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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4.09 17:34:06
  • 최종수정2019.04.09 17:34:06
[충북일보] "선생님 덕분에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영선 대표가 이전과 조금 다른 길을 걷게 된 건 우연히 참가했던 종교캠프를 통해서다. 지인의 부탁으로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을 뿐인데 캠프가 끝난 후 속속 도착하는 아이들의 손편지가 영선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매년 휴가를 내 캠프에 발을 들였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이 무대에서 느낀 기쁨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몇 년 걸리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이벤트MC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돌잔치, 결혼식 사회, 각종 축제 등 여러 현장을 누볐다. 일하는 자체로 행복했지만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한 직업 특성상 다른 일을 병행해야 했다.
고민이 깊었던 때 친척이 운영하던 가게의 동업을 제안했다. 매운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영선씨의 입맛도 단번에 사로잡은 비법 소스가 있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일을 배우며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소스에 약간의 변화를 더하면 닭발과 불날개를 전설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지역에 있는 가게에서 얼마간 일을 배우고 청주로 돌아와 2011년 '전설의불닭'을 시작했다. 이벤트MC답게 가게 이름도 주변 공모를 통해 결정했다.

가게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골들이 자리를 잡았다. 쿠폰 등 정형화된 이벤트는 없었지만 불시에 이벤트를 진행하곤 했다. 아무 기대 없이 메뉴를 주문하고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는 기분을 선사하고 싶어서다.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장님 때문일까. 1년 반쯤 지났을 때 가게에도 이벤트가 발생했다. 엄마를 따라 자주 오던 아이가 한 방송에 조명됐다. 매운 것을 잘 먹었던 아이는 방송에서도 전설의불닭을 챙겨 먹었고 다른 방송에서는 스튜디오까지 가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방송의 힘은 대단했다. 늦은 시간까지 주문이 이어졌고 그렇게 한번 맛본 손님들은 스스로 다시 찾아오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 #전설의불닭 인스타그램
전설의불닭은 닭발과 닭 날개는 물론 고춧가루와 마늘 등의 양념도 국내산만 사용한다. 전설의불닭 메뉴가 손님에게 도달하기까지는 4시간가량의 밑 작업이 필요하다. 닭발을 삶고 적당히 건조한 뒤 양념을 입히고 숙성시켰다가 손님들이 주문하면 불향을 가득 입혀 구워낸다. 입에 닿기도 전에 코끝을 자극하는 입맛 도는 불향은 전설의 불닭이 자랑하는 특징이다.

고추의 매운맛만 고집하는 영선씨는 향신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입 주변이 벌겋게 부어오르는 인위적인 매운맛이 싫어서다. 먹을 때는 물론 먹고 나서도 깔끔한 매운맛이 그가 추구하는 맛이다.

닭발 한두 개 아끼는 대신 손님들에게 보기에도 푸짐한 한 그릇을 주고 싶은 영선씨의 마음은 묵직한 한 접시를 배불리 먹고 돌아가는 손님들의 만족감으로 되돌아온다.
이벤트MC의 자리도 지켜가면서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설의불닭'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같이 일하는 직원들 덕이라고 추켜세운다. 가게를 통해 만났지만 친동생 이상으로 끈끈해진 직원들은 영선씨가 자리를 비워도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영선씨가 흔들릴 때도 초심을 일깨워주는 고마운 동생들이다.

전설의불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건 또있다. 영선씨의 어머니가 늘 끓여주시는 북엇국이다. 먹으면서 해장이 된다는 마성의 북엇국은 가게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단골들의 애정 메뉴다. 북엇국이 먹고 싶어 찾아온다는 손님들도 있을 정도다.

배달어플이 활성화되면서 홍보 비용도 대폭 줄었다. 손님들의 자발적인 후기가 또 다른 손님들을 이끄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영선씨가 만들어갈 불맛의 전설은 가장 단순한 기본에서 시작한다. 좋은 재료와 정성, 그 마음이 변치 않도록 잡아주는 이들이 있어 전설의불닭이 계속될 수 있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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