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이유

2019.06.03 18:02:00

박영순

<이유있는 바리스타> 저자, 서원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카페인은 '기회이자 위협(Opportunity and Threat)'이다. 하루 섭취 제한량을 넘기지 않는다면 여러 모로 유익하다. 문제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한 잔에 담긴 커피에 카페인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는데 있다. 12온스(약 360ml)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카페인이 150~250mg 들어있다는 식으로 정보가 모호하다.

성인들의 하루 카페인 섭취 제한량은 400mg이다. 흔히 하루에 커피 2~3잔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커피만 따져서는 안 된다. 카페인은 커피뿐 아니라 콜라와 초콜릿, 차, 에너지 음료 등에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대할 때 카페인이 어느 정도 들어 있을지를 가늠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겠다. 커피 추출 조건에 따라 카페인이 들어 있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에스프레소가 드립커피보다 카페인의 함량이 높다"거나 "에스프레소보다 콜드브루(더치) 커피에 카페인이 훨씬 덜 들어 있다"는 식으로 단정할 순 없다. 편의점에서 파는 한 커피우유의 카페인 함량수치가 에너지음료의 4배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찬물로 성분을 추출해 카페인 함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콜드브루 커피에서 아메리카노보다 4배 이상 많은 카페인이 검출되기도 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과다 여부는 수학공식처럼 외울 성격이 못 된다. "콜드브루 커피에는 카페인이 없다"는 인식은 커피를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꽤 오랫동안 주술처럼 퍼져 있었다. "카페인이 섭씨 80도의 물에서 녹기 때문에 커피성분을 찬물로 추출하면 카페인이 녹아 나오지 않는다"는 그릇된 정보가 만연했던 탓이다. 섭씨 80도 이후부터 커피가루에서 카페인이 추출되는 정도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이지 그 이하 온도에서 아예 카페인이 녹아 내리지 않는 게 아니다. 물이 섭씨 25도인 정도에서도 카페인이 녹아 나온다.

다행스러운 것은 커피메뉴의 장르마다 카페인의 함량이 개략적이나마 범위가 정해져 있고, 추출 조건을 확인하면서 같은 장르 안에서 카페인의 과소를 상대적으로 비교해 추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가 드립커피보다 카페인의 함량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추출수의 온도가 높은데다 압력까지 가해 성분을 추출하니 카페인이 더 잘 녹아 나온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할 일이 못 된다. 추출시간이 다르고 한 잔에 담겨 제공되는 커피의 양이 다르다. 드립커피 한 잔의 양이 통상 6~8온스이지만, 에스프레소는 1온스에 불과하다.

이런 변수를 고려해,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 카페인의 함량을 추정하는 간단한 지표가 추출시간이다. 간단히 이야기해 커피에서 카페인 성분이 많이 빠져 나오는 것은 뜨거운 물과 커피가루가 얼마나 오래 접촉하느냐에 달렸다. 에스프레소는 9기압의 압력을 가하면서 섭씨 92도 안팎의 뜨거운 물을 25~30초 접촉시키면서 성분을 추출한다. 반면 드립커피는 커피가루와 물이 접하는 시간이 3~4분에 달한다. 8온스 드립커피에는 65~120mg의 카페인이, 1온스 정도인 에스프레소 한 컵에는 30~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이와 함께 커피 품종 자체도 카페인의 함량에 영향을 준다. 원두커피에 많이 사용되는 아라비카 종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1.1~1.7% 정도인 반면 인스턴트커피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로부스타 품종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2~4.5%이다. 보통 한 컵에 8온스인 드립커피는 65~120mg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1온스 정도인 에스프레소 한 컵에는 30~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한 잔에 담기는 커피에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추출과정에서 커피가루와 물이 어느 정도나 강하게 작용하는 지를 파악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커피가루와 물의 작용력은 온도, 시간, 가루의 굵기, 압력의 유무 등에 따라 달라진다.

카페인에 민감한 분이라면, 아예 생두 상태에서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Decaffeinated Coffee)'를 찾는 게 건강을 위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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