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의료인의 삶 - 강문선 청주 모태안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환자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

2014.05.13 20:14:42

의료인, 특히 의사를 인터뷰할 때면 기자를 긴장시키는 몇 가지가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의학 용어를 더 어렵게 설명하기도 하고, 아는 게 많아선지 얘기가 너무 길어질 때가 있다.

질문을 맛깔나게 던져도 단답형으로 끝나는 경우는 나도 모르게 맥이 빠진다.

지난 9일 청주 모태안여성병원에서 만난 강문선(여·35) 산부인과 전문의는 달랐다.

강문선 청주 모태안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질문 하나하나에 성심을 다했고 어려운 의학 용어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했다.

목소리는 상냥하고 따뜻했다. 마치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같은, 어떤 내면의 울림처럼 들렸다.

강 전문의는 인천 출신으로 2005년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충북대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를 거쳐 산부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2010년 의과대학 선배의 소개로 청주 모태안산부인과에 안착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우물만 팠다.

인터뷰를 끝낸 강문선 산부인과 전문의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강 전문의는 애초부터 산부인과에서 일하고 싶었다.

부모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여의사가 하기 수월한 다른 과를 원했지만, 산부인과에 묘한 매력을 느껴 지원하게 됐다.

특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함께하는 보람과 기쁨이 컸다. '평생 여의사로서 여성건강에 이바지하겠다'는 생각이 깊어져 전공과목을 산부인과로 진작부터 눈여겨 봤다.

당시 여성 산부인과 의사가 별로 없었던 것도 도전하고 싶은 의욕을 일으켰다.

그런데 산부인과 수련은 멀고도 험난했다.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응급상황에 환자관리, 그리고 발표까지.

더욱이 산부인과 특성상 대부분의 산모들이 밤늦게 출산하기 때문에 잠을 자다가도 수술실로 뛰어가곤 했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버텼다. 여자라서 힘들다는 말은 내뱉지 않았다. 여자이기 이전에 의사로서 수련에 임했고 환자를 대했다.

강인한 멘탈만큼이나 철학도 확고했다.

환자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 그의 진료철학이다. 그런데 요즘 산부인과 사정을 생각하면 '환자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기란 쉽지 않다.

저수가, DRG(포괄수가제) 폭탄, 불가항력 분만사고…. 요즘 산부인과에 비치는 이미지다.

산부인과가 생명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과임에도 '출산하는 곳', '수가가 낮아 곧 망할 과'라는 세간의 편견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다.

'환자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강문선 산부인과 전문의.

ⓒ이주현기자
"우리나라 보험 체계상 산부인과는 앞으로 돈벌이가 안 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많은 이들이 산부인과를 꺼리는데, 산부인과는 분만만 다루는 곳이 아니에요. 분만 이외에도 생사를 다투는 여러 가지 수술을 하죠. 산부인과가 대내외적으로 잘못된 이미지로 비쳐서 안타까워요."

인터뷰가 끝난 뒤 진료를 기다리는 산모 몇몇에게 강 전문의의 평을 들어봤다.

이들은 하나같이 강 전문의를 '친절한 의사'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무뚝뚝한 의사보다는 하나하나 다 가르쳐 주고 시간 내서 친절히 설명해 주는 의사가 훨씬 더 좋은 것은 자명하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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