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닥터, 나한테 왜 그래요

취재2팀 이주현기자

2014.05.12 18:14:58

환자가 의사를 기다리는 시간 30분, 의사와 환자가 소통하는 시간 3분.

믿기 힘들겠지만 요즘 의료계의 현실이다.

얼마 전 청주지역 모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 여성이 원무과 직원에게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내가 고작 몇 분 진료 받으려고 몇 시간을 기다렸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냐고요."

원무과 직원은 어린아이 달래듯 마음을 구슬렸지만 중년 여성의 불만은 한동안 계속됐다.

사실 이 같은 사례는 이 여성만의 얘기가 아니다.

병원을 가 본 사람이라면 '의사가 과연 나를 기억할까'하는 의구심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심지어 환자와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의사도 적지 않다.

진료기록과 의료영상이 전산화되면서 의사가 환자 얼굴 대신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몇몇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세밀히 관찰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추론하지 않고, 의학자료를 찾아보면서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획일적인 진료기준에 맞춰 일할 뿐이다. 마치 앙고 없는 찐빵처럼.

의사와 환자는 속성상 대화가 겉돌기 쉽다. 환자들은 치료 과정을 궁금해하는 반면, 의사들은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환자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민감하고 의사는 몸 안의 것에 더 예민하다. 환자는 감성에 치우치고 의사는 이성에 의존한다.

같은 민족,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이렇게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 그래서 진료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의사들의 책임은 아니다.

의료보험 체계부터 시작해서 환자 의사 모두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병원의 진료비 지급 구조에는 시간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가 30분을 진료하든 3분을 진료하든 진료비는 같다. 진료한 환자 수만큼 진료비를 받을 뿐이다.

잘못된 제도, 좋다. 이해한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이 같은 행태는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많은 사람을 대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봐요 닥터, 나한테 왜 그래요?"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