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아이폰은 KT의 유일한 구세주였다. 2009년 11월 아이폰 국내 독점 출시를 시작으로 지난달 270만명이 넘는 스마트폰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2·3분기에도 SKT의 영업이익을 앞섰다. 애물단지 와이파이도 아이폰 열풍에 힘입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됐다.
뿐만 아니다. KT는 아이폰을 통해 '만년 2위 통신기업'이라는 고리타분한 이미지에서 '젊고 역동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친-KT, 반-SKT'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여러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토록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던 아이폰이 신묘년 새해들어 KT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아이폰으로 누렸던 특수만큼 불거져 나오는 사용자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때문이다. 서비스 정책을 바꾸자니 사용자들의 반발이 무섭고, 현 상태로 놔두자니 수익악화가 걱정이다.
◇ 수익성 위협하는 아이폰 = 아이폰 출시가 1년이 훌쩍 지난 현재 KT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원망을 샀던 사례는 모두 두차례다. 첫번째는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애플리케이션 이용 제한이었고, 다른 하나는 테더링 정책 변경관련 건이다.
KT에서는 m-VoIP와 테더링 모두 무선 데이터 트래픽 급증을 유발시켜 통화품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표면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폰 부가서비스로 인해 KT의 전통 수익기반 자체가 위협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실질적인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더링의 경우 사용자들의 거센 항의로 유료화 정책이 당분간 보류됐지만 결국에는 종량제로 변경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한 정책이 단기적으로 KT의 수익성 개선에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되어 돌아올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 무늬만 '무제한 요금제' = 이런 KT의 고민에 발단이 된 것은 바로 5만5천원짜리 '무제한 무선 데이터 요금제'다. 지난해 아이폰4를 출시와 함께 도입한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로 인해 m-VoIP와 테더링이 크게 늘어났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블로그를 통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사용자들은 데이터 요금 폭탄이 무서워 m-VoIP나 테더링은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무작정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출시해 놓고 이런 저런 이유로 서비스 제한과 별도 과금을 운운하는 KT의 모습은 넌센스"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면 '무제한'에 대한 '제한사항'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SKT의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는 QOS(Quality of Service·데이터 트래픽 할당에 우선 순위를 정하거나 데이트 전송에 특정 수준의 성능을 보장하기 위한 능력) 제어가 있기때문에 진정한 무제한이 아니라며 비판한 바 있는 KT조차 무제한 데이터요금제에 QOS 제어를 실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입자의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를 높이기 보다는 신규 스마트폰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는 것이 통신사에게 더 이익"이라며 "무선망 운용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스마트폰 가입자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한 데이터 무제한요금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