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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만우절(萬愚節)로 시작되는 4월이 열린지 상순(上旬)을 지나고 있다. 앞산 뒷동산에는 개나리 진달래가 봄소식을 안고 사뿐히 찾아왔는데 꽃샘추위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먼 산에는 노파의 머리처럼 춘설(春雪)이 희끗희끗하고 심술쟁이 봄바람은 양쪽 볼을 때리며 스치고 지나간다. 미세먼지까지 숨 막히게 하는 회색하늘만 보이는 봄철이다. 4월의 첫 절기인 청명(淸明)이 되면 화창해 질것인가· 기대했건만 식목일과 청명이 겹치고 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찬밥을 먹었던 한식(寒食)이 되었는데, 강원도 동해안은 강풍에 불덩이가 날아다니는 도깨비불이 화마(火魔)가되어 수십 년 자란 수목들과 모든 마을을 집어삼키는 재난을 일으켜 검은 잿더미만 남기고 말았다. 들판에 파릇파릇 돋아난 달래, 냉이, 씀바귀, 쑥, 돌나물 등이 동상(凍傷)이라도 걸릴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봄날에 딱 맞는 글귀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다 ' 이 명구(名句)는 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叫)가 왕소군(王昭君)의 슬픈 사연을 노래한"소군원(昭君怨)"이라는 한시(漢詩)에 나온다. 왕 소군은 중국의 4대미인중 한사람으로 절세의 미인이었으나 슬픈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한(漢)나라 원제(元帝)때, 전국에 후궁을 모집하였는데 수천 명의 궁녀가 선발되었다. 이때 본명이 왕장(王嬙)인 왕 소군이 18세의 나이에 후궁으로 선발되었다. 황제는 수천 명에 이르는 궁녀들의 신상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연수(毛延壽)등 화공들에게 궁녀들의 초상화를 그려 바치게 했다. 빈천하여 뇌물을 바치지 않은 왕 소군은 형편없이 못생기게 그려버렸다. 남흉노의 호한야(呼韓邪)가 황제의 사위가 되고 싶다고 청했는데, 한나라 황실의 위엄을 과시하고 싶어 자기 후궁 중에서 아직 총애를 받지 못한 미녀들을 불러와 술을 권하게 했다. 왕 소군의 미모에 반한 호한야는 왕소군을 지목했다. 3일 후, 왕 소군은 흉노족 차림으로 단장을 하고 미앙궁(未央宮)에서 원제에게 작별을 고하였고 소군(昭君)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왕 소군이 흉노를 향해 떠나갈 때 마지막으로 장안(長安)을 한번 바라본 다음 가슴에 비파를 안고 말에 올랐다. 왕 소군 일행이 장안의 거리를 지나갈 때는 구경 나온 사람들이 거리를 꽉 메웠다. 왕 소군이 정든 고국산천을 떠나는 슬픈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말 위에 앉은 채 비파로 이별 곡을 연주하고 있는데, 마침 남쪽으로 날아가던 기러기가 아름다운 비파소리를 듣고 말 위에 앉은 왕 소군의 미모를 보느라 날갯짓하는 것도 잊고 있다가 그만 땅에 떨어져 버렸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왕 소군의 미모를'낙안(落雁)'이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낙안이라는 지나친 과장법이 재미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 가을에 접어든 이후 북방의 초목이 모두 누렇게 시들어도 오직 왕 소군 무덤의 풀만은 푸름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청총(靑塚)'이라 하였다고 한다."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소군원이라는 시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작금의 봄 날씨를 설명해주는 것 같아 자주 인용되는 것 같다. 이는 한반도 정세와도 비교되는 것 같으며 불청객 미세먼지 피해가 어디까지 미칠지 답답하기 만한 봄철이다. 4월은 벚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라서 벚꽃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펄럭인다. 상춘객을 기다리는 벚나무 가지엔 꽃망울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매서워도 지구는 돌고 있기에 밀려가는 겨울을 밀어내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따뜻한 봄은 한반도를 아름다운 봄꽃으로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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