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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서

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장

지난해 말 지역신문에서 '학교급식 농산물 가격 결정, 농민은 빠져라'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았다.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친환경농산물 가격 결정 시 생산 농민은 빠지라는 일부 군의원의 지적이 그 기사의 주요 골자다.

지구상에서 생산자가 직접 가격 결정을 하지 못하는 유일한 산업이 있다. 바로 1차 산업인 농수산물이다. 왜 그럴까?, 농수산물의 특성을 살펴보면 그 답이 보인다.

첫째, 일반 제품보다 계절적 편재성이 매우 심하다. 둘째, 부피가 크고 중량이 무겁다. 셋째, 부패성이 강하여 저장성이 매우 취약하다. 넷째, 양과 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섯째, 수요와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이다.

위와 같은 특수성 때문에 농수산물은 일반제품이나 공산품과 달리 생산자가 직접 가격 결정을 하지 못하는 태생적인 취약점을 앉고 있다.

더구나 친환경농산물은 경제성보다는 사람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순환농업을 추구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고비용 저효율 농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 관행 농산물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단순한 가격 위주의 시장 논리를 적용한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친환경 농산물은 생산 농민이 직접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친환경 농업은 일반 관행 농업과 달리 지역에서 비교적 소외된 계층에 있는 소농, 고령농, 귀농인들이 다품목 소량 생산하는 영세농이다.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고 가격이 다소 높을 수밖에 없다. 설령 친환경 농산물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본 사업의 기본 취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우리 군은 약 30%가 농민이다. 이 중 1천㎡(300평) 미만 영세농이 약 50%에 달한다. 이처럼 열악한 위치에 있는 소농이 농업에 계속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친환경 농업과 공공급식의 기본 취지다.

최근 농업 강국인 프랑스에서는 '농업과 상업의 균형에 관한법'을 새로 만들었다. 대형 유통업체에서 농산물의 과도한 가격파괴와 원 플러스 원 판매를 함으로써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의 핵심내용은 거래 협상에서 생산자인 농민과 산지유통조직이 직접 참여하여 대형 유통업체에게 가격을 제안토록 한 점이다.

이와 같이 농산물 가격 결정에 생산자를 직접 참여시키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법의 주요 골자다.

'농업은 이문이 적고, 노동여건이 어렵다. 그리고 농민은 항상 선비보다 신분이 낮다.'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3농 철학이 오늘 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듯 농업은 타 산업에 비하여 중요한 생명 산업이면서도 태생적인 취약점을 앉고 있다.

지금 옥천군의회에서는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발의하여 5월 9일까지 입법 예고 중이다. 기존 학교 무상급식 지원조례의 외연을 확대하여 학교뿐만 아니라 단체급식소, 일반음식점 등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민선 7기 대표 공약 중의 하나가 친환경 농업 중점육성이고 여기에 의회까지 나서서 이런 조례를 발의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본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의원은 공공급식센터 운영위원회에 생산 농민이 참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가격을 제출하기 전 이미 생산 농민의 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에 가격을 결정하는 운영위원에는 제척 사유라는 것이다. 결국 농민은 농산물 가격에 대한 의견만 제시하고 정작 가격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에서는 빠지라는 말이다. 공공급식 가격을 결정할 때 농민은 빠지라는 일부 의원님들에게 감히 제언 드리고자 한다.

먼저 농업에 대한 태생적인 취약점을 강조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3농 철학'과 대형마트에서 농산물 가격을 결정할 때 농민을 직접 참여시키고 있는 프랑스 사례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였으면 좋겠다. 뿌연 미세먼지를 마스크도 없이 농민들만 맨몸으로 들이마시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계절은 꽃피는 봄날인데 농민의 마음은 아직도 엄동설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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