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지만, 현행법상 아무 실익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자격증은 자신의 만족일 뿐 제도적으로는 별 소용이 없다. 취득하고 나니 그다지 자긍심을 갖지 못하겠다고 토로하는 분들도 없지 않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뒤 기술을 더 연마하려고 해도 고가의 머신이 없으니 입맛만 다실 뿐이다.
이런 표현이 자격증을 취득하신 분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끼쳤다면 용서를 구하고, 조금 더 들어 주시기를 청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제과기능사처럼 국가자격증이 돼야 한다.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국민 입장에서는 득이 되면 득이 됐지, 나쁠 게 하나도 없다. 바리스타가 국가기술자격이 된다고 해서 모든 커피 전문점이 반드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바리스타가 국가자격증이 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가적인 낭비와 쓸데없는 외화 유출을 줄일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게 설명하는 게 쉽겠다. 제과제빵은 국가기술자격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유사한 민간자격증이 없다. 제과제빵 민간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국가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굳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그것을 취득할 필요성을 느끼질 않는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영국의 민간자격증을 국내로 들여와 운용해도 관심을 끌지 못한다. 국가자격증이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지금 외국자격증이 남발되고 있다. 명칭을 보면 국제적으로 인정해주는 바리스타 자격증처럼 보이지만, 역시 외국의 민간단체가 운용하는 자격증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발급하는 이들 자격증을 받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 SCA(스페셜티커피협회)의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면 100만 원 정도가 든다. 여기에 로스터, 브루잉, 센서리까지 합쳐 모두 4개 분야에 16개의 자격증이 있는데, 단순한 계산만으로 16종을 취득하려면 최소 1천600만 원이 든다. 커피 생두의 품질을 감별하는 '큐그레이더(Q-grader)'라는 미국의 자격증은 취득하는 데 250만 원~300만 원이 든다. 세계적으로 큐그레이더가 5천여 명에 달하는데, 이 중 3천여 명이 한국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자격증이라는 미명 아래(그러나 그것도 현지에서는 커피전문점을 열기 위해서는 없어도 되는 민간자격증일 뿐인데) 해외로 나간 돈이 수백 억 원에 달한다는 것을 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 바리스타가 우리나라의 국가기술자격이 되면, 금세 사그라질 거품들이다.
내부적으로도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 가족이나 친지들과 나누기 위해 빵을 만드는 데도 '홈 제과기능사 자격증 과정'을 개설한다"는 게 온당한가? 그러나 커피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홈 바리스타 자격증의 효용성이 과연 무엇일까?
또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1급과 2급으로 나눠 운용하는 것은 무슨 심보일까? 바리스타 2급이 진출할 수 있는 직종이 따로 정해져 있도록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바리스타 2급을 취득한 사람들로 하여금 바리스타 1급을 취득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한다는 점 외에 바리스타 1급이라는 명칭의 자격증은 그 실효성을 찾기 힘들다.
A단체가 운용하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분에게 커피가루의 굵기를 조절해달라고 요구했더니, "그것은 1급에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은 자동그라인더를 사용하고, 또 버튼을 하나만 누르도록 다른 것은 모두 가려둔다고 한다. B단체가 운용하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실기시험은 커피 가루의 굵기를 조절하지 못하도록 그라인더를 고정시켜 둔다고 했다. 응시생이 추출한 에스프레소의 맛도 보지 않고 잘 추출됐는지 안 됐는지를 판단한다. 카푸치노와 카페라테 역시 맛을 보지 않고 거품의 두께와 깊이만을 보고 통과 여부가 결정이 난다. ·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바리스타 2급이기 때문이란다. 커피 가루의 굵기를 조절하고 추출된 커피의 맛을 구별을 하는 능력은 바리스타 1급 과정에서 가르친다. 그렇다면, 바리스타 2급 과정은 없어져야 한다. 그 자격증 취득자를 바리스타라고 인정해 줄 순 없는 노릇이다.
누가 커피애호가들을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