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거짓말과 까만 거짓말

2013.08.26 16:02:27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묻는다. 묻는 내용과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필자는 있는 그대로 말하는 편이다. 그것이 기억력이 나쁜 필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옆에 보고 있던 한 공무원이 필자에게 조심스럽게 충고한다. 그 때는 대답을 하지 않거나 '하얀 거짓말'을 살짝 하는 것이 상황을 좋게 하는 것이란다. 특히 공무원은 어떤 상황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대답을 유보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충고였다.

하얀 거짓말은 조직 사회에서 타인과 잘 지내는 '필요한 거짓말'일 수 있다. 또 '조직구성원으로 항상 긴장한다'는 자기 관리의 방법이자 조직을 보호하는 방법이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상황을 어렵게 할 수 있으며 인간관계를 못하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러 일로 바빠 자신이 할 일을 하지 못했다면 왜 그 일을 하지 못했는지 질문을 받는다. 때로는 일을 못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질문받기도 한다. 물론 동료나 상사 등 누가 묻는지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또 조직 외 사람이 물을 수도 있다. 이 때 당황한 응답자는 침묵하거나 사실 또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몸이 아팠어요. 그럴 사람 아닙니다, 죄송해요'라는 하얀 거짓말이 묻는 사람의 순간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 이처럼 묻는 상황을 나름 통제하는, 하얀 거짓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이나 때로는 변명일 수 있다.

우리는 '늑대와 양치기 소년'이라는 오래된 이야기를 알고 있다. 양치기 소년이 습관적으로 하는 거짓말이 무서운 결과를 발생시키니 거짓말은 나쁘다는 교훈이다. 또 '여우와 신포도'라는 이야기도 알고 있다. 자신이 먹을 수 없는 포도가 시어서 먹지 못한다는 자기 합리화에 대한 비판적 교훈이다. 그러나 '하얀 거짓말'은 거짓말과 변명에 대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불안한 시대에서 인간관계와 자기계발을 위한 권장덕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하얀 거짓말이 인간관계의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윤리전문가 부르스 와인스타인 박사는 인간관계를 잘하는 방법으로 윤리 지능(Ethical Intelligence)을 가지라고 추천한다. 직장에서 성공하고 가족관계를 튼튼하게 유지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윤리적으로 똑똑하기'를 주문한다. 윤리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존감이 높고 배려심이 있으며 문제 상황에서의 해결능력이 있다. 갈등과 혼란이 적으며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후회가 적다는 것이다. 이러한 윤리지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학습을 통해 타인을 존중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하얀 거짓말'보다는 '윤리지능'을 키워야 한다. 하얀 거짓말이 윤리지능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상황을 모면하는 '까만 거짓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 외 일을 하다가 업무를 하지 않았지만 아프다고 거짓말을 한다거나 다른 사람을 모함할 수 있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면서 말로만 걱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하고 판단해보자. 친한 친구의 딸인 부하직원이 업무 외의 일을 하면서 지각 등으로 본연의 근무를 잘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상사가 당신이 신뢰하는 부하를 비난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중학생 딸과 놀이공원을 갔는데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입장료가 두 배차이가 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 판단의 기준이 '일관된 원칙'과 '타인을 배려하는 진정성'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고 하얀 거짓말도 자주 하면 습관이 된다는 것, 이렇게 습관화된 거짓말은 당신의 윤리지능과 신뢰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명심하자! 타인은 바보가 아니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2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