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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왜 그럴까. 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려고 할까. 왜 여행이 뭔가를 바꾸는 힘을 가졌다고 느끼는 걸까. 왜 에너지의 충전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여행 중에 스스로 달라져 그러는 건 아닐까.

*** 스스로 깨치는 최고의 교육

쿰부 히말라야 산군의 칼라파타르(5천643m) 정상에 선다. 거기서 하얀 눈을 인 삼각형의 에베레스트(8천848m)를 선명하게 본다. 산 여행의 절정이다.

3월 중순 경비행기를 타고 루크라 공항에 도착한다.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한다. 기쁨도 잠시 고소증이 교차한다. 가벼운 짐을 지고도 숨을 헉헉거린다. 가쁜 숨을 고르고 다시 오르길 반복한다. 그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히말라야 고산여행은 단순하다. 일정 높이에 오르면 차로 갈 수 없다. 어느 길이든 걸을 수밖에 없다. 고도 3천m를 넘으면 호흡이 어려워진다. 오래 걸을 수가 없다. 걸을 수 없을 때 쉰다. 폐 속에 남은 공기를 꽉 채우고 다시 걷는다.

걷기와 쉼의 연속이다. 가쁜 숨은 계속된다. 쉼과 걷기의 간격은 점점 좁아진다. 쉬는 시간은 자꾸 길어진다. 그래도 이상한 오기가 산객들을 일으켜 세운다.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실천이 이어진다. 늦더라도 멈추지 않으면 정상에 서게 된다.

마음이 괴롭거나 우울할 때 히말라야를 생각한다. 거기엔 소박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들이 있다. 유유자적 걸을 수 있는 길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못된 감정에 휩쓸리지도 않는다. 멈추지 않으면 못 오를 데 없다.

히말라야 여행은 사는 법을 배우는 고행이다.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들을 갖추게 하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은 여행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체험한다. 그것들을 체화해 자기 삶의 일부로 만든다. 스스로 깨치는 최고의 교육인 셈이다.

진정한 여행자는 뭔가 좀 다르다. 여행지에서 관찰과 체험을 기념물로만 간직하지 않는다.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의 업무나 생활 속에서 살려낸다. 스스로 풍요로워지는 사람이다. 여행으로 평생 끊임없이 자기계발 하는 사람이다.

여행에 대한 정의는 나름 많다. 내 정의는 '여행=투자'다. 여행은 우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하찮은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멋대로 살아보라고 용기도 준다.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도 한다. 아름다운 인연을 우연히 만나게도 한다.

여행은 또한 발견이고 플러스다. 동시에 사랑이고 기술이다. 놀면서 삶을 배우는 기회다. 누구나 여행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여행은 나대로 살 수 있는 용기를 선물 한다. 내 안에 숨어 있는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여행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신비한 마술도 아니다. 여행을 많이 한다고 성인군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행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을 준다. 건강한 인생을 살게 해 준다.

여행은 비타민이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헛일이다. 여행자는 여행에서 배운 것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궁극적으로 함께 사는 좋은 세상 만들기다. 여행의 발걸음은 그렇게 지속돼야 한다.

*** 길은 학교고 여행은 공부다

여행은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도 깨닫게 한다. 다양한 삶의 방식까지 알려준다. 길 위에 당당히 서 있는 자신을 만나게 해준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여행할 이유가 늘어난다. 낯선 이들과 만남은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고된 히말라야 여행이 나를 충전해준 것과 같다. 히말라야엔 정말 높은 산들이 많다. 걷기 시작하면 춥고 숨 쉬기도 어렵다. 거기에 난 길을 걷는 것 자체가 고행이다. 그런데도 목숨 걸고 그 길을 걷는 이들이 있다.

히말라야 여행자들에게 길은 곧 학교다. 그리고 여행은 공부다. 그리스인들은 신탁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났다. 중세인들은 신의 증거를 찾기 위해 순례길에 올랐다. 체 게바라의 남미 무전여행은 남다르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어떤가. 단 한 번이라도 여행으로 세상을 바꿔보려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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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