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허름한 곳에서 우연히 들른 작은 음식점에서 만나는 맛있는 우동 한 그릇이 행복한 여행 기억 중 하나로 남을 수 있다. 맛 집으로 널리 알려진 곳도 아니고 딱히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닌 허기진 상태에서 기대하지 않았을 경우 특히 더 큰 감동으로 그 고장을, 그 음식과 음식점 주인을 기억하게 되는 경우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즉, 기대수준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의외로 맛이 있는 음식을 마주하거나 주인 할머니의 정성스런 말이나 정감 있는 손님 접대가 여행의 노곤함을 풀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종사자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종종 기대 만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기대 수준이 높으면 만족수준도 따라서 올라가기 때문에 그만큼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당연히 기대수준이 낮으면 기대하는 만족의 수준도 따라서 내려가기 때문에 내려간다는 얘기다. 호텔을 찾는 고객들의 기대는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면서 업장에 오고 기대하는 만족의 수준도 최고의 수준이 되어야 만족한다. 그래서 호텔 종사자들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자칫 조금만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라치면 바로 고객의 불만으로 이어진다고 얘
무작정 비행기에 나를 실었다. 목적지 이름 외에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휴양지라는 것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간편한 원피스 두벌과 샌들 하나만을 배낭에 챙겨 넣었다. 비행기에 탑승하자 '헬로 베트남(hello vietnam)'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팜 꾸잉 아잉(pham quynh anh)의 애절한 음색이 귓속으로 차곡차곡 떨어져 쌓인다. 공항에 도착해서 그에게 일정표를 보자고 했다. 첫날부터 해발 1,500미터에 이르는 바나산에 가는 일정이 짜여있었다. "미케비치 해변에서 휴양하는 거 아니었어·"라고 뾰족하게 묻자 목소리에 찔린 그의 얼굴이 흙빛이다. "아닌가봐. 주말을 낀 일정만 확인하고 세부사항은 확인 못했어." 평일엔 일이 바쁘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들어간 상품이 있어서 무작정 예약을 했다고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여행이 다 있나. 그러나 누굴 탓하랴. 그에게 이번 여행을 일임한 것도 나고 내 선택을 유보하고 그의 선택과 결정에 따른 것도 결국 나의 선택인 것을. '큰 강의 입구'라는 뜻을 지닌 다낭에는 고대 참족의 유적과 프랑스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서구 건축물이 산재되어 있다고 가이드가 설명을 한다. 귀로는 가이드의 말을 담으며
올해는 유난히 봄이 일찍 올 것 같은 예감이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다. 일찌감치 백거이(白居易)의 '춘풍(春風)'이 자주 불었기 때문이다. 시의 한 구절인 '앵행도리(櫻杏桃梨)'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 올해 충청북도교육청의 화두를 '앵행도리(櫻杏桃梨)'로 정하게 되면서 좀 낯설던 사자성어가 친숙해진 것이다. 귀에 들리는 말맛으로 보자면 마치 꽃밭에 날아드는 벌의 날갯짓 소리가 연상되며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 것 같은 봄꽃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사자성어 '앵행도리(櫻杏桃梨)'는 앵두꽃과 벚꽃,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을 의미한다. 비슷한 모양의 꽃잎과 빛깔의 꽃으로 피는 시기 또한 엇비슷한 봄꽃이지만 열매는 다소 다르기도 하다. 이것은 곧 저마다 지니고 있는 학생들의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교육의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전당시(全唐詩)』에 실린 시 '춘풍(春風)'의 전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春風先發苑中梅(춘풍선발원중매) 봄바람 불어오니 울안에 매화가 먼저 피고 櫻杏桃梨次第開(앵행도리차제개) 앵두꽃 벚꽃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이 차례로 피어나네 薺花楡莢深村裏(제화유협심촌리) 냉이
