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의료인의 삶 - 손현철 충북대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2014.05.27 16:22:27

정형외과는 특성상 남성적인 색채가 강하다. 톱이나 망치, 드릴 등 수술에서 쓰이는 장비가 풍기는 '묵직한' 이미지 탓일게다. 실제로 체력소모도 심하다.

ⓒ이주현기자
지난 23일 충북대병원에서 만난 손현철 정형외과 전문의 역시 강한 남성의 이미지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짙은 눈썹, 그리고 '부산 사나이' 다운 직설적이고 화끈한 언어구사에서 평소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하하. 아주 잘 오셨습니다. 정형외과만큼 화끈한 진료과도 없죠. 오죽하면 정형외과 의사를 목수나 대장장이라고 불렀을까요. 아무래도 무식한(?) 장비를 다루다 보니 다소 거칠어 보일 순 있지만 우리만큼 섬세한 사람도 없어요."

인터뷰 내내 느낀 거지만 그는 천상 정형외과 의사다.

"결과가 솔직하잖습니까. 아무리 속이려고 해도 X-선 사진 한 장만 찍어보면 제대로 수술했는지 금세 알 수 있죠."
왜 하필 '정형외과'였냐는 물음에 그의 호탕한 웃음은 사라지고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정형외과 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지만 군 복무 시절 겪은 사고가 전환기였다고 했다.

어느 날 밤, 우레와 같은 포성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산사태였다. 다행히도 손 전문의가 자고 있던 막사는 무사했다. 그런데 옆 막사가 몽땅 무너져 내린 것이다.

눈앞에 하반신이 절단된 전우가 보였다. 흉기가 돼 버린 건물 잔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지혈부터 했다. 혼자선 역부족이었다.

손현철 정형외과 전문의가 환자에게 수술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그는 상반신만 남은 전우를 업고 무작정 의무중대로 뛰어갔다. 그런데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했다.

평생 불구로 지낼 수밖에 없는 전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결심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된 정형외과 의사가 되자고.

손 전문의의 진료 철학은 확고했다. 최선보단 최고의 결과. '최선을 다했다'란 말은 그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에게 무겁다. 그 역시 굉장히 쉬운 말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정형외과 수술은 최선보단 최고의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수술이 실패했을 때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현철 정형외과 전문의와 의국 직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인터뷰가 끝난 뒤 그의 동료들에게 평을 들었다. 모두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었다. 유머스러운 손 전문의 덕분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과거 정형외과가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였다면 지금은 선후배, 사제 간 끈끈한 정이 더해져 보다 사람 냄새 나는 곳이 됐다고 했다.

이 사람, 성격 참 좋다는 걸 느꼈다. 사실 정형외과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힘쓰는 일이 많고 빠른 일처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신경질적인 성격이 되기 쉽다. 그래서 타 전공 의사나 직원들로부터 사랑받기 어렵다.

그런데 손 전문의는 아니었다. 팀워크를 위해 팀원들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면 같이 운동을 하고 술도 자주 마신다. 그게 그의 소통 철학이다.

손 전문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아산병원에서 레지던트, 전임임를 거쳐 전문의를 취득했다.

전문 진료과목은 고관절, 인공관절, 소아정형외과 등 3개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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