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님들, 이러다 표 떨어집니다"

2014.05.21 17:58:03

이번 6·4지방선거는 여느 선거판과 다르다. 일단 조용하다. 로고송도, 율동도 없다. 세월호 참사가 불러온 변화다.

짧아진 유세 기간은 선거판의 구도를 확 바꿔놓았다. 정책 검증 및 대결은 할 시간도 부족하거니와 선거철만 되면 요란법석을 떨던 네거티브도 거의 사라졌다. 대신 누가 '실수'를 하지 않느냐가 주요 관건으로 떠올랐다.

후보들도 언행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했으나 우려했던 일은 터지고 말았다. 그것도 민선 6기 충북호를 이끌 도지사 후보들의 입을 통해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는 6전 6승의 '선거 고수' 답지 않은 말실수를 범했다. 지난 19일 충북기자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청와대 금융비서관 재직 시설 나름 IMF 위기를 선방했다'는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를 겨냥, "이완용이 '더 버티면 나라·국민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며 고종 황제에게 합병을 건의했던 정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정도의 느낌이 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곧바로 발끈했다. 이어진 경제 정책 토론에서 "무식한, 무지한 도지사가 되니 충북경제가 잘 될 일이 있느냐"고 역공했다.

둘은 이 발언들을 취소한다고 수습했으나 이미 발 없는 말은 천리를 간 뒤였다.

새누리당 이승훈 청주시장 후보도 말 한마디에 진땀을 뺐다. 지난 15일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면서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이라면 안전 문제에 관심을 두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집권당 측에서 보면 어찌 됐던 운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음을 인지한 이 후보는 혼비백산이 된 얼굴로 재차 기자단을 찾아 해명했다. 물론 말의 전후를 살펴보면 악의적인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뱉어진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선거판까지 파고들었다. 급기야 상대 당에서 "세월호 망언 이승훈 후보 용서하기 힘들다"는 성명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옛 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자고로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는 무서운(?) 격언도 있다.

선거일이 얼마 안 남았다. 이제는 정말 실수하면 끝이다. 애써 쌓은 탑을 말 한마디로 무너트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후보님들, 말조심 좀 하시죠. 표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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