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집중치료실 전경.
오후 9시
충북대병원 본관 4층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B) 도착. 영미씨의 직장이다. 간호사의 근무는 낮과 저녁, 야간으로 나뉘는데, 보통 야간 근무가 있는 날은 이맘때쯤 하루를 시작한다.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저녁 근무자에게 신생아들의 상태와 특이 사항을 인계받았다. 간호사 라운딩을 돌면서 전달받은 신생아들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차트에 적는다. 거스, 기저귀 등 필요한 물품 채우기도 잊지 않는다.
오후 10시30분
이곳은 말이 좋아 신생아 집중치료실이지 사실 중환자실이다. 엄마 뱃속에서 10달을 못 채워 나온 조숙아나 미숙아들이 치료를 위해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활한다. 최소 7일에서 최대 100일 간 집중 치료를 받는다. 일반 신생아실은 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지만 이곳은 조용하다. 아파서 그렇다. 영미씨는 하루빨리 아기들의 건강한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밤 12시
치료실은 신생아중환자실 25병상과 신생아실 6병상 등 모두 31병상으로 운영된다. 모유수유실, 면회실, 상담실, 격리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큐베이터, 인공호흡기, 초음파기기, 뇌기능 잠시 장치 등 모두 21종(104대)의 의료장비가 있다. 소아과 전공의 3명과 수간호사 1명, 간호사 4명 등 의료진도 항시 대기 중에 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공기청정기, 살균기, 가습기 등이 24시간 가동되는 등 병원내에서도 최고의 위생상태를 유지하는 곳이다.
새벽 3시
신생아 사이에도 서열(?)이 있단다. 의미를 묻자 퇴실을 앞둔 아기가 단연 1위다. 이 아기들은 포대기에 싸여있는데, 엄마 뱃속처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란다. 시간이 지날수록 뒷줄로 한 칸씩 물러나는데 맨 뒷줄이 퇴원을 앞둔 선임 아기다. 보통 3일 정도 머문다. 엄마가 수술해서 태어난 경우는 5일 정도 더 머문다.
신생아들은 3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는다. 30명이 먹는다 치면 하루 240회 수유를 해야 한다. 보통 뱃속에서 나와 처음 6시간은 일부러 굶긴다. 그 다음 증류수를 한 모금 먹이고 잘 삼키면 희석분유, 분유 순서로 준다.
새벽 4시30분
이 시간이 고비다. 졸음이 밀려오고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낀다. 놀아도 힘든 시간인데 일까지 하니 더 피곤하다.
어떤 날은 졸릴 겨를도 없다. 응급상황은 기본이고 시도 때도 없이 '콜벨(Call Bell)'이 울린다. 초년병 때는 퇴근하고서도 귓가에 벨소리가 맴도는 등 노이로제에 걸린 적도 있다. 이 시간만 넘기면 퇴근까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다. 한 달에 4회 정도 돌아오는 나이트 근무는 낮과 밤이 바뀌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영미씨는 이 시간의 고요함이 좋다고 했다.
새벽 6시
5시간 뒤면 아기들의 부모들이 면회를 온다. 그때마다 영미씨는 부모의 마음이 십분이해된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그 작은 생명을 품에 안아보기는커녕 응급실로 보냈으니 말이다.
면회는 1일 2회, 단 30분 간 이뤄진다. 오전 11시부터 11시30분, 오후 7시부터 7시30분 까지다. 면회도 아기의 부모만 가능하다.
오전 7시30분
병원 4층에서 내려다 본 사람들은 얼굴에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영미씨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했지만, 밝게 웃었다. 그리곤 아침 근무자에게 업무를 인계하고 퇴근준비를 했다. 아기들 때문에 빼놨던 귀고리와 반지 등 액세서리로 한껏 치장하고 병원을 나선다.
/ 이주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