조세를 가능한 적게 부담하려는 것은 현금 유출은 줄이고 기업의 이익은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다. 조세 회피(tax avoidance)라 함은 세법이 예정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법 형식을 사용해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즉 입법상 부주의나 미비를 이용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계약 또는 거래를 통해 세법의 형식적인 과세요건에 해당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조세 부담의 감소를 기도하는 것이다. 조세 회피를 부인하는 것은 조세 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세법에 내재하는 기본 원리이기 때문에 별도의 부인 규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과 조세 회피 행위도 형식상 적법하고 유효한 행위이므로 이를 부인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립될 수 있겠으나 현행 세법에서는 조세 회피를 부인하기 위해 부당행위계산의 부인 제도를 명문화하고 있다. 조세 포탈(tax evasion) 또는 탈세라 함은 사기 또는 부정한 행위에 의해 과세 요건이 충족된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조세를 경감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조세 포탈의 구성 요건은 조세 포탈의 고의, 납세의 포탈 또는 기도된 포탈을 구성하는 적극적인 행
민속절이 가까워 오는 섣달 그믐께다. 늘 농사일로 한가 할 틈 없이 사는 친구가 보고 싶다. 하루 쯤 여유롭게 수다 좀 떨고 놀아보자고 전화를 하니 조심해서 오라는 친구의 말에 서둘러 시골로 달려갔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친구와 차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며칠 후면 민족대명절이어서 사과를 경매장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한가로이 쉴 틈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바쁘면 품을 사서 하지 그러느냐는 물음에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남의 일이라 사과를 함부로 다루어 흠이 생기면 제값을 받지 못해서 손해가 크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럴 수 있겠구나'하고 수긍이 갔다. 진작 도와주고 싶었는데 온 김에 일손을 도와주겠노라 나섰다. 친구는 잘 됐다며 나를 과일상자가 높게 쌓여있는 사과 선별장으로 데리고 갔다. 창고에 들어서니 사과향이 폐속 깊숙이 스며들어 취했다. 그 향에 감탄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장갑을 끼고 우선 크기대로 분류된 사과상자를 앞에 놓았다. 모양이나 색깔이 예쁘고 실한 것만 골라 꽃종이로 받침을 해서 박스에 넣으라고 했다. 겉에 흠집이나 못생긴 것들이 있으면 상품가치가 떨어져 많은 손해를 보게 되니 잘 골라 담으라며 신신 당부를 한다. 시키는대
[충북일보] 최근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의 낮은 시세 반영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지역별·유형별 불형평성을 해소하기 위해 고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공시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가진 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세금 폭탄'이라는 주장과 '조세 정의 실현', 자산의 불평등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런 논란이 가중되는 이유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분야(10개), 각종 부담금 산정기준(4개), 정부정책에 따른 행정목적(18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분야(8개), 공적‧사적의 부동산 평가(20개) 등 총 60여개의 목적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4가지의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토지, 단독주택, 공동주택, 비주거용부동산 공시제도가 그것이다. 비주거용부동산 공시제도는 법률로 규정하고 있으나, 하위 법령이 만들어지지 않아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과거의 우리나라 공시체계는 건설부의 기준지가, 내무부의 과세시가표준액, 국세청의 기준시가, 재무부의 감정지가로 운영
일 년 중 농부에게 가장 중요한 절기는 언제일까? 일 년의 모든 절기가 농부에게 중요했겠지만 한 해 농사가 시작하는 대보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절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우리 문화에서 '달'은 풍요로운 상징이다.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 우리 조상들은 자정을 전후로 마을공동제의로 동제를 지냈다. 동제를 지내는 이유는 한 해의 풍년과 안녕을 빌기 위함이다. 그래서 동제가 무사히 이루어지도록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금기를 지키며 정성껏 제사를 지냈다. 대보름의 시작이 동제였다면, 마무리는 달집태우기다. 둥근 달이 둥실 떠오르면 달집에 불을 지핀다. 달집이 한꺼번에 고루 잘 타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기 때문에 달집 만들기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달집 속에는 불에 잘 타는 짚, 마른 나무, 생대나무를 넣고, 바깥쪽에는 솔가지를 차곡차곡 쌓은 다음 이엉을 엮어 새끼줄로 감아 맸다. 나쁜 기운과 사악함은 활활 타오르는 불로 모두 사라졌다 믿으며, 신명나는 풍악으로 한해를 기운차게 시작하였다. 동제를 지내는 마음과 달집을 불태워 모든 액이 소멸될 것이라 믿고 달집을 정성껏 준비하는 마음, 이 모든 마음에는 풍년을 바라는 간절함이 깃들여 있다.…
