다. 진실 의지가 누구보다 강해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권한다. 파사(破邪)가 힘을 얻으려면 현정(顯正)이 더 빛나야 한다. 조 후보자에게 후회할 일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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