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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 회장

「만석을 다 채우지 말라」는 것이 만석꾼 집안의 엄격한 가훈이라면 그것은 큰 의미와 깊은 지혜, 한없는 겸손과 남에 대한 배려가 듬뿍 담겨 있을 것이었다. 「부자 삼대 못 간다.」 고 했으나 그것도 끄떡없이 지킨 경주 최부자의 비밀 열쇠는 여석가지 가훈 때문이었다.

첫째는 앞에서 말한 대로 만석을 다 채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우리 속담에 「아흔아홉 섬을 가진 자가 한 섬 가진 자의 것을 빼앗는다.」고 한 것은 가진자들의 끝없는 탐욕을 지적하고 비판한 화살이었다. 그러므로 가득 채우지 말고 비우라는 교훈을 의미한다. 만석을 안 채울 때 금방 늘어나는 재산은 가난한 자에게 베풀라는 뜻 즉 많은 소작인들에게 소작료를 대폭 감해 주어 덕을 베풀라는 채찍 같은 것이었다.

그런 방법으로 두 번째는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였다. 사방 백리 안에는 주로 그의 땅을 부치는 소작인들이 사는 곳이다. 그들이 굶주리지 않기 위해서는 소작료를 대폭 줄여 주면 그들 나름의 부를 조금씩이나마 축적 시키는 방법이고 함께 풍요를 나누는 선행이었다. 그럴라 치면 소작인들로부터 한껏 존경을 받을 것이었다. 그럴 경우는 모두 최부자가 잘되도록 진심으로 바라고 힘껏 도울 것 아닌가 그런 집안이 어찌 망하겠는가.

그와 연결하여 세 번째는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라」는 교훈도 있다. 툭하면 굶주렸던 농경시대는 아사직전까지 이르기가 보통이었다. 그런 위기에는 생명보다 귀중한 농토를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다 그 기회를 틈타 싸게 사서 부를 축적하는 악덕 부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원성과 질타를 받게 마련이다. 그것은 착취나 다름없다. 그런 품격을 떨어뜨리고 사람들을 고통의 늪으로 빠뜨리는 것을 금지 시킨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집 온 새며느리는 3년 동안 비단옷을 입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흔히 부자들이 흥청망청 낭비하는 태도는 검소한 생활이 미덕이었던 시대 그 가문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방탕 수준이라는 가풍을 표현 한 것이었다.

이것이 최부자 집안이 전혀 갑질과는 정반대의 덕이 높고 품격이 있는 모범을 말한 것이지만 다섯 번째는 전혀 다름 방향에서 본 내용인데 「벼슬은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고 했다.

원칙적으로 진사進士는 소과 초시에 합격한 것을 말한다. 벼슬이란 그 자격증을 가진자에게 내린 관직을 의미하는데, 진사는 합격자를 말하므로 엄격하게는 벼슬은 아니다. 다만 조선왕조 시대 진사에 합격한 사람은 당시에는 상당한 지식인이고 엘리트 계급임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진사에 합격하고도 대과를 치루거나 관직을 받지 못하게 했을까 당시 벼슬아치들은 사색당파에 휩쓸려 서로 치고 받으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원한과 재앙을 흩뿌리면서 미덕과 평온과 삶의 기쁨을 훼손하기 일쑤여서 정치나 권력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꾸짖음이었다. 그 집안은 그러나 학문에 열중하여 9대에 걸쳐 진사를 냈다. 그러나 아무도 관직은 받지 않았다.

여섯 번째는 「집에 오는 손님은 후하게 대접 하라」여서 일년에 800석을 손님 대접하는데 썻다. 그 때문에 전국에서도 유명 인사, 예컨대 최익현, 손병희, 김성수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다녀갔다 한다. 그리고 매일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찾아와 마을 전체가 그들에게 침식을 제공했다. 그런 곳에 그8백석을 다 풀었다. 인간관계의 존중과 풍요함이었다.

그렇게 함으로 아름다운 품위로 인간 존엄의 정신으로 세계적인 모범을 보이면서 300년을 청청한 소나무 같이 푸른 하늘 아래 우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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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