[충북일보] 내가 아는 한 분은 고향이 황해도 해주라고 했다. 세 살 때 엄마 등에 업혀 황급히 떠난 그곳을 고향으로 여기고 있었다. 고향은 꼭 그곳의 정경이 그림처럼 선명하게 그려지는 곳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1∼2년, 길어야 3년에 한 번은 사는 곳을 옮겨 다녀야 했던 우리 아이들은 고향이 어딘지 잘 모른다. 친구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초등학교 입학한 시골을 고향이라고 했다가 때로는 아버지 고향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답한 적도 있단다. 명절 때마다 아버지를 따라 고향이라며 찾아 간 기억 때문에 그렇게 답하였을 것이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과 달리 큰 도회지에서 자란 사람은 고향이란 화제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고향이라는 말에 녹아있는 포근하고 정겨운 느낌을 회색 시멘트 숲속에서 자란 경험으로 말하기에는 아무래도 머쓱해지기 마련이다. 어쨌든 고향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인식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자 다른 이미지로 기억되어 있는, 그래서 다소 비밀스럽기도 한 '자기만의 천국'이다. 내 고향은 먼 남쪽의 산골마을이다. 명절이 돌아오면 마치 성지순례처럼 고난의 길을 달려 고향으로 가곤 했다. 어느 해
[충북일보] 의식의 아래는 무의식적인 무언가로 이루어져있다. 자신의 의식을 사용하며 결정 했다는 이성적 사람도 무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들은 98%정도가 무의식이 만든 신념을 근거로 의식적인 결정한다고 한다. 의식적이며 이성적이라는 사람의 결정에 대한 근거도 무의식을 중심으로 만들어낸 허상의 토대위에 세어져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개인을 넘어서는 사회적 상식이라 불리는 '공통의 이해관계'도 실체를 알 수 있으나 구체적이지 못하다. 사회 보편적 무의식의 집합체로 만들어진 토대위에서 구체적이지 못한 인식들을 모아 현 시대를 말해주는 기초적인 근간을 만들게 된다. 이것은 곧 사회의 보편적 상식이라는 사회합의의 구조체가 된다. 보편적 상식은 개인관점이 명확할수록 사회의 인식과 현저히 다르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인식의 틀을 만드는 것을 프레임이라 한다. 이런 프레임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축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다양한 계층의 노력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중 대다수의 유능한 젊은이들이 전쟁을 일으킨 보수주의에 등을 돌리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70년 미상공회의소 회장 루이스 파월은 대법원 판사로 임명되기 얼마 전에 '파월의 메
[충북일보] 최근 대량 축산이 증가하면서 가축의 전염병은 상시적인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되었다. 얼마 전 설 연휴 기간에도 경기도 안성시와 충북 충주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였으며, 충주 한우농장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아 소 11마리와 인근 500m 이내 농가 2곳의 소 등 모두 49마리를 살처분하였다. 소, 돼지와 같은 가축은 보통 근육 이완재를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한 뒤 매장하지만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는 한쪽으로 몰아 비닐 안에 넣고 비닐을 밀폐한 뒤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해 안락사하고, 그 사체는 렌더링 기계로 갈아 고온·고압으로 멸균 처리 후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한다. 2010년 발생한 구제역 사태 시 피해 농가 6,250가구에서 소와 돼지 350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조류독감으로 2014년과 2015년 겨울에 2,000만 마리, 2016년과 2017년 겨울에 3,30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소·돼지·염소·사슴)이 모두 3,872,970마리이며, 조류독감 발생으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는 약 7천만 마리에 달한다. 전염병으로 살처분 당하는 동
붕어빵, 호떡, 따듯한 어묵 국물, 달콤한 솜사탕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추억의 간식을 한 번이라도 안 먹어 본 사람이 있을까· 각 계절마다 또는 각종 행사 및 볼거리가 많은 축제 기간이 되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바로 불법 노점상들이다. 노점상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떠돌이 도보 상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져 내려오며, 6·25 전쟁 시 피란민의 생계를 위한 물물교환 형식의 시장이 이뤄지며 형성됐다는 글도 본 적 있다. 이처럼 노점상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하나의 문화로도 볼 수 있지만 현 대한민국에서는 엄연한 불법행위이다. 노점상의 형태는 해가 지날수록 더욱더 진화하고 다양해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재료들, 차량을 이용한 노점상 및 천막을 활용한 노점상 등 도로와 인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늘 위협한다. 모든 단속 업무가 그렇듯 사회의 악습과도 같은 불법행위를 완벽하게 뿌리 뽑기란 쉽지 않다. 전국적인 노점상의 개체 수에 비해 단속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며, 단속 시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는 비협조적인 태도, 폭언 등과 극단적 상황에서는 물리적 충돌도 감수해야 한다. 필자가 노점상 단속…
