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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가을동화 - 武力 18년에서 20년 사이-무림일기 1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 웹출고시간2019.10.31 16:47:38
  • 최종수정2019.10.31 16:47:38
유하는 1990년대 자본주의 대중소비문화를 시로 적극 끌어들여 우리시의 영역을 확장한 시인이다. 무협지의 상상력으로 정치권력의 폭력성을 풍자한 점, 현대자본주의 소비문화 공간과 쾌락의 허구성을 성찰한 점, 영화의 전개방식을 차용하여 사회를 조명한 점, 금지된 문화와 교육의 억압성을 비판한 점 등은 그의 시의 주요 공적이다. 그는 키치 소비자 겸 반성자로서 당대의 대중문화를 읽고 흡수하는데, 대중문화의 폐해를 반성하고 비판하면서도 그것에 매혹되어 소비하고 누린다. 즉 유하 시의 주체는 대중문화에 물들어가는 현대인의 욕망을 풍자하면서도 대중문화가 주는 재미와 환각에 도취되어 그것을 소비하는 양가적 주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화려한 삶과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면서 시인은 도시 반대편에 위치한 자연세계를 그리워하고 동경한다. 그의 시는 대체로 자본주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풍자시와 자연을 배경으로 감정적 울림을 낳는 서정시로 대별되는데, 현실의 정치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다룰 때 풍자성이 강화되고 유년의 추억과 회상이 펼쳐질 때 서정성이 짙어진다. 즉 압구정동으로 대표되는 도시공간이 펼쳐질 때는 불 이미지, 속도의 빠름, 채움의 미학이 나타나고, 하나대라는 자연공간이 펼쳐질 때는 물 이미지, 속도의 느림, 비움의 미학이 나타난다. 압구정동이 현대인의 들끓는 물욕과 성욕이 분출되는 가면의 공간이라면 하나대는 타락한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훼손되지 않은 서정의 원형공간이다.

첫 시집 『무림일기』(1989)에서 시인은 자본과 권력의 암투가 벌어지는 현대사회를 무림의 세계로 패러디한다. 현대사회를 무림 고수들이 대결하여 생사를 결정하는 잔혹한 무림세계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이런 시각은 「武力 18년에서 20년 사이-무림일기 1」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시는 1979년 10.26 대통령 시해사건부터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는 신군부의 권력찬탈 과정을 무협지 버전으로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무림패왕 천마대제 만박(박정희)이 금규(김재규)에 의해 척살되고, 권좌를 무력으로 쟁탈한 광두일귀(전두환)가 승룡(정승화)을 제압하고, 지옥십관훈련(삼청교육대)을 실시하고, 하남(광주) 땅에서 일어난 민초들의 항쟁(광주민주화운동)을 공수무극파천장(계엄공수부대)으로 제압하고, 형식적인 숭산의 영웅대회(통일주체국민회의)를 거쳐 권좌(대통령)에 오르고, 그걸 보고 동천존자(서정주)가 찬양한 일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비극의 역사와 그를 둘러싼 권력쟁탈의 음모를 무협지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독특한 시다.

함기석 시인

武力 18년에서 20년 사이-무림일기 1 - 유하(1963~ )

경천동지할 무공으로 중원을 휩쓸고 우뚝 무림왕국을 세웠던

무림패왕 천마대제 滿朴이 주지육림에 빠져 온갖 영화를 누리다

무림의 안위를 위해 창설됐던 정보기관 동창 서열 제二위

낙성천마 金圭에게 불의의 일장을 맞고 척살되자.

무림계는 난세천하를 휘어잡으려는 군웅들이 어지러이 할거하기 시작했다

차도살인지계를 누구보다도 잘 이용했던 천마대제 滿朴

천상옥음 냉약봉, 중원제일미 녹부용이 그의 진기를 분산시킨 것도 원인이 되겠지만,

수하친병의 벽력장에 철골지체 천마대제가 어이없이 살상당한 건

곁에 있는 사람도 자객으로 변한다, 삼라만상을 경계하라는

무림계의 생리를 너무도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었다

천마대제가 죽자 무림존폐의 위기를 느낀 동창 서열 제五위 光頭一鬼 동문 혹은

낙성천마를 기습, 금나수법으로 제압한 뒤 고수들을 규합하였다

그리하여 무력 18년 겨울, 고금성 주위엔 무림의 앞날을 걱정하는

천수신마, 건곤일검, 南海一盧 등 내공이 노화순천의 경지에 이른

초고수들이 암암리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벽안의 무사들에게 빌린 천마벽력탄과 육혈포를 가지고

동창 서열 제三위 무적금괴 昇龍을 제압 중원을 평정하기에 이르렀다

서역의 천마벽력탄 앞에서 무적금괴의 철풍장 정도는 조족지혈이었다

무력 19년 초봄, 칠청단이란 자객의 무리들이 난데없이 출몰해

무고한 백성들을 자객 훈련시킨다며 백골 계곡에 잡아 가둔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소림삼십육방 통과보다 더 악명 높다는 지옥십관훈련

그러나 대부분 지옥일관도 통과하지 못하고 독가시 채찍에 맞아 원혼이 되었다

그 무렵 하남 땅에선 민초들의 항쟁이 있었다

아, 이름하여 하남의 대혈겁

光頭一鬼는 공수무극파천장을 퍼부어 무림잡배의 폭동을

무사히 제압했다고 공표, 무림의 안녕을 거듭 확인했다

그날은 꽃잎도 혈편으로 흐드러졌고 봄비도 피비린내의 살점으로 튀었다

이 엄청난 혈채를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는가

무력 19년 가을, 光頭一鬼는 숭산의 영웅대회에서 잔혼귀존 폭풍마독 등과

형식적인 비무를 거친 뒤 무림맹주의 권좌에 등극하였다

그날 冬天尊者는 그를 일컬어 달마 이후 최고의 미소라며 극찬하였고

무협신문들 또한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며,

혈의방 무사들이 통천가공할 무공을 익히며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는 이때

강력한 무공의 소유자가 중원을 다스려야 한다고

수심에 가득 찬 기사를 썼지만 대부분 인면수심들이었다

천마대제는 갔지만 강자존 약자멸!

이 무림의 대원칙이 깨질 것을 우려한 光頭一鬼 및 일부 뜻있는 고수들은

武曆은 武力으로 밖에 지킬 수 없다는 평범한 이치 앞에 숙연해하며

한층 겸허하게 무공 연마에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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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