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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우석 주필 에베레스트 트레킹 여행기 6

에베레스트 트레킹(로부체-페리체-남체-루클라-카투만두)
작아짐에 비로소 즐거워진다
"나마스테" 안녕~ 히말라야

  • 웹출고시간2019.05.06 16:25:15
  • 최종수정2019.05.06 16:25:15

내 행복도 보고 남 행복도 보려 한다. 미래가 반드시 새롭고 신선한 건 아니다. 그 새롭고 신선한 특별함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다. 지금의 한 호흡과 한 발걸음 속에 있다. 내려가는 길에 텡보체 사원에 들른다. 어설픈 미래를 추구하려는 자아를 과감하게 버린다. 다시 한 번 더 두 손 모아 정성으로 절한다. 저 멀리 에베레스트 산군이 넓게 펼쳐진다. 장엄한 위용이 오를 때와 다르지 않다. 가슴에 품은 칼라파타르 숨결 덕인지 더 웅장해 보인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3월17일, 트레킹 열 하루째다. 다시 하산을 준비한다. 습관처럼 오전 6시 일어난다. 식사를 마치고 잠깐 휴식을 한다. 길을 나선다. 오늘 종착지는 캉중마(3550m)다. 풍기댕가까지 고도를 600m 낮춘다. 그리곤 다시 500m를 올라서야 한다.

하산길은 전날 내리 눈으로 하얀 세상이다. 페리체 마을을 지나 완만한 고개로 접어든다. 잦은 헬기의 출현으로 시끄럽다. 페리체에서 루크라 혹은 카투만두까지 가는 헬기들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지친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소슬바람이 불어온다. 으스스하게 춥다. 1시간을 더 걷는다. 오를 때 보았던 갈림길에 다시 선다. 오를 땐 딩보체 쪽으로 길을 잡는다. 내려갈 땐 페리체 쪽이다. 내려오는 내내 키 작은 관목들뿐이다. 초지의 야크떼 풍경이 평화롭다.
ⓒ 함우석 주필
딩보체와 페리체 계곡물이 합류한다. 두물머리 풍경이 아름답다. 우윳빛을 내는 옥빛 물이 예쁘다. 물 흐름이 힘차다. 물소리를 따라 걷는다. 계곡을 따라 날리는 눈발이 꽃눈이 된다. 오전 10시20분 팡보체를 통과한다.

디보체 현수교에서 눈 맞은 야크 행렬과 마주한다. 20분 넘게 기다린다. 그 사이 계곡 풍경을 감상한다. 눈 맞은 랄리그라스와 거제수나무가 신령스럽다. 향나무는 산중 겨울정원을 만든다. 야크떼가 푸푸 하얀 입김을 내며 간다.

랄리그라스

ⓒ 함우석 주필
오전 11시50분 디보체 롯지에 도착한다. 여기서 점심으로 먹은 떡국 맛도 잊기 어렵다. 오후 1시 캉중마로 길을 잡는다. 디보체에서 텡보체 사원을 잇는 언덕을 오른다. 랄리그라스 터널에 하얀 눈꽃이 내려앉는다. 눈 맞은 랄리그라스가 처연하다.

힘차게 내리던 눈이 순식간에 그냥 뚝 그쳐버린다. 설국 창조는 그렇게 20분 여분 만에 끝난다. 눈 그친 설산 또한 색다른 아름다움이다. 눈이 막 녹아내릴 것 같다. 길옆으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물소리가 귓전을 맑게 해준다.

페리체에서 바라본 쿰부 히말라야

ⓒ 함우석 주필
발아래선 질박한 느낌의 눈에 젖은 흙길이다. 고산에서 걷기는 고된 축복이다. 걷는 것 자체가 힘들다. 하지만 눈부신 아름다움에 행복하다. 걷는 시간이 쉬는 시간보다 즐겁다. 더 생기 넘치고 더 설렌다. 쉴 때마다 간절하게 걷기를 원한다.

