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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24 15:55:04
  • 최종수정2019.06.24 15:55:04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자신의 이름과 품격에 대해 예우받지 못하는 것은 아주 많다. 그중의 하나가 음나무이다. 흔히 엄나무순, 개두릅, 엉개나무순 등으로 불린다. 모양이 왕관 닮았다고 하여 제왕으로 부르는 두릅과 늘 혼동되는 이름이다. 오죽하면 두릅과 비교해 참두릅이라 불릴 정도다.

"음나무의 가시 생김새가 위엄 있어 보이고, 아주 엄하게 생겼다"고 해서 엄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시 돋친 나무의 모습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도록 철갑껍질에 가시까지 붙였다. 오리발 물갈퀴처럼 생긴 새순이 봄에 돋아나면 뜯어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어린 새순은 상추만큼이나 연하다. 연두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변한 이파리나 나뭇가지는 여름철 보양식에 필수 재료로 들어가고, 가시 붙은 나뭇가지는 개업식이나 동짓날 대문 위에 매다는 벽사의 상징으로 쓰였다. 예로부터 마을의 정자나무나 신목(神木)으로 받들었는데, 동네 입구나 가운데에 음나무를 심으면 오던 전염병도 비켜 간다고 믿었다.

승려의 바리떼를 만드는 음나무, 그 새순은 두릅 이름보다 늦게 붙여졌거나 '이파리가 여러 개'가 붙어서 개두릅이다. 사실 맛과 향은 두릅보다도 더 상큼하다. 고수(코리앤더)와 제피(산초)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향채(香菜)로, 먹는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분명한 봄나물이다. 음나무 나물의 풍미는 아침에 먹으면 거의 한나절 동안 침샘을 자극하며 입안에 맴돈다.

음나무는 973년 송나라 때의 마지가 편찬한《개보신상정본초》에 '해동피(海桐皮)'라 처음 기록됐다. 992년 북송의 왕회은 등이 편찬한《성혜방》에 "엄나무껍질의 달인 액으로 입안을 헹구어 낸다"고 했다. 송나라 때 조정에서 엮은《성제총록》에는 명치 밑이 아픈 것과 토하고 설사하며 쥐가 나는 것을 낫게 하며 담을 삭이는데, "엄나무껍질을 끓여 즙으로 만들어 복용한다"고 해동피를 기록했다.

음나무는 혈분이 쇠하여 생기는 허한 증세를 앓는 사람이 복용하면 안 된다. 명나라 때 무희옹의《신농본초경소》에 해동피는 "풍습이 아닌 요통에는 쓰지 말아야 한다." 명나라 예주영의《본초휘언》에도 "이질, 적안, 비벽 등 증세에서 풍습과 관련되지 않는 사람은 쓰지 말아야 한다." 1761년 청나라 때에 편찬된《득배본초》에는 "혈이 적고 화(火)가 왕성한 사람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음나무를 해동피ㆍ정동피ㆍ고동피ㆍ자동피ㆍ산부용ㆍ공동수 등으로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동목, 해동 이외에도 엄목(嚴木)ㆍ아목(牙木)ㆍ멍구나무ㆍ당음나무ㆍ당엄나무ㆍ엉개나무ㆍ응개나무ㆍ자추목이라 불리는데, 제주도에는 엄낭이라 한다.

엄나무 껍질인 해동피는 한약재로, 1079년 고려시대에 송나라에서 보내온 백 가지의 약품에 포함되는 등 처음으로 기록됐다.《세종실록지리지》에는 전라도, 제주도, 평안도의 토산물이었다.《세종지리지》<전라도> 편에는 부세로 엄나무껍질 등을 받았다. 1808년의《만기요람》<훈련도감> 편에서도 해동피 등을 해마다 정례로 징납하여 사용했다. 19세기 이규경의《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탐라도에서 생산된다고 했다.

약재로 상용된 음나무는 1610년 허준의《동의보감》<내경편>에 "해동피는 허리와 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과 마비되고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이질, 곽란, 옴, 버짐, 치통 및 눈에 핏발이 선 것 등을 낫게 하며 풍증을 없앤다"고 했다. 음나무는 민간에서도 널리 약으로 쓴 약나무라 불렀다. 나쁜 역귀를 몰아내는 나무이면서 여러 가지 약재로 여긴 음나무는 행운을 가져오는 길상목이다. 또 집안에 음나무 연리목을 만들어 두면, 부부의 금실이 좋아지고 만복이 깃든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쌉싸래한 봄나물로 식도락가의 입맛을 돋우는 음나무 새순은 뾰족한 가시가 엄하게 생겨서 붙여진 엄나무의 이름처럼 그 맛이 생경할지라도 속 맛은 더 정갈하고 깊다. 잡귀를 물리치고, 위엄 있는 음나물로 봄을 보내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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