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효도(孝道)

2014.05.06 17:02:33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밤낮으로 진자리 마른자리 갈이 뉘신 내 어머니·아버지.

날짐승인 까막까치도 은혜를 아는 법인데 사람이 어찌 효(孝)의 도리를 모르겠는가마는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가보다.

1년 중 하루라도 어버이의 끝없는 사랑에 감사하자는 의미로 1956년 5월8일 지정된 어버이날이 자식들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기막히고도 서글픈 소식이다.

최근 한 웹사이트가 남녀 직장인 949명을 조사한 결과, 무려 10명 중 9명이 5월 기념일 중 어버이날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유는 '돈'이었다. 선물과 용돈 등 경제적 지출에 부담을 느낀다는 대답이 78.2%나 됐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여행 또는 식사 자리를 마련해야 해서'가 24.3%, '선물 마련과 식당 예약 등이 번거롭기 때문'이 17%로 뒤를 이었다.

물질적 도리를 최우선으로 꼽는 현대적 행태도 문제지만, 그런 실태를 부추기는 상술(商術)도 꼬집고 가야할 듯싶다.

어버이날이 다가오자 몇몇 광고업체는 '부모님이 좋아하는 선물 1위 현금, 2위 성형수술'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주름살 제거 수술, 쌍꺼풀 수술 등을 일명 '효도 성형'이라 표현하면서 자녀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나선 거다.

과연 신빙성 있는 조사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회적 통념과 객관적 상식에 비춰볼 때 정말 '성형수술'을 어버이날 선물로 받고 싶은 대한민국 부모가 얼마나 될지 강한 의문이 든다. 광고 마케팅과 옐로 저널리즘이 만들어낸 허상(虛像) 속의 부모는 아닌지 되묻고 싶다.

우리는 안다. 보톡스를 넣어 억지로 핀 어머니의 얼굴보단, 나를 키운 흔적이 녹아 있는 깊은 주름살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어버이날 한몫 잡아보려는 상술 따위에 스트레스 받지 말자. 부모와 함께 하는 것, 그 이상 이하의 선물은 없다.

정히 물질적 보상이 고민이라면 가족사진을 한 장 찍길 권한다. 적어도 '2014년 5월8일에는 사랑하는 내 자식과 함께 했다'는 마음 속 추억을 안겨드리는 건 어떨까.

아날로그 효도(孝道)가 그리워지는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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