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도 충북'을 선포한 까닭은

2013.07.01 16:16:52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모 기자가 찾아왔다. 여성주간 행사에 '여성친화도 충북' 비젼 선포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점잖은' 충북에서 굳이 최초로 '여성친화도'를 선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군가산점 위헌 판결로 남성들이 예민해있는데 굳이 여성을 강조하는 비젼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일단 관심을 갖고 찾아준 기자가 고맙다. 이러한 질문은 이 기자만이 아니라 필자가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할 때마다 항상 듣기 때문이다.

여성대통령도 있는데 여성고려는 그만 해도 된다, 양성평등 시대에 여성친화도는 남성을 고려하지 않는 역차별이다, 여성보다 남성이 더 불쌍하다, 등의 여성을 강조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여성친화가 여성에게만 특별한 권리와 혜택을 주려는 것이 아님에도 이러한 불만이 생기는 것은 무엇일까· 또 남성들이 더 불쌍하다는 진실은 무엇일까· 이 사회는 태어나는 아이의 '성기의 차이'에 의해 남성 아니면 여성으로 명명하고 키운다. 남자아이는 강한 남자답게 여자아이는 아름다운 여자답게 성장해야한다. 각 개인들이 이러한 '답게 답게'에 저항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남자같은 여자'나 '여자같은 남자'는 또래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기도 한다. 청소년기에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은 따돌림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별에 따른 다른 태도 통념, 가치 체계 등은 문화적인 배경에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회에서 성장하다보면 나중에는 타고난 것처럼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나 기대는 자연스럽다. 남자들이 성적, 신체적으로 강하다는 것, 아이 낳은 여성이 육아에 적합하다는 것도 이러한 가치체계의 결과이다. 결국 이러한 문화적 규범과 제도들은 남성은 일, 여성은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각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었다(이러한 점에서 남성들도 불쌍하다).

물론 남성들이 바깥일하고 여성들이 가정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바깥일만 하기를 원하지 않은 남성이나 가정일만 하기를 원하지 않는 여성들이 있다. 또 최근에는 여성들도 바깥일이 권장되며 생존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럼에도 바깥일에 치여 남성들이 가정을 돌보지 않으니 가정에서의 남성자리는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

'여성친화도 충북' 비젼 선포는 이러한 사회문화에 대한 변화를 주장하는 역동적인 캠페인이자 '함께 변화하자'는 다짐이다. 특히 이제까지는 점잖았지만 미래의 새로운 삶을 기획하는 충북에서, '여성친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이 때 '여성'이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힘없는 자, 약자라는 의미로 일시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여성이 남성보다 안전하지 않고 약한 사회이며, 힘있는 여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이기 때문이다.

1996년부터 만들어진 7월 첫 일주일 여성주간은 짧은 기간의 행사이지만 남성보다는 여성, 젊은이보다는 노인, 어른보다는 어린이,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제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주류의 방식, 힘있는 슈펴갑들이 만들었던 남성중심이고 여성보조적인 사회문화를 모든 도민 특히 '힘없는 도민'의 입장에서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여성친화도 선포가 전시(展示)행정이라는 비판을 해도 좋다. 자꾸 알려야 변화할 것이 아닌가· 물론 이러한 행사를 통해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자신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 남성의 보호를 받으며 여성만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여성스스로 제 2의 성에서 안주하려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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