달천, 무심천, 미호천은 오랜 역사동안 충북의 젖줄이었다. 역사의 강이었으며 문화의 터전이었다. 달천은 중원문화를 태동시켰고, 미호와 무심은 교육과 과학의 위대한 결실을 만들었다. 무심천에서 태어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심체요절은 기념비적 유산이 아닌가. 요즈음 국가하천 승격문제가 충북도민의 이슈가 되고 있으나 사실은 만시지탄 감이 없지 않다. 달천은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살수인 청천을 지나 화양동의 청계수를 모아 괴강에 이른다. 괴강에서는 금새 임진전쟁 때 조선군이 배수진을 치고 싸웠던 탄금대에 닿는다. 신라 진흥왕은 두 개의 루트를 이용하여 북상했다. 바로 한강을 수중에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단양 죽령을 이용하고 또 상주를 넘어 바로 청천을 공략했다. 달천 상류 청천은 5세기 중반에는 남하한 고구려 세력이 점령하고 있어 그 저항은 대단했다. 고구려는 문경까지 내려가 견아성을 포위까지 한다. 놀란 신라는 백제왕에게 구원군을 보내달고 간청하기까지 했다. 고구려-신라의 전쟁이 있었던 살수(薩水)라 곳이 지금의 청천이다. 청천에는 뜻밖에 고구려 절터가 찾아진다. 무릉도원리에 가면 고대 사찰 유적이 있다. '무릉도원(武
긴 명절연휴 후에 출근하니 화분 한 개가 말랐다. 물을 많이 먹는 화초라 그 며칠을 견디지 못했나보다. 미안한 마음에 물을 흠뻑 주었지만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뽑아버려야 하나 더 기다려야 하나 망설이는데 몇 해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바쁜 사무실에 오는 영전 축하화분 속 꽃은 참 불쌍하다. 짧게는 한 달도 못가거나 몇 달 버티더라도 싱싱하게 피어 제 역할을 하는 것은 거의 없다. 축하화분 중에는 난(蘭)이 특히 많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오래 살아서인가· 난의 운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마르고 말라가다가 누렇게 뜬 잎이 보이면 한 개씩 뜯어내고 결국은 두세 이파리 엉성하게 남았다가 건물 뒤편 구석에 버려지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진 문화지만 정기 인사철이라 한 꽃집에서 많게는 열 개도 넘는 화분을 내려놓았다. 알록달록 화려한 꽃, 아련한 미소를 짓게 하는 작은 꽃, 잎이 무성한 나무 등 다양한 식물들이다. 와아! 예쁘네요. 사람들이 관심을 갖자 화분 주인은 한두 개씩 나누어주었다. 그러나 각자 책상 위에 옮겨진 화초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가끔씩 꽃에 눈이 갈 때가 있다. 기운 없어 보이는 화초들을 보면…
음성군 음성읍 읍내리에 '역말'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조선시대에 연원도찰방(連原道察訪)에 딸린 감원역(坎原驛)이 있었던 곳이라 하여 생겨난 이름이다. 괴산읍 동부리에 있는 '역말' 또한 연원도찰방(連原道察訪)에 딸린 인산역(仁山驛)이 있었다 하여 인산이라고도 부르고 주변에 역고개, 역말다리 등의 지명이 파생되었으며, 영동군 영동읍 부용리의 '역말'도 역이 있었던 지역임에 다름이 없다. 이와같이 역이 있었다하여 역말이라는 지명을 가지게 된 곳은 서울특별시 강서구 화곡동과 은평구 역촌동의 역말을 비롯하여 세종특별자치시 소정면 대곡리,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충남 아산시 송악면 역촌리,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 충남 아산시 신창면 창암리, 충남 아산시 영인면 역리, 충남 예산군 오가면 역탑리, 경북 상주시 낙양동 등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 오늘날 교통기관의 발달로 철로가 설치되면서 각지에 기차역이 생겨나고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는 버스역이 생겨나 먼 길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역이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이 되면서 주택을 구입할 때도 역세권의 주택을 선호하게 되어 가격도 비싸게 호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교통이 발달하지…
보은군의 인구 3만3천680명 중 31%인 1만499명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군은 2019년 농림축산분야에 793억 원을 투자하는 등 최근 5년간 꾸준히 농업예산 비율을 늘려가고 있다. 이는 군과 농업은 뗄 수 없는 분야이며 농업발전은 희망찬 농촌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농업 발전을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가장 먼저 고품질 농작물을 대량 생산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온도·습도·토양 등 농작물의 생육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4차 산업기술이 확대되며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물인터넷을 농업에 활용한 것이 '스마트 팜'이다. 