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그리고 어버이날

2014.05.08 19:16:35

세월호 참사 23일째, 그리고 어버이날이다.

하지만 과연 어버이날다운 분위기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식 잃은 부모를 일컫는 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비통한 심정을 한낱 단어로 표현할 수 없어서일까.

문득 7일 오후 충북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나서던 한 어르신이 기억난다.

2만여명의 조문객 중 한명이지만 여느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희끗한 머리에 언뜻 봐도 다리가 다소 불편해 보였다.

기껏해야 3~4개 남짓한 분향소 입구 계단을 내려오는데도 힘겨워했다.

여기에 양 눈가에 가득한 눈물까지.

연신 눈물을 훔치던 어르신은 한 손에 노란 리본을 든 채 밖으로 나왔다.

조문을 마친 도민들은 저마다의 희망 메시지를 적어 분향소 앞 나무나 도청 앞에 매달았지만 이 어르신은 그러지 않았다.

손에 쥐어진 노란 리본에는 아무런 글도 쓰여 있지 않았다.

아니, 그 어떤 글도 쓰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절룩이며 도청 서문을 나서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식 잃은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었기에.

2014년 5월8일은 '어버이날'일 수 없는 듯하다.

그저 세월호 참사 '23일째 되는 날'일뿐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실종자들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온 어버이들 가슴에 박혔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고 각계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다시 절망했다.

애통에서 헤어 나올 겨를도 없었다.

정치권은 애도 분위기에 동참한다면서도 책임 떠넘기기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숨죽였다. 역풍(逆風) 방지에만 급급했다.

예부터 국민을 부모같이 섬기라고 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깊이 되새겨야 할 말이지만 이를 간과하는 정치인들이 상당수다.

오로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셈법에만 몰두했다. 섬김은커녕 보살핌조차 없는 모습이다.

올해로 42회를 맞는 어버이날이 가장 슬픈 기념일로 기억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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