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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협회장

난 사실 지금껏 살아오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정확한 목표를 가져보지도 못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된다.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된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얘기들만 들어 왔다. 그래서 남자라는 이름으로 참아야 했고 이기는 것이 미덕인줄 알고 이기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어떻게 인생을 사는 것이 좋은지,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얻어진 것이 신문사 일이었다. 그게 평생 생업이 될 줄 몰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내가 쓴 글이 교실 뒷벽에 내걸린 적이 한 번도 없고 선생님의 칭찬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중·고교시절에도 글쓰기 대회에서 입상 한번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첫 직장이 신문사였으며 어느덧 접어야 될 시점까지 40여년을 이어오고 있다. 참으로 알수 없는게 사람의 삶이다.

당시 현대경제일보(현 한국경제신문) 일요신문사에서 주재 기자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입사지원서를 냈다. 시험장에서 논문은 그런대로 점수를 얻은 것 같았는데 한문 실기에서 고전했다. 합격은 했지만 기자로서 한문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다시 한문공부를 시작했다. 천자문부터 다시 읽고 쓰고 신문에 게재되는 한자를 익혀 나갔다. 영어공부는 당시 평화봉사단원으로 나와 있던 미국인 친구와 어울리며 회화를 익혔다.

내가 근무하던 현대경제일보는 국내 최대 경제전문지로 경제전문가들이 많이 근무했고 일요신문은 국내 유일의 주간 종합지로서 구독률도 높았다. 난 이에 맞춰 국내는 물론 해외경제까지 식견을 넓혀나갔고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대화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만 했다. 당시 창의력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직업에 충실하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기자로서 실력을 좀 갖춰나갈 무렵 타의에 의해 해직되고 말았다. 군부독재 정권이 들어서면서 주재기자들을 해직시켰기 때문이다.

해직된 후에도 난 신문과 인연을 이어갔다. 내가 몸담았던 신문사 청주지사를 맡아 운영했다. 기자와 달리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난 틈틈이 신문, 사설, 칼럼을 읽으며 글쓰기를 익혀나갔다.

중부매일신문사 창간 멤버로 입사해서는 일반사무직으로 근무했다. 판매광고 서무부서에 근무하면서도 글쓰기는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신문과 마주하고 중요한 내용은 스크랩했다. 수십 년 지속되어 온 이 일로 우리집 책꽂이 하나가 신문기사 스크랩으로 가득 찼다. 난 이걸 다른 어느 것 보다 중요한 보물로 여긴다.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니까.

충북경제신문사에서도 10년을 근무했다. 그동안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칼럼이나 사설, 탐방 기사를 신문에 게재한 게 수 백건이 넘는다. 그것이 독자들에게 끼친 영향을 내가 가늠하기란 쉽지 않지만 매우 제한적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수의 독자가 내 글에 호의적일 지라도 난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좋은 글을 쓰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지라도 실망하거나 후회할 일은 추호도 없다. 똑똑한 사람은 일찍 자아를 찾지만 나처럼 아둔한 사람은 이루려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지나고 보니 신문에 대한 진한 애정이 나를 찾는 과정이었으며 선한 마음을 가꾸는 길이었다. 삶에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게 바로 이 세상을 만든 신의 뜻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신문을 사랑한 나는 그 속에서 삶의 진리를 깨달았고 좋은 방향으로 가려는 노력을 하게 된 계기다.

인생이 별건가, 이 배움의 터전에서 살다 어느 날 몸을 버리고 훌쩍 떠나면 그만이다. 하늘에서 정해준 일에 열심히 하고 부끄러움 없이 살고 그래서 후회 없는 삶을 살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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