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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수

청주대 비즈니스(前경상)대학 학장

지난 주 딸아이가 준 커피 한 잔을, 운전하면서 차에다 두고 다 마시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깝지만 조금 남은 커피와 일회용 커피 컵을 버리려다가 컵 종이홀더에 쓰여 진 시를 보았습니다.

봄이 너에게...

이 환 천

벚꽃들도 피워주고

봄바람도 불어주고

분위기 다 잡아줘도

연애한번 못해보고

진짜 정말 이럴꺼냐

먹고 무심코 버려지는 종이 홀더에 봄이, 불안정한 청춘이 담겨있었습니다. 바쁘다고 계절이 오고가는 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내게 쉼표 같은 느낌이 드는 내용이었습니다. 버리려던 종이를 손에 들고 한참을 읽어보다가 문득 주위를 보니 벚꽃이 지고 형광빛 연두색 잎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쟁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달리는 젊은 청춘들에게 이 시는 어떻게 읽혔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4포 세대'라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연애는 사치입니다. 무한 경쟁시대 열차 속에서 고군분투 중이거든요. 경쟁사회에서 뒤쳐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보다 앞서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잡기도 하고 끌어 내리기도 합니다. 잘하든 못하든 우선 끌어 내리고 보는 것입니다. 그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 비난입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특히 비난이 더 만연합니다. 잘못하면 잘할 수 있도록 고치거나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텐데, 잘못했다고 처벌하여 고통을 줘야 한다고 비난합니다. 잘못이나 결점을 나쁘게 말하고 낙인을 찍고 주홍글씨를 새겨 낙오시키자고 합니다. 기사로 보도가 될 정도면 정말 이기적인 행동이나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나쁜 일들이기에 필자도 마음으로는 비난에 동참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비난하는 댓글을 죽 읽어 내려가다 보면 세상이 참 각박하고 사람들이 싫어집니다. 그나마 가끔씩 있는 격려의 글을 보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 댓글을 읽은 내 자신이 후회가 됩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항상 올바르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기적인 사람이 비난받는 이유는 그들이 자기 이익만을 챙기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익을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가끔 나와 부딪히는 타인을 비난합니다. 미숙한 일처리를 반복하여 나를 난처하게 만드는 직원이 나를 화나게 합니다. 편 들어주지 않았다고,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고 여러 사람에게 나를 원망하는 친척도 있습니다. 무례하게 행동하는 어린사람들의 행동에도 분노가 생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비난하는 나와 비난받는 행동을 하는 그 사람이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일이 미숙하여 나를 화나게 했던 내 부하 직원은 신입사원 시절 큰 실수로 상사를 난처하게 했던 내 모습과 닮았습니다. 비난하는 삶과 비난 받는 사람은 어쩌면 완전히 같을 수도 있습니다.

무심천 벚꽃이 활짝 피었다가 흔적 없이 사라진 봄 한복판입니다. 앞서의 시처럼 우리도 무턱대고 비난부터 하기보다는, 벚꽃도 피워주고 봄바람도 불어주는 봄처럼 어떡하면 잘 할 수 있는지 격려해 주고 지원해 준 다음에'진짜 정말 이럴꺼냐'는 격려의 마음을 담은 비난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이리 저리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에게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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