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나비

시인, 주성초등학교병설유교사

이념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무엇이 길래 사랑하는 사람들을 전 생애동안 떨어져 지내게 하는 것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무엇이 길래 전 생애동안 이념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게 하는 것일까. 사람을 위한 이념이고 사람을 위한 체제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그것이 옳은 것일까. 우리가 사는데 과연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화요일, 시간의 틈을 이용해 영화관에 갔다. 나는 흥행하는 영화보다는 평점이 좋은 영화를 본다. 평점은 좋지만 배급사의 사정으로 상영관을 많이 점유하지 못해 흥행 순위는 뒤로 밀리는 영화를 찾아서 보곤 한다. Cold War. 상영관을 검색하니 하루에 딱 세 번 상영을 한다. 저녁밥을 정신없이 몸속으로 밀어 넣고 6시 20분 영화티켓을 끊는다. 어둠속에 들어서서 더듬더듬 자리를 찾아 앉는다. 가방을 빈 좌석에 놓고 팝콘과 음료수를 거치대에 놓은 후 비로소 영화관을 둘러본다. 나를 제외하고 딱 한명이 좌석에 앉아 있었다. 나와 그녀는 그 넓은 공간을 독점하고 앉아 영화를 본다. 폴란드의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이 그의 부모님의 사랑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었다는 흑백영화가 내 가슴을 잔잔하게 적신다.

15년간에 걸친 빅토르와 줄라의 운명적인 사랑이 가슴을 적신다. 끝없는 엇갈림과 힘겨운 해후들. 사랑을 위해 자신을 버려야했던 나날들.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운명 속에서 아픈 사랑을 한 그들. 그들의 선택에 먹먹함이 몰려든다. 초반에 흐르는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앤드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흐르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머릿속에 길을 내고 흐른다. 그 흐름은 냇물처럼 조잘대며 내 생각을 싣고 일렁인다.

폴란드 민속음악단 단장인 빅토르는 오디션을 통해 줄라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 음악이 제체의 찬양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 빅토르는 줄라에게 함께 프랑스로 갈 것을 제안한다. 도시 빈민 출신인 줄라, 그녀는 안정된 악단 생활에서 떠나기를 망설인다. 결국 줄라는 미래가 불안한 망명자로서의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항상 그리워하던 그들은 만남과 헤어짐을 15년간 반복한다. 베를린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서로의 가슴에 금을 긋는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프랑스에서 재회한다. 그들은 프랑스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파리의 짧은 시간을 늘린다. 그리고 또 다시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온다. 운명의 수레바퀴에 끼어 신음하는 그들. 결국 빅토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줄라를 위해 폴란드로 돌아온다. 그러나 공산당의 고문에 다시는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손이 된다. 그들은 첫 만남의 장소로 간다. 오디션을 했던 페허가 된 교회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갖고 알약을 나눠먹는다. 그들은 석양을 보며 냉전이 없는 곳으로 영원히 떠나게 된다.

어쩌면 진부한 심파조의 영화로 만들어 질 수 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흑백 프래임의 영상에 적절한 여러 가지 음악이 뒤 섞이면서,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되었다. 어두운 시대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찾아 본다. 살면서 중요한 가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념이 우선인 사람도 있고, 종교가 우선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사랑이 우선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이 우선인 사람도 있을테고, 명예가 우선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우선이든 그것을 선택했다면 최선을 다하는 삶이 되어야 겠다.

문득 뷰리단의 당나귀가 머리를 스친다. 어리석은 당나귀처럼 어느 것도 우선순위에 두지 못한 채, 시간의 크레바스에 발이 빠져 헤메고 있는 나를 본다. 빅토르의 확신에 찬 눈빛이 자꾸 머릿속을 들쑤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