시설의 온도·습도·토양환경 등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제어장치를 구동해 최상의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사물인터넷은 고품질 농작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군은 새싹인삼, 쌈채소 스마트팜 온실과 ICT 융·복합 스마트팜 시범농장을 2020년까지 조성해 앞서가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일부 농촌지역은 고령화로 인해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오는 3월 13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전국 1천340여 곳의 농·수협과 산림조합에서 조합장을 선출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농협을 기준으로 조합장선거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전하고 싶다. 사실 동시조합장선거 위법행위 예방·단속활동을 보조하는 공정선거지원단으로 활동하기 전까지는 농협을 막연히 농민을 상대로 하는 은행 정도로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공정선거지원단 활동을 하면서 농협이 일반적인 은행들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공직선거를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합장 선거를 위탁받아 관리한다는 점이 특별했다. 이것은 농협이 농촌과 농업, 농민 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거관리도 그만큼 엄정·중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협 홈페이지에서도 농협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교육지원 부문, 경제 부문, 금융 부문으로 나누어 '농협이 하는 일'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 교육지원 부문에서는 농업인의 복지증진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농촌과 도시의 지속적인 교류, 농업인 복지사업, 사회공헌활동, 농업인 권익대변에 앞장서고 △ 경제 부문에서는 농업인이 영농활동에 안정적으로 전념할 수 있도록 생산, 유통
경찰 하면 떠오르는 게 정복 입은 모습이다. 모든 경찰이 정복을 입고 근무하는 것은 공권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정복을 입지 않는 경찰도 있다. 그게 바로 정보경찰이다. 정보경찰은 호칭도 다르다. 모든 경찰을 경위 경감 등 계급으로 부르거나 서장 과장 등 직책으로 호칭하지만 정보경찰만은 그렇지 않다. 직장에 가는 것을 회사 간다고 하고, 직원들끼리 사장이나 부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왜 그런 걸까· 정보활동은 신분을 감춰야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훔치러 온다는 사실을 알면 누군들 좋아하겠는가· 그런데도 경찰은 위험지역을 순찰하듯 각급 기관‧단체나 문제 인물을 사찰해왔던 게 관행이었다.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무슨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심지어 언제까지 이런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것을 정보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정보를 수색하는 것이고 압수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게 통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했기 때문이다. 국민을 보호해야할 경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한 것이다. 이런 식의 정보활동은 민주화가 될수록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맨 먼저 수난
마음을 모아 손끝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 빚는다는 말은 몸으로 하는 일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더하는 말이다. 도자기 빚기에 정성을 더하고, 술을 빚고, 송편을 빚는 일에 사랑을 더한다. 빚는다는 말은 만드는 것 너머의 어떤 것을 품고 있다. 올해도 형제들은 만두를 만들어 먹기 위해 모였다. 어머니가 살던 집에서 지난 늦가을 김장 때 땅속에 묻어 두었던 김치를 파내어 뚝딱뚝딱 다져 만두를 빚는다. 한쪽에선 밀가루 반죽으로 만두피를 밀고, 만두소를 가득 채운 큰 함지에 둘러앉아 각양각색으로 만두를 빚는다. 가스 불 위 찜통에선 김이 폭폭 올라오며 연신 만두가 익어가고, 다른 한쪽에서 갓 쪄내 채반에 수북이 담긴 김치만두를 먹는다. 뜨끈뜨끈한 만두를 한입 베어 물고 뜨거운 입을 벌려 하얀 김을 내뿜으며 먹는 일은 떠들썩한 축제이자 우리 형제들이 어릴 적 추억을 복기하는 방식이다. 형제들의 기억 속에서 무한 반복 재생되는 사건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즐거움은 배가되고, 아픔은 물론 힘들던 기억조차 사라진다. 하지만 올해에는 반복될수록 빛나는 추억들 속에서 언뜻언뜻 반 박자쯤 늦어지는 호흡이 있음을 느낀다. 만날 때마다 수없이 이야기하던 이야기들 사이에…
