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관'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

2013.11.04 16:15:00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사람들은 필자를 과장, 정책관, 국장,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른다. 처음에는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관심 없다가 요즘 의문이 든다. 왜 명함대로 부르지 않을까· 필자의 명함 상 지위는 여성정책관이다. 솔직히 필자도 공무원 되기 전에는 상대방을 생각나는 대로 불렀다. 직급이나 직책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들을 때만 알 뿐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민간인 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필자를 부를 때 마음대로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충청북도에는 지사 직속의 1실 7국 1단 2본부가 있으며 부지사 직속의 세 개의 관(공보관, 감사관, 여성정책관)이 있다. 국장아래에는 여러 개의 과가 있으며 국장은 과를 책임지는 과장들과 함께 정책을 실행하며 지사를 보조한다. 그런데 '관'은 국장, 과장처럼 정책보조기능과 감사와 공보처럼 그 역할이 도정 전반에 망라되어 보좌기능도 해야 한다.

2012년 충북은 여성정책을 '과' 단위에서 '관' 체계로 승격시켰다. 정책보조기능 이상으로 여성정책에 대한 보좌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여성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부활된 여성정책관제는 충북의 여성정책실행을 위한 민선5기의 결실로, 필자의 책임을 무겁게 한다. 이처럼 여성정책관은 충청북도의 여성정책을 총괄하고 보좌한다는 점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처럼 여성정책관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중앙부처 중 여성가족부의 위상과 역할이 비판받는 것처럼, 공무원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또 여성정책에 대한 공감부족으로 '여성정책관제'의 필요성이 충분히 설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정책의 '여성'이 생물학적인 여성을 말하는 것이 아님에도, 여전히 여성만을 위한다는 식으로 역차별 등의 비판이 많다. 아직까지는 남성보다는 여성, 중장년층보다는 노인이나 어린이,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이 약자이고 비주류였기 때문에, 그 중 다수인 '여성'정책이라고 표현했을 뿐이지만 견고한 주류의 관점을 바꾼다는 것은 어렵다(이것이 필자를 부르는 호칭이 혼동되는 이유이다).

필자가 여성정책관으로 일한지 1년 5개월이 넘었다. 공무원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외부자의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신분상 공무원으로서, 이제까지의 관습과 제도의 장벽을 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또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뿐 아니라 여성들 간의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에 누구의 입장을 견지할지, 어렵다. 간혹 여성이 주류가 되기도 했지만 힘있는 남성들을 보조하거나 보조받는 역할이었다. 또 여성이라고 약자의 관점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남성보다 못된 여성도 분명 있다. 또 이제까지의 주류의 관점을 비판한다 할지라도 나에게 오는 이익이 있어서 변화가 싫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한 쪽의 칭찬이 있다면 다른 쪽의 비판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여성정책은 언제나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보수, 진보라는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여성정책이 진보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힘있는 주류의 관점에서 만들어져 온 사회를 비판하며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어렵다. 특히 관습과 습관의 변화는 더 어렵다. 이제까지 당연한 것을 비판하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 여성정책관은, 비판받기 쉽다. 분명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힘'은 미래의 변화를 열망할 때 나온다. 그러나 민간인과 달리 '슈퍼 갑'이라고 보여지는 필자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여성정책실행이 어렵다면 책임회피인가·

주류가 비주류와 연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여성정책실행의 민과 관의 협치(젠더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들끼리, 그리고 민과 관이 연대할 때 변화는 조금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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