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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영

수필가

2월이 꿈을 꾸는 달이라면 3월은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달이다. 학교마다 입학식이 거행되고 긴 겨울방학으로 조용하던 거리는 학생들의 모습으로 활기차다. 봄에 농부가 씨앗을 뿌리듯 3월은 진정 모든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달이다.

시립도서관 문화교실 첫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이다. 모처럼 미세먼지가 없는 공원길을 걷다 보니 벚나무에 시선이 머문다. 꽃눈은 붉은색으로 꽃을 피울 준비가 끝났다. 산수유는 노란 입술을 다문 채 햇볕을 쬐고 있고 꽃다지도 땅바닥에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도서관 프로그램 과목은 '인문학적 시선으로 보는 영화 다시 읽기'다. 선생님은 영화를 보기 전에 감독이나 배우 또는 볼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신다. 영화가 끝나면 줄거리나 느낌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늘 본 영화는 데미안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라는 미국의 뮤지컬 영화다. 꿈을 꾸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에서 영화는 꿈과 사랑, 열정을 통하여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첫 화면은 자동차가 얽혀있는 대로변에서 수많은 댄서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배우들의 의상이 화려하고 음악이 어찌나 경쾌한지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거기에서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난다.

여자주인공 미아는 할리우드 배우 지망생이고 남자주인공 세바스찬은 재즈바의 사장이 되는 게 꿈이다. 두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방황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니까."라며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과연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시골 동네에 처음 전깃불이 들어오고 아랫마을에 텔레비전 수상기를 들여놓은 집이 있었다. 저녁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시청을 하였다. 텔레비전을 처음 보았던 때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막연히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의 꿈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은 모든 것이 부족한 때라 특히 여자가 대학을 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시대였다. 나는 다행히도 향학열(向學熱)이 높은 부모님을 만나 상고를 다녔으니 행운아였다고 자부한다. 당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가정에 도움을 주거나 결혼할 때 비용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대중적이었다.

20여 년 전, 글짓기를 무료로 가르쳐준다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문예 창작 교실에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초등 글짓기를 가르쳤는데 선생님은 본인의 글을 써보라고 권하셨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수필가가 되고 원하던 대학공부를 방송대에서 하게 되었다.

졸업 후에는 초등학교 독서 논술 지도교사를 하였고 정규학교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행운이 오기도 하였다.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모두 그만두었지만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로 생각한다. 지난주에는 우연한 기회에 지방 방송국 프로그램에 얼굴이 나오기도 하였으니 어릴 때 막연히 가졌던 꿈을 이룬 게 아닐까 생각하며 혼자 웃어보기도 하였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화두가 되던 때가 있었다. 어떤 꿈의 목표를 설정해 놓으면 성공을 향해 노력할 것이고 시기는 다르지만 꿈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오게 마련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선생님은 수업 말미에 "여러분의 라라랜드는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을 한다. "저의 라라랜드는 글쓰기와 책 읽기입니다."

3월의 햇빛이 빛나고 있다. 은행나무 우듬지에서는 까치가 지저귀고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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