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이 어느새 영영 사라지려 한다. 한 해의 끝에서 희망을 속삭이는 것은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혹시 커피에서 행복을 찾고자 한다면, 마땅히 '제4의 물결'이 무엇이냐를 점쳐보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커피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개인 뿐 아니라 수많은 카페와 기업들의 생존,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 달린 중요한 문제로 급부상했다. 거대한 커피의 물결은 준비한 자에게는 '질주의 기회', 방향을 잘못 잡은 자에게는 '영영 헤어날 수 없는 위협'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안주하려 한다면 상대적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물결이 지난 자리의 고요함이란, 버스에 올라 타지 못한 자가 느끼는 허무함과 다를 바 없다.
많은 사람들이 7~8년 전부터 '한국의 커피 시장은 포화상태다', '지금 커피 사업에 뛰어들면 상투를 잡는 꼴이다', '곧 거품이 꺼진다'는 등 나름대로 견해를 밝혔지만, 모두 틀렸다. 커피의 빅뱅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개인은 시쳇말로 돈도, 기술도, 세력도 약하다. 흔히 "하다 하다 할 게 없으면 카페나 하지"라고 말하지만, 결단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소자본으로 혼자 운영하는 '원맨카페(One Man Cafe)'를 갖는 것이 누구인가에게는 평생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다. '카페를 열면 적어도 내 인건비는 건지겠지'하고 치밀한 계획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평생 모은 재산을 건물 주인이나 프랜차이즈의 배를 불려주는 것으로 날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스턴트 커피의 붐', '프랜차이즈 카페의 유행',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의 바람'에 이어 무엇이 '제4의 물결'을 이룰 지 궁금해한다. 제4의 물결을 정의하고, 실체가 무엇인지를 지금 말하기는 힘들다. 1차부터 3차까지 커피의 물결은 모두 시간이 흐른 뒤, 한 시대를 풍미한 움직임에 붙은 명칭이기 때문이다.
1850년 폴거스(Folgers), 1892년 맥스웰 하우스(Maxwell House)가 각각 문을 열었을 때 이들 회사들이 50여 년 뒤 인스턴트 커피로 제1물결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1971년 미국 동북부 끝에 있는 시애틀의 수산시장 한 켠에 둥지를 튼 스타벅스(Starbucks)가 사반세기 만에 세계적으로 커피전문점 전성기를 이끌면서 제2의 물결을 일으킬지 역시 아무도 알지 못했다.
제3의 물결도 마찬가지이다. 에르나 크누젠(Erna Knutsen) 여사가 1978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커피회의 단상에 올라 "산지의 지정학적 미세기후가 커피 생두에 특별한 향미를 부여한다(Special geographic microclimates produce beans with unique flavor profiles)"고 역설하며, 와인의 테루아(Terroir) 개념을 커피에 접목한 것이 20여 년이 지나 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 바람을 불러 일으킬 줄은 또 누가 알았으랴.
커피에 생을 걸고자 한다면, 제4의 물결로 치고 오를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실개천을 졸졸 흐르는 물결일지 몰라도 머지 않아 강물을 이루고 마침내 바다를 만나 거대한 파도를 일으킬 수 있는 물살을 타야 한다.
커피전문가들이 제4의 물결을 일으킬 조짐으로 지목하는 것은 대체로 'Origin(커피의 정체), Direct contact(직접거래), Story consumption(이야기 소비)'이다.
예전에는 커피산지와 소비자가 따로 있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에서는 열심히 커피를 재배하기만 했고, 미국의 뉴욕은 멋진 카페를 만들어 몇 배를 붙여 팔며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많은 커피 산지들이 카페를 만들어 커피를 음료로 팔기 시작했다. 커피애호가들은 뉴욕을 찾기 보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 마치 순례처럼 산지를 찾아가 커피를 마시는 것을 사랑한다.
이와 같은 원리를 카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첫째, 출처가 분명한 커피를 써야 한다. 둘째, 산지를 직접 오가는 커피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에 참여해 좋은 커피를 직접 그리고 보다 저렴하게 공급받는 루트를 개발해야 한다. 셋째, 자신이 파는 커피에 대해선 최소한 1시간을 말할 수 있도록 풍부한 정보로 무장해야 한다. 손님을 큰길에서 골목 깊숙한 곳까지 찾아오게 하려면, 카페의 주인으로서 기본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