설 명절이 다가오면 어린이집에서는 예절 교육을 의뢰해 온다. 설날의 의미와 유래, 풍습 등에 기본을 두고 식사예절, 인사예절, 특히 절하는 법을 가르친다. 꼬까 한복을 차려입고 고사리손을 모아 공수하고 서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고 사랑스러운지 꼭 깨물어 주고 싶다. 가르쳐준 대로 살포시 절을 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를 쳐들고 머리만 땅에 대는 녀석, 아예 배를 깔고 길게 엎드리는 녀석 등 진풍경이 벌어진다. 연습이 끝나면 교사들은 둘씩 짝지어 내게 세배를 시키며 장면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바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튀어나온다. 어떤 녀석은 "동화 선생님 사랑해요."라고도 한다. 원에서 준비한 천원 세뱃돈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녀석들이 꼬마요정으로 보인다. 어느 어린이집에서 예절교육을 마치고 나오는데 원장님이 봉투 하나를 내민다. 손사래를 치는 내게 "애교로 보아주세요. 천 원짜리 신권 조금 넣었어요. 세뱃돈으로 쓰세요. 재미있을 거예요" 하며 가방에 밀어 넣는다. 천 원짜리 세뱃돈이라! 돌아오는 내내 생각이 많았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세뱃돈의 크기도 많이 커졌다. 요즈음엔 아이들도 천원 오천 원을 세뱃돈
실내 식물을 건강하고 윤이 나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습도조절이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대부분 식물은 실내습도 범위에서 잘 적응하지만 약간의 관리를 더 한다면 식물이 아주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선인장과 다육식물처럼 다육식물과의 식물은 건조한 환경(물을 주고 빠르게 마를 수 있는 환경)에서 잘 적응하는 반면 대부분의 열대-아열대 산 식물은 높은 습도를 선호합니다. 실내습도와 관련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냉난방 기구에 의한 습도 변화일 것입니다. 냉난방기를 통해 온도를 조절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습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대부분 식물에 좋지 않습니다. 약 80~90%의 습도는 열대기후에서 볼 수 있는 습도로 온난한 기후에서는 보기 어려움. 우리나라에서는 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습도로 잎이 풍성하고 꽃이 큰 열대식물 들이 잘 자라는 습도입니다. 현실적으로 맞추기 쉽지 않은 습도입니다. 60~80%의 습도 역시 실내에서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의 습도이지만 특정식물(틸란드시아)와 같은 높은 습도를 요구로 하는 식물에는 필수적인 수준입니다. 40~60%의 습도는 장마철이나 여름철의 일반적인 실내의 습도이며…
[충북일보]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는 7개의 마을로 형성된 동량면 중심의 소재지 지역이다. 충주댐과 면사무소, 학교, 파출소, 동량역, 농협 등 각종 관공서 및 편의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명품 사과인 충주사과의 본 고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에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환경에 따른 주민 건강 및 기후에 따른 각종 영농피해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그간의 피해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참고 인내하면서 지내왔다. 그런데 댐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이 지역에 1998년 수자원공사에서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충주댐 광역 취수장을, 주민 동의나 공청회도 없이 설치했다. 타 시군에 생활용수 및 공장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강을 가로막아 취수보 및 취수장을 완공해 운영하면서 많은 수익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에 각종 규제와 피해를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수도법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이 취수장에서부터 상류인 충주댐 구간 남한강 수면 4.2㎞가 지정됐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상수원 보호구역이 동량면 조동리 지역 전체가 지정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2년에 걸쳐 관계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고, 상수원 보호구역을 최소화하는 방안
육거리 종합시장을 향해서 영운 천(川)을 따라 걷는다.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마른 풀 섶에서는 새들이 숨바꼭질하는 듯 연신 드나든다. 조금 있으면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봄까치'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풀꽃이 연보라색으로 수를 놓을 것이다. 아직도 얼굴에 닿는 바람은 차갑지만 내 마음은 이미 봄 마중을 나가 있다. 시장을 보는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다. 목표달성을 하려면 시장 입구에 형성된 난전이 제격이다. 그곳은 주로 할머니들이 한 평도 못 되는 장소에서 곡물이나 채소를 펴놓고 파신다. 가끔 젊은 농업인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져와서 싸게 팔기도 하는데 그날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다. 싱싱하고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좋고 덤은 보너스다. 오늘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난전이 한산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활기찬 모습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시장 안에는 평소 그대로여서 기분이 좋았다. 매대 위에는 싱싱한 수산물과 과일, 채소가 풍성하게 차려져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하여 외치는 상인의 목소리가 듣기에 좋고 오랜만에 눈이 호강을 한다. 시장통 중간을 가르며 혼
