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 겨울바다 그리고 충성심

2013.12.02 15:38:32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토요일 아침 8시, 사무실 집합은 참 어려운 주문이다. 주말의 달콤한 늦잠을 만끽하고 싶은 직원들에게 토요일 워크숍은 충분히 불평스러울 수 있다. 필자 역시 알람 설정의 실수로 겨우 8시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부터의 계획에 대해 불평하면서 잠시 가기 싫었지만 '직원 소통을 위한 단합'이라는 큰 목적 아래 마음을 다잡았다. 역시 몇 사람은 지각했다. 그리고 어떤 누구는 나오지 못했다. 강제가 아닌 자율적 워크숍이기 때문에 오지 않아도 그만이다. 분명 직원들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사회에서 자율적인 선택은 생각보다 무섭다. 윗사람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천재지변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고 도저히 변경이 불가한 가정사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누구나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참가하지 않으면 잠시 혼란스럽다. 과연 참석하지 않은 직원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가? 자율성을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약간의 눈치를 주어야 할지 어렵다.

여성정책관실은 다른 부서보다 자유롭다고 말한다. 혹 너무 자유로워 제멋대로(?) 인 것 같다고 한다. 술자리 회식도 별로 없다. 끈끈한 연대가 없다고, 술 없는 점심회식에 대해 불평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여직원들은 좋다고도 한다. 정시에 퇴근한다고 조직에 충성을 하지 않는 것일까? 회식 시 술은 꼭 필요한가? 순응하는 것이 충성하는 것인가? 개방형 공무원인 필자도 무엇보다도 자유를 추구하지만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무엇이 우선순위인가에 따라 워크숍참석이유와 참석할 수 없는 이유는 충돌할 수 있다. 때로는 가기 싫어도 주변의 눈치 때문에 참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전에 계획된 워크숍의 일정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만약 워크숍을 반대했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 동료들을 설득하는 것도 '충성'이다. 또 장소도 다수결로 선택했다. 따라서 워크숍에 동의했다면 육아는 타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7세 아이와 함께 참석한 직원처럼 아이동반도 가능했다. 또 아픈 것도 불참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워크숍이 중요하다면 아픈 것도 잠시 미뤄진다. 정신력과 몸살은 비례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직원들의 개인적인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질책하기 어렵다. 그래도 불참은 아쉽다.

훌륭한 리더는 충성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조직과 상사에 대한 충성심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훌륭한 리더의 자질이다.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즐거운 선택을 기대한다. 또 건강한 조직이란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누군가는 자율적인 충성심을 기대하는 것보다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 조직원의 성장과 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충고한다. 앞으로 필자는 자율성과 강제성 사이에서 즐겁게 성과를 내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그럼에도 설경으로 뒤덮인 칠갑산 산책길은 그 간의 고민을 뒤로하면서 온몸의 피로를 잊게 했다. 당장 예산심의를 치러야 하지만 잠시 일상을 잊어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연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필자는 대천 바다에 빠지기도 했다. 필자에게 원한(?)이 많은 악동의 의도적인 계획으로 짠물을 듬뿍 마셨다. 20대에 경험했다면 즐거운 비명일 수 있지만 50대 필자를 겨울 바다에 빠뜨리는 것은 너무 하지 않는가?

허우적거리며 많은 상념들을 파도에 씻겨 보냈다.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붙잡을 수 없는 2013년의 수없는 사건들을 뒤로하면서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그리고 삶에 즐겁게 충성하는 것이 조직에 진실하게 성의를 다하는 것, 즉 '충성(忠誠)'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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