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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장

사람이 살아가면서 조바심과 지루함 속에서도 기다림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 너무도 어렵기에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다. 왠지 모를 막연한 실체에 대한 내적인 두려움, 다른 사람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무겁게 압박해오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적자생존의 논리 아래 도태될 것은 스스로 없어져야 한다는 시대, 전진이 아니면 퇴보요, 새로움이 아니면 존재가치가 없다는 시대, 효율과 수익률만 따지는 시대의 각박함은 한 시간, 하루 한 달의 기다림이 너무 힘들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안정과 불확실성의 연속이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기다림 속에서 안위를 찾는다. 우리나라 중년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봐도 우리가 얼마나 각박한 세태에 사는지 잘 나타내고 있다. 조사내용은 세 가지 조건을 내걸고 이를 충족시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첫째 가족 중 지병이 있거나 사별, 이별한 사람이 없을 것, 둘째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아이들이 제 나이에 맞춰 학교에 다니고 있을 것, 셋째 수입이 많든 적든 현재 하는 일이 있을 것, 모두 당연하고 평범해 보이는 조건인데도 셋 다 충족시킨 사람은 겨우 10%였다고 한다.

넘어지고 힘들어도 나만 불행하다고 좌절할 일은 아니다. 자기집 침대에서 자고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일 수 있다. 건강검진을 위해 가볍게 찾은 병원에서 뜻밖에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내가 세상을 잘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일상에서 시간은 시계바늘이 원을 그리며 돌아가듯 한없이 반복할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반복은 우리에게 권태를 느끼게 한다. 그러다가 중년이 넘어서면 삶이 무한히 계속되는 원운동이 아님을 깨닫고 당황하게 된다.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네…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순간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인생은 시작과 끝 사이의 선과 같음을 통째로 돌아볼 때가 바로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되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보통 인생의 목적을 성공, 보람, 즐거움에 둔다. 누구든 돈을 많이 벌고 출세하고 높은 자리에 앉는 것, 혹은 명예와 명성을 얻는 것을 인생의 목적이요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부와 명예 출세가 반드시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세상엔 부와 명예와 상관없이 삶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우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직 선에 대한 끝없는 희구에 인생의 진면목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노년 15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인생이란 무엇인가'에는 이런 그의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모든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사랑을 바탕으로 참된 진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선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또 어디로 흘러가는가·',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은 결코 유명한 철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쟁하듯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새겨볼 문제다. 속 시원한 정답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긴다.

우리 주위에는 감사하고 사랑해야 될 사람이 너무나 많다. 우리 주위에 자연도 너무나 아름답다. 일상에 모든 것들이 다정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진정한 자신이 되지 못하고 길을 헤매는 이유는 내 시야가 얼마인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잘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좌표를 정확히 읽고 지향점을 향해 가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무엇을 아끼고 사랑하며 집중하는 가에 따라 삶의 성취가 달라지고 그렇게 산 삶 전체가 자신의 삶의 진정성을 설명해주고 있다.

삶의 참뜻은 이상의 진정한 가치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향에 있다. 그것이 현실을 바꾸는 힘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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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