두 식구가 조용히 살던 아파트에도 설 명절 준비가 시작됨을 아내의 분주함에서 느끼게 된다. 가래떡을 뽑을 쌀을 담가 놓고 식혜 만들 준비, 전 부칠 준비 등 주방과 베란다에 그릇 숫자가 늘어난다. 설 명절에 가족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면서 덩달아 마음도 들뜨는 것 같다. 가족과 함께 보낼 화목한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힘든 줄도 모르는 것 같다. 옛날 같으면 칠순을 바라보는 할머니 인지라 며느리에게 지시나 하며 감독처럼 있을 나이인데도 손수 명절준비를 하니 해가 갈수록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늦둥이 아들은 아직은 미혼이라서'올 추석에는 며느리가 도와주겠지'하는 희망을 안고 참아내는 것 같다. 온 가족이 맛있게 먹을 음식을 만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대가족이 함께 모여 명절준비를 하면 덜 힘들 것 같은데 핵가족으로 분산되어 살아가니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키던 명절 풍속은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 올해는 설날 앞으로 주말이 있어 5일간 연휴로 귀성차량과 차례준비가 여유로웠던 것 같다. 설 전날에 만두도 만들고 전(煎)도 굽느라 너무 바쁘고 힘들어 했는데 만두는 미리 만들고 전만 부치니 힘이 덜 든다고 하였다. 집안청소 외에
지난 1월 중순경, 어느 차가운 날, 모 성당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서 배식봉사를 하게 되었다. 10시 50분경 급식소에 도착해보니 이미 많은 분들이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배식은 11시 40분경부터 시작이 되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그날은 더 일찍들 나오신 거 같다. 줄서는 곳이 실내라서 춥지도 않았고, 의자에 앉아서 줄을 설 수도 있으며, 집에 있어도 달리 할 일도 없고, 아침도 굶었거나 시원찮게 드셨으니 굳이 늦게 나올 이유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이 노인들이고, 남자들이다. 옷차림도 초라해 보이는 것이 다들 어렵게 사시는 분들 같다. 급식소 인근에 달동네가 있는데, 거기 사시는 분들 같다. 아마 이분들은 매일같이 여기서 아점이나 점심으로 식사를 하시는 모양이다. 그나마 날씨가 좋아 일거리라도 있는 날이면 일하러 가시는 분들도 있을 거 같은데, 이 추운 겨울엔 일거리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이 오신 거 같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왜 안오실까· 배식을 기다리면서 같이 간 봉사자들과 추론해 본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을 보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더 오래 산다. 그럼 남자노인들 보다 여자노인들이 훨씬 더 많을 텐데, 어째 여기 오시는 분들은
지난 1월에 친구들과 하려 별렀던 골프 여행을 하필 엘보우 때문에 아야 소피아 성당을 위시한 터키 서부 지역 여행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가이드를 미팅하고 공항을 나와 버스로 한참을 걸어가던 중 아뿔사! 비로소 등이 허전한 것을 알았다. 패딩 점퍼가 길가 철조망에 걸려 찢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되돌아 달려 방금 나온 출구로 들어 가렸더니 떡대 좋은 군인 둘이 총대로 막는다. 내 평생 여행 중에 가방을 잃어버린 것도 처음이요, 민주화를 위한 자유 투사처럼 총대를 붙잡고 들여 달라 사정한 것도 처음이라. 하는 수 없이 저 멀리 떨어진 입구로 뛰어가서 정식 보안검색 절차를 거친 뒤에 간신히 가방 있던 자리로 헐떡이며 가보니 아주 잘 있다. 나의 실수보다도 터키의 안전한 치안과 높은 도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고구려 계열인 돌궐과 투르크가 같은 조상이라 역시 형제의 나라이구나. 카파토키아에서는 열기구 타는 프로그램이 있다.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겁난다는 아내에게 이미 타 본 후배 장교장도 강추하며 전혀 무섭지 않다더라 달래고서야 드디어 일기가 편하기만을 기다렸다. 새벽에 출발 장소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안개를
