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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 회장

 세 남매 중 유별나게 둘째와 막내는 분노를 가득 담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머니가 배 아파 낳은 우리 셋을 내팽개치고 어디서 굴러먹던 작자인지도 모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거지같은 이웃 아줌마에게 우리 유산을 몽땅 내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핏대를 세웠다. 가장 펄펄 뛰는 사람은 막내딸이었다. 그녀는 입에 거품까지 물고 고성을 질러댔다. 그러자 장남이 조금 침통한 표정으로 어머니 말씀을 먼저 들어보자고 했으나 차남과 막내가 막무가내로 덤벼들었다. 수세에 몰리자 장남은 그렇다면 그 아줌마를 불러다놓고 사실 확인부터 하자고 제의했다. 정 원헌다면 좋다. 내가 그 거지같은 아줌마 멱살을 잡고 끌고 오겠다며 막내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왜 너희들은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느냐고 장남은 윽박질렀으나 차남은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한참 만에 막내가 마구잡이로 이웃집 아주머니 손목을 잡아끌고 왔다. 대관절 아줌마가 뭔데 우리한테 돌아갈 재산을 가로채느냐고 악을 썼다. 그러자 화닥닥 놀란 아주머니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를 도둑으로 모는 거냐고 씩씩거리며 발끈했다. 차남이 합세해도 그녀는 한사코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자 한껏 성깔을 부리던 막내가 마침내 아주머니 멱살까지 잡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때 공교롭게도 외출하고 돌아온 어머니가 벽력같이 소리쳤다. 너 이게 무슨 못돼먹은 행패냐. 하자 재빨리 아주머니가 그 딸의 손을 홱 뿌리치며 "내 아무리 없이 살아도 남의 물건은 손톱만큼도 탐낸 적이 없수. 대관절 무슨 억하심정으로 날 도둑으로 모는 거유. 나는 친정어머니 같아서 무엇이든지 도와주려고 한 거지 쌀 한 톨 돈 한 푼 탐내 본적이 없우. 내 오늘부터 할머니 댁에 다시는 발길을 들여 놓지 않겠수. 돈 푼깨나 있다구 사람을 그렇게 도둑 취급하는 법이 어디에 있수." 하고 딸의 얼굴에 자신 얼굴을 들이받듯이 냅다 디밀었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딸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어머니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노발대발 했다.

 "야. 이 싸가지 없는 놈들아 네 놈들 내 자식들이라는 게 부끄럽구나. 어미가 아파 병원에 한 달씩 입원해도 얼굴조차 안 내놓던 놈들이 유산이 뭐가 어째? 못된 놈들아."

 어머니의 노여움은 계속되었다. 제 어미 생일에도 찾아와 따뜻한 밥 한 그릇 함께 하는 자식 놈들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소리에도 그들은 대꾸 한 마디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단 한 사람 큰 며느리만 꼬박꼬박 잊지 않고 꽃다발을 안고 찾아왔다는 것, 그때는 반드시 큰 손주와 함께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런 날은 어김없이 혼자 사는 이웃 아주머니가 정성껏 생일상을 차려 주었다는 것, 그럴라치면 큰며느리가 한사코 거부하는 아주머니에게 돈 봉투를 어김없이 내주며 참으로 고맙다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는 것 등을 쏟아 놓았다. 내 배 아프게 낳은 자식들은 홀어머니를 내팽개친 사이에 아주머니는 친딸 보다 더 정성을 바쳤다는 것이었다. 그게 자그마치 십년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백번도 더 생각한 나머지 내 말년을 아주머니에게 의탁하기로 했다. 그 값으로 아주머니도 모르게 나 죽은 뒤 이 집과 텃밭 오백 평을 아주머니 앞으로 등기를 내주었다. 큰며느리와 손자에게도 우리 제사를 잘 지내 달라고 그들 이름으로 수월찮은 땅의 등기를 넘겨주었다."고 유언하듯 말했다.변호사에게 모든 법적 절차를 맡겼다고 했다.

 아주머니와 세 자녀들이 함께 펄펄뛰며 그것은 안 될 말이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미 적잖은 재산을 받아 놓은 자녀들과 한 푼 없는 아주머니가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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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