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 같은 여성' '토끼 같은 남성'

2013.11.18 16:01:46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대학생들의 취업시즌이다.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만 한다고 하지만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학생들이 안전한 공무원시험에만 매진한다고 걱정 어린 소리도 많다. 도내 배치된 여성사무관도 대학 1학년 때부터 행시시험에 매달려 졸업 후 4년 만에 합격했다고 한다. 물론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이 사회가 싫겠지만 차별하지 않는 공조직 시험에 어찌 집중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능력으로 입사한다하지만 여전히 여성과 남성의 취업률은 차이가 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남녀 대학생 간의 취업률의 차이는 갈수록 증가추세이며 2012년에도 약 9%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여자대학생들은 어떤 능력이 부족한가· 성평등 관련 강의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않았던 남자 대학생은 졸업해보니 여자들이 불쌍하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도 여학생이 더 우세했고 대학에 와서도 동기 여성들이 학점도 좋았다. 그런데 학점이 낮은 자신은 취업이 되었는데 과수석인 여자 동기는 아직도 취업이 되지 않았단다.

어디 취업뿐이겠는가· 사회정치경제 영역에서의 고위직 비율 등을 고려해 봐도, 청년시절 두각을 보였던 여성들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 많은 여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조용히 누군가의 어머니로 아내로 행복하다고 하지만 공적사회에 여성이 없다는 것은 국가적, 개인적으로 손해이다. 그래도 20대 청년들의 의식은 과거 필자시대와는 다르다. 취업 결과가 어찌되었든 요즘 20대는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남성들도 집안일에 대해서 이전보다는 불편해하지 않는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바느질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여성들의 취업률, 여성정치참여율, 여성고위 공무원 수 등은 낮은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여전히 관통하는 '성별 고정관념'을 문제화하고 싶다. '약하고 보호받는 여성'과 '강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남성'의 이중규범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지역을 떠나기가 싫다. 특히 결혼 이후에는 집을 떠나기가 더 어렵다. 또 몸을 쓰는 위험한 일보다는 사무직을, 야근이 많은 일보다는 정시 퇴근하는 일을 선호한다. 여성들이 몸을 아낀다고 비판하는 남성들의 지적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여성들의 본성이나 능력 때문이 아니다. 성별고정관념, 교육 그리고 집안일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공적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감소시켜 주어진 역할 이상으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한다.

물론 여성들의 개인적 책임도 있다. 여성들 '스스로' 힘든 일을 선호하지 않는다. 성평등을 외치지만, 여성스스로 자신보다 나은 직장에 있는 남성, 빨리 승진하는 남성을 원한다. 또 자신보다 힘센 남성, 키가 큰 남성 등을 선호한다. 물론 남성들도 자신보다 조금 못한 여성을 원한다. '외모 빼고는 나보다 못한 여성이 내 말을 잘 듣는다'는 남성들의 이야기는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여성들은 결혼 전에는 외모, 결혼 후에는 집안일에 더 집중한다.

충북도는 이상의 문제의식에서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도내대학과 함께 성평등 콘셔트를 개최한다. 이는 도내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률이 전국대비 1%이상 높지만 20대 취업률은 타시도 대비 낮다는 것, 그리고 충북 청년들이 변화를 모색할 때 여성친화도 충북의 미래가 밝다는 것에 착안했다.

충북청년들과 기성세대가 만나 서로의 문제점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보자. 특히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청년들이 자신들도 그들과 비슷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자. 그래서 토끼 같은 남성, 표범 같은 여성, 누구나 원하는 대로,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 없이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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