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용정동 건강빵집 '베이커리446'

2019.01.15 13:22:59

[충북일보] 청주 용정동 한 골목의 아침은 여느 주택가보다 빠르게 시작된다.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 희미한 빛이 골목을 밝힌다. 새벽 3시면 베이커리446 에 도착해 작업을 시작하는 신재용 대표 때문이다.

가게 문을 연 지 2년 남짓. 휴무인 월요일을 제외하면 늘 같은 시간에 나와 밤새 발효된 반죽을 주무르며 하루를 연다. 반죽의 기본이 되는 발효종은 개업을 위해 준비한 것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계절과 관계없이 항상 적정 온도를 맞춰가며 까다로운 발효종이 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발효종이 달라지면 빵 맛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의 마음과 정성이 가득 담긴 이 발효종을 10년, 20년은 물론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 신 대표의 목표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던 '동네빵집'은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췄다. 어느 동네나 똑같은 브랜드의 빵집에서 비슷한 맛의 빵을 판매한다. 덕분에 어디에서나 비슷한 빵을 먹을 수 있지만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색있는 빵은 드물어졌다.

신 대표가 빵을 생각한 건 진로를 결정하던 고등학교 때다. 어렸을 때 골목에 있던 동네빵집이 떠올랐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어딘지 푸근했던 빵집 아저씨처럼 먹고사는 일이 괜찮을 것 같았다.

빵집을 목표로 전문학교 제과제빵 학과에 진학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막연히 빵을 굽겠다며 뛰어들었다. 막상 밀가루를 만지는 일은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할 때 실습의 기회를 만났다. 서울 유명 동네빵집들을 고루 돌아보고 많은 빵을 먹어봤다. 같은 이름의 빵도 가게마다 모양과 맛이 달랐다. 다시금 동네빵집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실습생으로 들어간 빵집은 더 좋았다. 쉴 새 없이 손님이 드나드는 빵집에서의 제빵은 학교 조리대에서 매뉴얼대로 한두 개씩 만들어내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저마다 다른 발효의 시간과 오븐에서 구워지는 과정을 정확히 계산해 수백 개의 빵을 구워내는 작업은 바쁘고 힘들수록 희열이 컸다. 빵 만드는 일 자체가 즐거움이 됐다. 적당한 발효를 거쳐 모양을 잡고 오븐에 넣으면 빵 굽는 향기가 피로를 녹였다.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나오면 모든 과정이 옳았다는 방증이다. 오븐에서 빵을 꺼내며 전에 없던 성취감이 느껴졌다.

발효종과 다양한 빵에 관한 기술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사장님도 신 대표에겐 행운이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직원으로 일하며 잠자는 시간도 아꼈다. 고향에 내려와 가게를 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베이커리446을 열었다.

베이커리446은 담백하다. 446℉(화씨)에서 구워지는 바게트나 호밀빵 등이 주메뉴다. 아기자기 예쁜 디저트나 자극적인 단맛의 빵은 없지만 식사나 간식으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빵들이 선반을 채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유명 빵집을 비롯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빵 가격이 베이커리446에서는 합리적인 소비가격으로 손님들을 맞는다.

맛으로나 가격으로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동네빵집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모든 빵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기본으로 한다. 별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빵의 특성상 하루만 지나도 최적의 맛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그날 소진하지 못한 빵은 모두 폐기한다. 맛없는 빵은 누구도 맛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베이커리446 인스타그램
빵이 질릴까 많이 먹지도 않는다는 신 대표다. 빵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븐 앞에서 빵 굽는 냄새만 실컷 들이킨다.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힘들면서도 빵 만드는 일이 너무 즐겁다. 매일 새벽 3시, 청년 사장님이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작업에 열중한다. 그의 즐거움이 베이커리446의 빵맛에 고스란히 담겼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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