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성안로 '라토커피(rato coffee)'

2019.04.02 11:14:14

[충북일보] 벚꽃이 만개하면 대부분의 청주 시민이 한번쯤 걸어볼 무심천변. 모충대교 인근을 살펴보면 시내 쪽으로 제법 오래된 2층 주택이 보인다. 열린 대문으로 들어서자 활용도 높아보이는 너른 마당 뒤로 깨끗하고 큰 창이 내부를 시원하게 내보이고 있다.

2017년 4월 벚꽃의 계절 문을 연 이 카페는 운영한 기간에 어울리지 않게 세월이 잔뜩 묻어있다. 미처 칠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회색 벽돌, 군데군데 벗겨진 타일, 시멘트를 덧바르는 중인 것처럼 보이는 천장. 심지어 라토커피라고 쓰인 간판과 대문조차 녹이 슬었다.
그런데 이 풍경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아니라 멋스럽기 그지없다. 벽 너머가 훤히 보이는 커다란 구멍과 대형 화분들도 철제 테이블과 조화를 이룬다.

오랜시간 비어있던 이 주택을 개조한 건 김인욱 대표의 기획이다. 머리 속에만 있던 인테리어를 눈 앞에 표현해 내기까지 2년 남짓의 시간이 걸렸다. 손님들이 기꺼이 찾아와줄 만한 색깔있는 카페에 적합한 건물을 찾아 헤맨 것만 꼬박 6개월이다. 누구나 내 집처럼 편안하게 찾아와 그의 커피를 즐기며 쉼을 얻기 바랐다. 'rato'는 그런 그의 생각이 반영된 스페인어다.
인욱씨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진로를 고민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요리학원을 다니고 요리를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가 일식집에서 일했다. 사장님이 없어도 모든 메뉴를 소화할 수 있게 됐을 때쯤 요리로 확정 지었던 미래를 다시 생각해봤다. 일찍 들어선 만큼 그것만 하기엔 아쉬웠다.

그때 달라진 그의 선택은 커피였다. 20살 바리스타학과 진학을 결심한 뒤 카페에서 일했다. 동기들보다 일찍 배운 커피는 대학 생활에서도 빛을 발했다. 커피동아리 회장을 맡으며 커피에 대한 관심은 깊어졌다. 투망을 이용해 원두를 볶아보기도 하고 다양한 산지 원두들을 조달해 온도 변화를 줘가며 커핑을 진행했다. 라떼아트에 반해 한동안 손이 저릴 정도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한잔의 커피를 만들고, 마시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 전체가 즐거웠다.

커피에 대한 경험이 많아질수록 그 매력에 깊이 빠졌다. 할수록 어려워서 더 재미있었다. 완성했다 싶을 때 또 한번 달라지는 커피를 놓을 수 없었다.

인욱씨는 커피와 함께하는 디저트까지 챙긴다. 어린시절 요리에 매진했던 경험이 제빵 기술에도 도움을 줬다. 까눌레, 휘낭시에, 마들렌 등 라토커피와 어울리는 특색있는 디저트들은 당일 생산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그마저도 일찍 동이나 다시 굽는 일이 빈번하다.

쉬는 날이 있으면 매번 다른 가게에서 같은 메뉴를 먹어본다. 가장 맛있는 라토커피 디저트를 위해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는 인욱씨다. 올해는 벚꽃과 어울리는 벚꽃무스도 판매를 시작했다. 기존 치즈무스에 은은한 분홍빛을 담아낸 사랑스런 모습에 벌써 발빠른 인증샷 행렬이 시작되기도 했다.

라토커피는 오래된 집에 새로운 감성이 더해져 전혀 다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것을 두고 단순히 주택개조 카페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큰 이유는 인욱씨가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라토커피의 마당 때문이다. 비오는 날 창 너머로 보이는 마당은 액자 속에 담긴 작품처럼 보인다.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마당은 언제든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라토커피 인스타그램
어느날 저녁에는 버스킹이 펼쳐져 기타 선율과 목소리로 가득한 공연장이 되는가 하면 어떤 날은 빔 프로젝트 영상과 음향으로 채워진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 플리마켓이 열려 무언가를 사고 파는 이들로 북적이는 날도, 조용히 앉아 그저 마당의 고요를 즐기는 손님이 있는 날도 있다.

인욱씨는 라토커피가 단순한 카페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처음 주택을 개조하면서 라토커피에 담았던 인욱씨의 생각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새롭게 변화하는 중이다.

다양한 이들이 공유하는 각자의 시간과 기억이 이 공간의 의미를 더해간다. 'rato'는 일시적인 기쁨, 짧은 시간이라는 뜻이다. 잠시 라토커피에서 머무느며 느낀 기쁨은 다시 힘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또 잠시의 즐거움을 위해 라토커피를 찾게할 충분한 이유가 될수 있을 듯하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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