[충북일보] 상습적으로 닭을 잡아먹던 수리부엉이가 범행 한 달 만에 양계장 주인에게 붙잡혔다. 지난 15일 오전 10시40분께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의 한 양계장에서 닭들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맹금류 중에서도 포식자로 소문난 수리부엉이가 양계장을 습격한 것이다. 몸길이 70㎝에 달하는 수리부엉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닭 한 마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닭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수리부엉이가 이 양계장을 습격한 것은 한 달여 전. 그동안 11마리의 닭이 수리부엉이에게 목숨을 잃었다. 더는 닭을 잃을 수 없던 양계장 주인 A(71)씨는 여유롭게 식사(?) 중이던 수리부엉이를 붙잡아 인근 미원파출소로 넘겼다. 하지만,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 제324호로 지정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보호종. 결국, 3시간가량 경찰 신세를 진 수리부엉이는 야생동물보호협회에 넘겨져 인근 야산에 방생됐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충북일보]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부터 세종시까지 연결하는 191㎞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강동구 길동, 명일동, 고덕동 일대 지하를 대형 터널을 통해 관통한다는 계획으로 강동구 주민들이 고속도로 우회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오는 2017년 예산안에 서울~안성 구간의 건설보상비 1천억원이 편성됐으며 전체 예산규모는 6조7천억 원이다. 정부는 사업기간 단축을 위해 서울~안성 구간(71.1㎞)은 도로공사에서 착수 후 민자사업으로 전환하고, 안성~세종(57.7㎞)은 처음부터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지난 2009년 건설계획이 최초로 제시됐으나 주민 반대와 사업방식에 대한 정부 내 이견으로 수차례 지연됐다. 그러다 지난 2015년 11월부터 국토교통부가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서울~세종고속도로 사업진행 방식 자체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이는 당장 오는 2017년 관련 예산 편성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착공 자체도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책자를 통해 "설계비·공사비
[충북일보=세종] 세종시 구시가지 중심인 조치원읍은 전국 3천500개 읍면동 가운데 닭(오리 포함) 음식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8개 특별·광역시 중 닭이 가장 많이 사육되는 곳도 세종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농촌 통합시인 세종이 전국적 '치킨 도시'인 셈이다. ◇인구 많은 전국 읍 지역에 치킨집도 몰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대전 중구 보문로)은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sg.sbiz.or.kr)'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시스템에 올라 있는 통계자료 중 2018년 12월말 기준 읍면동 별 '닭·오리 음식점' 숫자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업소 수가 많은 곳은 △세종 조치원읍(120개)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110개) △남양주시 진접읍(104개) △강원 춘천시 석사동(103개) △경기 화성시 향남읍(101개) 순이었다. 이어 △경남 창원시 내서읍(100개) △경기 포천시 소흘읍·강원 홍천군 홍천읍(각 98개) △경기 고양시 장항2동(97개) △춘천시 퇴계동(93개) 순으로 많았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3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내륙이다. 바닷가 지역에 비해 수산물 공
◇충북선 고속화 예타 면제가 확정됐다. 소회는 "강원~충청~호남을 잇는 발전축인 강호축의 대표 사업인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120→230㎞, 총연장 87.8㎞)이 예타를 면제받게 돼 매우 기쁘다. 2011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전타당성 조사 착수를 시작으로 예타를 여러 번 시도했으나 타당성이 나오질 않아 좌절했었다. 지난해 충북을 비롯한 일부 시도의 예타면제 건의를 정부와 정치권이 받아들이면서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도 8년 만에 기적처럼 다시 살아났다. 무엇보다 도민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충북선철도 고속화 범도민 추진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지역언론, 정치권, 시장·군수, 공무원 등 지역 모두가 뭉쳐서 해낸 일이다. 거듭 감사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균형발전 의지가 컸기 때문에 예타 면제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뒷받침해줬는데 이해찬 대표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의 의미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이 예타가 면제되고 강호축이 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된 것은 충북은 물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대단히 뜻깊고 잘된 일이다. 함께 예타 면제를 받는 세종~청주고속도로, 평택~오송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