오후 2시30분 텡보체 사원에 다다른다. 저 멀리 에베레스트 산군이 펼쳐진다. 장엄한 위용은 여전하다. 가슴에 품은 칼라파타르 숨결 덕인지 더 웅장해 보인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40분을 가파르게 내려간다. 풍기댕가에 닿는다.

이름 모를 컴컴한 롯지 안으로 들어간다. 일행 5명이 밀크티를 한잔씩 주문한다. 이어 낮 익은 일행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순식간 밀크티로 대박(·)난 롯지로 변한다. 평화로운 오후가 음악처럼 흐른다. 오후 4시40분 캉중마에 도착한다.

캉중마 롯지는 성성하고 적적하다. 하지만 아마다블람을 조망하기엔 그만이다.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는다. 메인 요리로 물소고기 불고기가 나온다. '꾸꾸리'로 불리는 네팔산 럼주와 맥주로 파티를 한다. 즐거움을 만끽한다.

루클라떠나기전일행들과기념촬영

ⓒ 함우석 주필
3월18일, 트레킹 12일 째다. 아침 일찍 롯지에서 아마다블람과 탐세르쿠를 감상한다. 아마다블람이 새벽 어스름 빛을 받는다. 천천히 황금빛으로 변한다. 그 모습이 장엄하고 황홀하다. 잠시 명상하며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화장실을 가던 중 한 외국인을 만난다. 밤새 기침을 하며 잠을 못잔 옆방 투숙객이다. 초췌해진 모습에 마음이 짠하다. 고소에 감기 증세까지 겹쳐 심한 기침을 했다.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그는 결국 칼라파타르 등정을 포기했다.

오전 8시 남체 쪽으로 길을 잡는다. 남체를 거쳐 몬조, 팍딩까지 가야 한다. 몬조까지만 가려했던 계획을 팍딩까지 늘렸다. 만만찮은 여정이다. 걷는 내내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한다. 그래도 마음이 밝아지니 별 어려움이 없다.

히말라야 하이웨이에 올라선다. 에베레스트가 눈에 들어온다. 에베레스트가 로체의 호위를 받는다. 눕체 장막너머로 머리를 조금 내민다. 랄리구라스 터널을 지난다. 하지만 붉은 정열의 꽃은 보이지 않는다. 단심(丹心)을 보지 못해 아쉽다.

다행히 볕 잘 드는 계곡 옆에 연한 빛의 랄리그라스 두 그루가 핀다. 애써 찾은 산객들을 위로하듯 활짝 웃는다. 계곡이 한결 밝아지는 듯하다. 몇 번이고 뒤를 돌아다보고 또 본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분홍빛 아름다움을 오래 기억한다.

온몸을 휘휘 돌려 계곡 풍경을 느껴본다. 오감을 활짝 열고 숨을 들이 쉰다. 감성이 몇 배로 확장된다. 자연이 사람을 이끌어준다. 탐세르쿠가 넓은 가슴으로 품어준다. 발걸음이 양털처럼 가벼워진다. 발걸음에 속도를 붙인다.

남체 시장

ⓒ 함우석 주필
오전 9시15분 남체에 도착한다. 시장을 둘러보고 커피도 한잔 한다. 따뜻한 볕을 받는 노상 커피숍에서 짧은 휴식 후 남체를 떠난다. 마을을 지나 소나무 숲에 든다. 히말라야의 묵중한 우주가 공명하듯 몰려온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다.

낮 12시 남체 현수교에서 마방 행렬을 만난다. 마방 행렬이 지날 때까지 족히 20분은 걸린 것 같다. 말과 당나귀의 움직임을 자세히 기록한다. 오후 1시 몬조의 롯지에 도착한다.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오후 3시20분 팍딩의 롯지에 도착한다.

