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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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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때문에 며칠째 창문을 열지 못한 가슴이 답답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연일 미세먼지의 폐해를 알리고 재난 문자 메시지에서 노약자는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외출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 하라고 한다. 마스크도 어떤 제품을 사용하라고 상세하게 알려주며. 전에는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이를 보면 뭔가 찜찜하게 느껴지고 혹 밤길에라도 만나게 되면 불안감이 들어 피해 지나갔다. 그런데 이제는 낮밤 가릴 거 없이 여러 색상의 마스크를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였을까, 미세먼지의 공포로부터 벗어 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2월 중순에 봄나들이를 한다는 소식이 더없이 반가웠다.



년 중 행사인 동창회를 고향에서 해 왔는데 올해부터 농번기가 아닌 계절에 여행을 하기로 결정을 했던 터. 그 첫 번째 행선지는 동해안 이란다. 출발지 영동에서 대전을 경유하고 청주에서 우리를 태운 버스는 여주 휴게소에서 서울 친구들과 합류하였다. 버스 안에는 반가운 인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웅성거렸다. 시끌벅적한 정겨운 소란스러움은 사춘기 시절 학습시간에 "조용히 하라"는 선생님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던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반백의 머리숱이 솎아내기 한 채마 밭처럼 듬성듬성 하고 동안의 맑았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훈장처럼 담겨 있다.



삶의 터전에서 열심히 살아 온 얼굴들. 마을 이장, 블루베리 농장주, 국방의 의무를 잘하고 돌아온 친구, 아직도 현역인 택시기사, 고향과 객지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 공직에서 퇴직한 친구, 박사학위를 한 친구는 다시 대학재학 중이라고 한다. 기억의 저편에서 음악시간이면 노래를 잘해 '봄의 교향곡'을 목소리 높여 독창 하던 친구. 사실 동창모임이란 자연의 수려한 풍광을 보고 맛 집에서 먹는 기쁨이 있지만 오랜 지기들과의 속엣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즐거움 아니던가. 도착지인 양양 낙산사에 내리자 아직은 이른 봄인데도 봄을 맞으러온 사람들이 많았다. 양지바른 쪽은 겨울이 녹아 질척거렸어도 숲길에서 맡아지는 솔 냄새는 마냥 싱그러웠다. 생일이 빠른 친구는 경로우대를 받고 일주문을 통과하자 사진작가인 친구는 좋은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자를 다시 고쳐 눌러쓰고 몇 개의 스카프를 가져온 친구는 멋을 내어 포즈를 잡는다. 이미 봄은 계절보다 우리의 마음에 먼저 들어왔다. 화창한 날씨와 파란 물결 위에 은비늘 같은 햇살은 눈이 부셨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는 드넓은 바다에서 해풍이 '확' 불어왔다. 먼지로 쌓였던 폐부를 깨끗이 씻어 내리는 듯한 시원한 바람이었다.



낙산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해수관음보살' 입상 앞에는 참배객들이 줄을 이어 서 있었다. 일 배 이 배 삼 배 … .

나무의 우듬지 같은 산, 동해바다 삼면이 훤히 보이는 상봉(上峯), 높이 서 있는 불상을 올려 다 보며 합장을 하고 엎드리어 그들은 무얼 기원하는 걸까. 불자는 아니지만 경건하게 마음을 모아 보았다. 정녕 우리에게도 오늘처럼 화사한 봄날이 있었으련만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아오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잔잔한 회한으로 남는다. 잘한다고 짜여 진 일상에 종종 대며 살아 왔는데 어느 사이에 우리의 젊은 날이 먼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날아 가버렸다. 너울이 이는 바다를 보며 세상물살에 움츠러들었던 가슴을 펴 보고 자신을 돌아보았다. 세상을 관찰하는 생각의 힘을 키워 주었던 이른 봄나들이, 해조음 소리가 들려온다. 짧았던 하루가 가고 이제 우리는 있던 자리로 돌아가 가정과 이웃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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