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9.11.14 14:30:56
  • 최종수정2019.11.14 14:30:56
꿈에서 돈은 근심·걱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반면 똥은 재물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을 어느 날 민망하게도 바지에 똥을 가득 싸는 꿈을 꾸었다. 일어나 핸드폰으로 똥 누는 꿈의 해몽을 검색했다. 돈이 많이 들어오는 꿈이란다. 며칠 후 1등 당첨이 잘 되는 판매점에서 로또 복권을 샀다. 복권을 사면 허황한 생각이 들까 봐 평소에는 잘 사지 않는다. 그렇지만 꿈이 생생한지라 큰마음을 먹었다. 내게 갑자기 돈이 들어올 곳은 복권밖에 없다.

복권을 추첨하는 날에 기대를 안고 번호를 맞추었다. 로또 복권 3개의 18개 숫자 중에 1개도 일치하는 것이 없다. 노력해서 번 돈 이외에는 공짜 돈이 없는 팔자를 잊고 분수에 맞지 않은 짓을 했다. 숫자가 하나도 맞는 것이 없는 복권을 보고 아내는 실없이 웃었다. 똥이 똥이 되어 버렸다.

똥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 한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아끼면 똥 된다.' 등이 있다. 이때 똥은 더러운 것을 뜻한다. 그런데 돈을 똥으로 생각한 훌륭한 분이 계셨다. 300년 부를 지켜온 경주 최부잣집 최준님은 "재물은 똥과 같아서 한 곳에 모아 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된다"고 했단다.

똥을 밭에 뿌리면 우리가 먹고 살아갈 양식의 거름이 된다. 돈을 똥같이 여기라는 것은 돈을 더러운 것으로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다. 똥이 썩어서 거름이 되고 거름이 농작물의 영양분이 되며, 농작물의 열매가 사람의 양식이 된다. 또한 돈은 우리 몸의 피와 같다. 우리 몸에 피가 돌듯이 돈이 이 세상에 돌아야 한다. 모두가 잘살아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다.'라고 한다. 돈 자체가 죄가 아니라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가 된다. 돈은 죄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구원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돈이 죄의 도구가 아니라 구원의 도구가 되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 부자는 돈을 나쁘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도구로 생각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받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내가 가진 것 중에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것이 있는가? 내가 가진 성품과 재능도 다 받은 것이다. 재물이 있다고, 재능이 있다고, 지위가 있다고, 그것이 다 내 것이란 말인가? 때가 되면 돌려주어야 할 것들이다. 나의 생명까지도 내 것이라 할 수 없다. 하느님이 거두어 가시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부자가 되려는 마음으로 인하여 사람들을 파멸과 멸망에 빠뜨리는 유혹에 빠지기 쉽고, 어리석고 해로운 갖가지 욕망에 떨어지기 쉽다.

어떤 스님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산도 돈이고 물도 돈이라고 한다.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욕심은 손잡이가 없는 칼과 같다. 움켜쥘수록 나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 또한 욕심의 안쪽에는 손잡이가 없다. 바깥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안에서 열 수 없는 문과 같다. 욕심의 수렁에 빠지면 헤쳐 나오기가 어렵다.

모두 받은 것이니 그저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마음 같이 쉽지 않다. 매년 3월이면 성당에서 레지오 단원으로 아치에스 행사 때 성모님께 나 자신을 봉헌한다. "저의 모후, 저의 어머니시어, 저는 오직 당신의 것이 오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옵나이다." 그러나 입으로만 봉헌하고 돌아서면 다시 내 것은 내 것이다. 심지어 남의 것도 내 것인 양할 때도 있다.

루가복음에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가 있다. 부자는 그의 집 대문 앞에서 빌어먹고 사는 종기투성이의 라자로를 돌보지 않았다. 그러다 죽어서 지옥으로 갔다. 재물을 오직 자기만을 위해 사용했다. 돈을 순환하는 똥으로 보지 못했다. 꿈에서라도 똥을 돈으로 생각하지 말고, 돈을 똥으로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전민호

충북대학교 도서관 근무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가페 작품공모 대상 수상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