지난 여정을 뒤돌아본다. 칼라파타르 산정, 고락셉 분지, 딩보체 언덕, 페리체 마을이 눈에 선하다. 비로소 산 아래로 접어든 실감을 한다. 올라올 때처럼 보슬비가 내린다. 차가움에 몸이 움츠러든다. 지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오후 6시 저녁 시간은 '꾸꾸리' 파티다. 롯지에 있는 럼주 12명을 모두 비운다. 그 덕에 술값은 좀 싸게 내고 마신다. 롯지 난로엔 천루피의 땔감이 들어간다. 따뜻한 온기가 퍼진다. 술기운도 더불어 빨리 퍼진다. 긴장이 풀리며 잠이 든다.

3월19일, 루클라로 가는 날이다. 에베레스트 트레킹 2막이 끝나는 날이다. 바람이 좋다. 햇살이 따스하다. 모든 게 완벽하다. 어디에도 부조화한 게 없다. 시공의 모든 존재들이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한다. 두드코시의 물소리가 거세다.

갑자기 지구온난화를 생각한다. 해발 4000~5000m에선 눈을 보기가 어렵다. 봉우리 위쪽만 눈이 덮여 있다. 눈옷을 벗고 머리에만 눈 모자를 쓰고 있다. 그나마 햇살 좋은 곳은 맨살이 드러나 있다. 온난화가 히말라야 풍경까지 바꾼다.

오전 7시30분 팍딩을 나선다.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간다. 완만하다. 금세 끝날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길다. 계곡 물소리에 생각도 따라간다. 걷고 또 걷다 보니 루클라 비행장이 보인다. 오전 10시30분 루클라 롯지 도착한다.

그런데 카투만두로 일찍 나가려던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비행기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방 미련을 버린다. 하루 더 머물기로 한다. 그래도 내일이면 내려간다.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본래 일정대로다.

오지도 않을 미래에 대한 기대였다. 빨리 산을 내려간들 무슨 대단한 일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카투만두에 다다르고 한국에 돌아간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딛는 발걸음, 이보다 아름다운 건 없다. 기다림의 끝에 오는 건 언제나 현재다.

3월20일, 새벽 5시30분 일어난다. 오전 8시15분 카투만두 행 경비행기를 탄다. '덜컹' 소리와 함께 루클라와 작별한다. 경비행기는 20여 분만에 카투만두 공항에 도착한다. 곧바로 호텔로 향한다. 만 2주 만에 샤워를 한다. 꿈같은 날이다.

히말라야의 길은 속도를 다투지 않는다. '나마스테'와 '비스타리'를 떠올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 수사(修辭) 위에 있는 말이다. 아름다운 소통의 말이다.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따뜻한 인정의 마음을 전한다. 히말라야가 다시 그립다.

에베레스트와 칼라파타를 생각한다. 투명한 햇빛이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만년 빙하를 이고 있는 설산이 보인다. 이기려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닮은 사람들이 그곳에 산다. 그들이 행복해지는 까닭을 깨닫는다. 소통의 위대함을 생각한다.

15박 16일의 트레킹을 마친다. 행복해지는 길 찾기였다. 그게 어디에 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여행이다. 완전한 기쁨과 슬픔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감정의 희비가 엇갈리며 만들어질 뿐이다.

마지막 날 북한 식당에서 냉면을 먹는다.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해치운다. 행복은 마음을 비울 때 균형을 맞춰 자리한다. 묵묵히 주어진 일을 감내하게 한다. 기쁨과 슬픔의 무게 추를 맞추도록 내면을 울린다. 이번 여행이 준 가르침이다.

"그대들이 기쁠 때 가슴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들에게 모진 슬픔도 주었음을. 그대들이 슬플 때에도 가슴속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라. 그러면 그대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지금 울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끝>

<연재 순서>

1, 카투만두-루클라-팍딩-남체

2, 남체-샹보체-에베레스트뷰 호텔-텡보체

3, 텡보체-팡보체-딩보체

4, 딩보체-투클라-로부체-고락셉

5, 고락셉-칼라파타르-로부체

6, 로부체-페리체-남체-루클라-카투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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