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기다리는 추석이면 좋겠다

2013.09.09 15:57:33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더니 죽을 것 같이 더웠던 여름이 간다. 변함없이 가을이 오고 있다. 가을 정취를 느끼기 위해 산행을 계획하고 싶다. 그러나 여성들은 추석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이 분주하다. 여성들과의 회의가 많은 여성정책관실은 추석 주간을 피해 회의를 잡고 있다. 18일부터 빨간 공휴일, 추석명절이라도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의 마음은 이미 바쁘다. 아마 이번 주 말부터 다음 주 말까지 밤 회의나 모임은 없을 듯하다.

필자도 추석을 앞뒤고 저번 주말 시댁과 친정 성묘를 다녀왔다. 20년간의 노력(·)으로 추석 상차림은 추석 일주일 전 성묘로 변경되었다. 장손과 결혼하는 바람에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필자도, 결혼 이후 몇 년간은 다른 사람들처럼 설과 추석을 준비하기 위해 명절 전 약 8시간 걸려 시댁에 가곤했다. 언제 가야지 아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갈 수 있을지, 연초부터 비행기 기차 등의 차편을 준비했다. 그러나 다른 일로 바쁘다보면 귀성기차를 예약하지 못했다. 비행기는 356일전에 예약을 받아준다고 하여 일 년 전 예약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두 개 다 예약하지 못하면 깊은 밤 또는 새벽 일찍 출발해야 했다. 정말 전쟁이었다.

그러나 필자보다 아이들이 바빠지면서 시댁행사에 가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점차로 아이들을 이유로 때로는 도로정체를 알면서도 가는 것은 '비합리적인 행동'이라는 이유로 남편과 시댁을 설득했다. 결국 20년 동안 노력하여 신정은 시댁에서, 구정은 친정에서, 추석은 성묘로 변경했다. 정말 힘들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합리적인 결정이었지만 시댁은 시댁이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만족하지는 못하셨다. 때로는 이기적인 며느리, 제멋대로 하는 며느리로 시댁의 체념과 포기로 이루어진 결정이다 보니 필자 또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요즘 '시월드'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과거에는 시댁봉사가 며느리들이 숙명이었다면 요즘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순종할지라도 형식적으로 순종하는 진실하지 않는 공간으로 시월드가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아들이 있는 여성들은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자신들은 봉사만 했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서 억울해 한다. 그럼에도 시월드는 역시 시월드이다. 그러다보니 남성중심 시댁문화는 여성들이 일하기 어려운 고용조건과 함께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촉진시키고 있다. '아들보다는 딸이 좋고 딸보다도 무자식이 좋다'는 문화는 여성들이 아이낳는 것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결국 2012년 한국의 출산율은, 프랑스 1.99명 미국 1.87명 대비 세계최저수준 1.24명이다. 또 한 살이라도 늦게 시댁과 만나고 싶은지, 평균초혼연령도 20년 전에 비해 4살이나 늦어졌다. 요즘 남성 33세, 여성 30세가 평균초혼연령이다.

대보름을 맞기 위해 달님도 갈수록 커져간다. 또 도청 서관 꿈드레 카페에서도 추석맞이 특판 행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물건으로만 선물하는 추석이 아니라 모두가 마음으로 기다리는 명절이면 좋겠다. 남성 여성이 서로 함께 즐기는 유쾌한 추석이면 좋겠다. 그러나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며느리 포함 여전히 여성들이 95퍼센트일 때, 어떤 여성들이 추석을 기다리겠는가·

남녀 같이 즐기고 나누는 추석, 시댁과 친정 조상들을 번갈이 챙기는 추석은 가족 모두가 진심으로 대화를 할 때 가능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명절을 맞지만 남녀, 노소 그리고 시댁과 친정이라는 복잡한 관계에 따라 명절의 의미는 다르다. 이번 추석에는 결혼이후 경험한 어려운 점과 즐거운 점을 가족들이 서로 나누면 어떨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추석을 어떻게 기억하고 즐기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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