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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석

충북도시인협회장

무엇보다도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요즘 매스컴이나 주변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너무나 부모님에 대한 효심(孝心)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 나이가 많아서가 결코 아니다.

며칠 전 선배 한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한 가정의 할아버지가 대문 옆 개집에 들어가 있다가 이를 본 아들이 왜 그곳에 계셨는지를 물어보니, 아버지는 "개가 부럽다"며 가족들을 보려고 있었다고 한다.

며느리나 손주 녀석들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개와 이야기하며 놀고 있으니, 개만치도 못한 처지라 가족들 얼굴이라도 보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가슴을 꽉 쥐어짜는 만큼 아픔을 느꼈다. 인륜은 내리 사랑이라고 하지만, 올린 사랑은 천륜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가족의 사랑은 서로간의 대화로부터 두터워 지는데 대화는 커녕 가족간 얼굴보기도 힘든 세상이 된 것은 핵가족 영향도 있겠지만 부모님에 대한 공경심이 부족한 탓이다.

호주의 심리학자 steve beddulphs는 "현대를 아버지 부재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농경시대에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삼촌, 마을어르신들이 아이들을 가르쳤고 산업혁명이후로는 남자들은 직장을 찾아 돈 벌러 나갔다.

현대사회서는 남녀가 같이 산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자식은 더불어 생활해 왔으니, 아버지는 걸어 다니는 지갑일 뿐이다.

핵가족 사회가 되었지만, 모처럼 한 젊은이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버지. 저예요"

"아 그래! 잘 있었냐· 엄마 바꿔주마"

"아니 엄마 바꾸지 마세요. 아버지 하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왜 돈이 필요하냐· 사고 쳤냐·"

"아니요. 그냥 아버지 목소리 듣고 싶어 서요"

"너 술 마셨냐·"

평소에 안하던 아들이 전화로 아버지 하고 대화를 하고 싶다니 당연히 의심이 들겠지만, 그동안 부자지간의 단절된 대화로 사랑의 정이 없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부모님 은혜를 잊고 부자지간의 메마를 정을 보여주는 예로서 우리가 강박한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음과 가족간의 사랑의 대화가 이어질 때 우리 세상은 맑고 밝은 사회가 되리라 본다.

오늘도 나는 자식들이 온다기에 대문 앞에 서성거리며 올 시간이 되었는데 오지 않으니 걱정이다. 문득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

내가 집에 들어올 시간이면 부모님은 어김없이 대문 앞에 서 계시다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때는 이 마음을 왜 몰랐을까·

7남매를 잘 키워주신 어머니는 매일매일 일기를 쓰셨는데...이제야 세상을 뜨신 부모님의 위대함을 알게 되니 불효했음에 눈시울이 붉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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