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9.04.25 17:40:32
  • 최종수정2019.04.25 17:40:32

송병화

고명재활의학과 원장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녹지,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사유재산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이듬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20년간 원래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은 2020년 7월 1일을 기해 해제한다'는 규정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1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정부와 지자체의 미온적 대처, 열악한 지자체 재정상황 등으로 당장 1년 뒤면 도시숲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으로 분류돼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를 통해 개발되거나 사유지로 봉쇄될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는 도시공원 일몰제를 통해 개별 토지주의 재산권을 보호해줘야 하는 동시에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난개발 및 녹지 감소 등을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해있다.

2010년 착공한 4대강 작천보는 노후화로 그 기능을 잃어가던 보를 개비함으로써 농업용수 공급의 안정화와 홍수예방, 자전거도로 등의 편의시설 확충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강이 흘러 지류를 모으고 바다에 가까워지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2007년 필자는 삼성창원병원 재활의학과장으로 봉직 차 경남으로 이주했다. '전국 최고의 녹조 라테'로 악명을 떨쳤던 낙동강 창녕함안보-칠서취수장을 상수원으로 하는 창원에서 올 2월 청주로 귀향했으니 낙동강 최하류 물을 12년간 체험한 것이다. 지난 여름 4대강 16개 보에서 물 1㎖당 남조류의 수가 71만 개가 넘는 압도적 수치를 보였던 최악의 그 물을 매일 사용하다 보면 왜 수문을 꼭 열어야만 하는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후 보의 수문은 열렸으나 청주 상수도와 너무 다른 수질에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최근 다시 4대강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달 4대강 조사평가 위원회에서 금강 및 영산강 보의 처리 문제를 발표하고 나서부터다. 한편에서는 홍수조절, 농업용수 및 공도교 편의 등으로 보의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또 다른 편에서는 수질개선의 이유로 전면적 철거를 주장한다. 결국 환경보전과 개발이익 사이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느냐는 딜레마는 우리의 몫이 됐다.

이와 비슷한 일들은 진료실에서도 드물지 않다. 증상과 검사 결과를 놓고 처음부터 침습적인 치료를 우선해야 할지, 아니면 비침습적 치료를 진행하면서 경과를 관찰할지의 사이에서 의사는 고민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술한 두 예에서처럼 항상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는 않다. 내 진료실엔 허리나 어깨에 수술을 받고 내원하는 어르신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전신마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행한 수술치료 결과가 좋지 못해 그 선택을 후회하는 분들도 계시고, 반대로 비침습적 치료만을 고집하다 치료 적기를 놓쳐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다. 이 경우 담당의사는 의학적 지식과 축적된 임상데이터를 풀가동하고 심지어 타과 의사에 자문을 서슴지 않는 바, 이는 그 환자로부터 최고의 의학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주지하는 바다. 하지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전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우선적으로 해(害)가 되는 것을 피하라.(Primum non nocere)'라고 하는 고래의 의학적 격언으로, 좋은 결과를 위한 노력 전에 위해가 되는 부분은 없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이 격언은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자세에만 국한돼 적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교수께서 건명원 강의를 엮어 출간한 책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행하는 선이 결국은 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그것이 어떤 일이든 우리가 행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이 사회에 해가 되는지를 먼저 헤아려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에도 나의 의원 진료실로 첫 고객을 들이기 전 마음속으로 되뇌어본다. 'Primum non nocere~'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