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단두대' 앞에 서다

2015.04.01 14:00:51

이선우

㈜탑 대표

최근 지역경제에 때 아닌 단두대가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혁명 당시 절대왕정의 상징 태양왕 루이 14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도구로도 유명한 단두대, 즉 기요틴(guillotine)이 2015년 지방경제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결과에서 시작됐다. 회의에는 경제단체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석해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8개 경제단체가 제출한 153건의 '규제기요틴 과제'에 대한 수용여부를 확정하는 자리였다.

회의결과 114건에 대해 개선하기로 결정되었고, 경제분야 과제 중 지방자치단체내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 조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수용된 '역외지역 차별하는 지자체의 경쟁제한 조례 개선'은 소관부처 중 하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조례를 조사하고 행자부와 협력해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2015년 업무계획을 통해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6개 세부 정책 추진과제를 명시하고, '공공분야의 경쟁촉진 및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역외지역을 차별하는 지자체의 경쟁제한 조례의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으며,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조례를 6월까지 폐지 또는 개선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규제기요틴'은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경제부흥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사항이다.

경제부흥의 3대 전략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를 위한 세부 추진사항으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지역 중,소업체 육성발전을 통한 지역 경제활성화 및 균형발전을 위해 제정된 조례가 규제기요틴에 선정된 것이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8개 경제단체에서 제출한 규제 개선에는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등 경제민주화 취지와 맞지 않는 요구가 상당수 포함돼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 거꾸로 강자의 편을 들고 있는 격이 되었다.

이에 공정위가 관련조례 폐지에 앞장서자마자 대표적 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는 지방의 상공인단체, 경제단체, 지방의회까지 나서서 지역균형발전과 경제적 약자를 수호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일전을 치를 태세이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8개 경제단체의 수뇌부가 경제적 약자가 다수인 지역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대기업 중심의 개선과제를 상당수 제출했다는 여론마저 일고 있다.

물론 합리적이고 수용 가능한 범주내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저해하는 요인을 철폐하는 것은 마땅하며, 소위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그러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FTA(자유무역협정)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나라든 간에 자국의 경제질서와 기반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이런 영역은 자유시장경제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이자 방패이다.

만약, 정부의 지속적인 기업육성정책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삼성, 현대, LG 가 자생적으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문해야 한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우뚝선 이들도 정부와 국민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애정 가운데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역외지역 차별하는 지자체의 경쟁제한조례 개선" 정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중소업체의 입장은 양보할 수 없는 국내경제 기반을 지키고자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부흥'을 위한 경제민주화 즉 양육강식이 난무하는 무조건적인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주문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지금의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절대왕정의 폐해를 타파하고자 프랑스혁명을 주도해 권력을 장악한 후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죄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단두대로 보내 '루소의 피로 물든 손'이라 불리며 공포정치의 원흉이 되어 종국에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의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규제기요틴

비효율적이거나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개선하는 규제개혁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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