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

2019.07.30 13:39:53

[충북일보] 18세기 독일의 군인이자 관료였던 '폰 뮌하우젠 남작'은 자신이 모험하지 않은 일들을 모험한 것처럼 꾸며 사람들을 속이고 관심을 끌었다.

이 모험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루돌프 라스페'는 그의 이야기를 엮어 '허풍선이 뮌하우젠 남작의 놀라운 모험'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후 1951년 영국의 정신과 의사 '리처드 애셔'는 이 책에서 '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따왔다.

꾀병의 정신학적 현상

뮌하우젠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은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아픈 척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부풀리는 정신장애를 겪는다.

이들은 주로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았거나, 심한 박탈감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 이 증후군은 스스로 꾸며낸 병명이 간혹 환자에게 실제 증상으로 나타난다.

헌신적인 부모라는 말을 듣고 싶어 자신의 아이를 돌보면서 다른 사람들을 몰래 학대하기도 한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허구의 세계를 상상하고 믿는 증상이다. 자신이 상상한 세계를 계속 믿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간혹 절도, 사기, 살인 등의 범죄를 일삼기도 한다.

단순히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한 뮌하우젠 증후군과는 조금 다르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기 자신의 만족이 가장 우선된다.

주변을 돌아보자. 꼭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사회 곳곳에서 뮌하우젠 증후군과 리플리 증후군과 유사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꾀병은 아프지 않는데도 아프다고 말한다. 반대로 산업화 시대를 경험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실제 아픈데 이 정도는 감내해 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얘기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범위를 넘어선 충성경쟁을 요구하는 경쟁 사회에서 중장년들은 당연히 감내(堪耐)를 선택한다. 그러나 지금은 세태가 달라졌다.

중장년들은 조금은 무리한 요구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조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반면, 이직 또는 전직의 기회가 남아 있는 20~30대들은 무너질 수 있는 조직의 미래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덜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세대 간 철학의 차이는 최고조에 달했다. 직장 내 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이익단체의 요구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보다는 나를 더 우선시한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세상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어도 자신의 희생을 허용하지 않는다. 뮌하우젠 증후군이 직·간접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최근 젊은 층 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점이다. 이에 따른 생산성 저하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지탱되던 조직에서 윗사람의 성과 지상주의는 이미 '직장 내 괴롭힘'으로 둔갑하기 시작했다.

주52시간제를 찬성하면서 급여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는 노동조합, 각종 휴직과 연·월차를 꼬박 꼬박 챙겨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샐러리맨. 이 모든 것은 꾀병과 헌신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개미와 베짱이

뜨거운 여름 베짱이는 그늘 아래서 기타를 치며 즐기고 있다. 개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한다.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사회는 지금 개미보다 베짱이가 우대받는 세상이 됐다. 부족하면 정부와 지자체를 향해 손을 벌리면 된다. 말을 듣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표를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는 무척이나 어둡다.

만약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다시 돌아온다면 과거 김대중 정부 때처럼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외세의 침략으로 국권상실의 누란이 닥쳐온다면 누가 총과 칼을 들고 전장으로 나가기를 자원할까.

참으로 걱정스러운 세월이 정처 없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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