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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04 17:07:07
  • 최종수정2019.06.04 19:51:04

김민경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올해 여덟 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아들의 꿈은 화가이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녀석인데 그날도 한참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 왔다.

"나는 나중에 커서 꼭 훌륭한 화가가 될 거야. 엄마는 커서 뭐가 될 거야."

학생 때만 듣던 '나중에 커서 뭐가 될 거냐'는 질문을 아들에게 받으니 순간 할 말을 잊게 된 나 대신 옆에서 듣고 있던 첫째가 바로 대꾸를 해줬다.

"야 엄마는 이미 다 컸는데, 커서 되긴 뭐가 되."

두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항상 어른스러운 큰아이의 답변은 꼭 내가 할 대답이었다. 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둘째의 물음에 난 뭐라도 장래희망을 하나 말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우물쭈물했다.

그 사이 둘째 아이는 또 질문을 해 왔다.

"엄마는 다 컸어. 그럼 뭐가 못 되는 거야. 엄마, 몇 살이면 다 큰 거예요."

연속되는 아이의 폭풍 질문에 난 대답을 찾지 못했고, 이번에도 큰 아이가 먼저 나서며 서른 살 정도면 다 큰 게 아니냐며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난 어쩐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도 그림을 좋아해서 나중에 크면 멋진 화가가 되고 싶으니 같이 그림 그리기 열심히 해보자"라고 말해줬다. 그제야 둘째는 방긋 웃으며 그리던 그림을 이어갔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갑자기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던 둘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다. 정말 몇 살이면 다 컸다고 할 수 있을까. 만 열아홉? 아니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기반이 잡힌 서른이나 마흔 쯤?

나는 올해 마흔이다. 공자는 마흔의 나이를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나이'라고 해 '불혹(不惑)'이라고 일컬었다지만 나는 아직도 세상 많은 일들에 좌지우지돼 판단이 힘들 때가 많다. 수양과 배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나는 아직 다 크지 못한 것 같다. 그럼 도대체 언제까지 커야 다 컸다고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에는 내가 꿈꾸던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며 사는 행복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나중에 크면'이라는 생각만 해도 신나고 설레 빨리 커버리고 싶은 생각을 많이 했었다. 잠시 어린 시절을 추억하다가 '몇 살이면 다 큰 것이냐'라는 질문의 답을 동심에서 찾았다. 우리는 날마다 하루만큼 더 경험하고 하루만큼 더 생각하는 존재이니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다 큰 나이는 없다는 것을! 내가 더 이상 뭔가를 꿈꿀 수 없는 상태라면 그건 내가 다 커서 그런 게 아니라 아마도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희망이 있다면 그다음을 꿈꿀 수 있을 테니까.

아이들이 "엄마, 몇 살이면 다 큰 거예요."라고 물었던 질문은 나에게 "엄마, 우리가 꿈꾸지 못하는 나이가 있어요?"라고 묻고 있는 것만 같다.

그 질문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만들면서 아주 오랜만에 '나중에 커서 뭐가 될까.'하고 나의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 대한 새로운 꿈을 그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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