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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시인·전 충주시의원

농가월령가를 지은 사람은 호(號)는 운포(耘逋)인 조선 헌종 때의 학자 정학유(丁學游·1786~1855)이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이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의 둘째 아들이다.

젊었을 때 순조 8년, 22세 때엔 아버지 다산이 전라도 강진에 유배돼 있을 때 그의 형인 학연과 함께 아버지가 쓴 주역심전을 같이 정리해 부친의 학문 활동을 정진하는데 도왔다.

실학자인 아버지의 애민정신을 이어 받은 운포 선생의 성정(性情) 또한 농민들의 힘든 농사를 돕기 위해 지은 이 가사(歌詞)는 한해 농사를 계획하고 준비해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대한의 천재지변을 막는 길로서 농민이 부지런히 해야 할 일들을 월별로 써 논 월령체 장편 가사다.

여기에서 눈여겨 볼 단락이 14단락 중에 서사(序詞)는 일월성신(日月星辰)즉 해와 달, 별들의 운행과 역대의 월령 및 당시에 쓰이는 역법(曆法)을 설명했고 마지막의 결사(結詞)에서는 농업에 정진 하라는 권농의 내용이다.

여기서는 한해의 시작인 정월령(正月令)과 농사의 시작인 2월령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정월(正月)은 맹춘(孟春)이라 입춘 우수 절후로다. 산중 간학(澗壑)에 빙설(氷雪)은 남았으나 광야(廣野)에 운물(雲物)이 변하도다"

정월은 이른 봄 이라 입춘 우수 절기이다. 산중 골짜기 시내에는 눈과 얼음이 남았으나 평야의 너른 들은 경치가 달라진다.

"일년지계(一年之計) 재춘(在春)하니 범사(凡事)를 미리 하라. 봄에 만일 실시(失時)하면 종년(終年)일이 낭패 되네"

일 년 농사계획은 봄에 하는 것이니 모든 일의 준비를 미리 하라. 때를 놓치면 한해가 끝날 때 농사가 실패가 된다네.

농기를 정비하고 농우(農牛)를 보살피고 보리밭에 오줌주기 작년보다 힘써하라.

정월 대보름날 달을 보고 장마와 가뭄을 안다하니 늙은 농부의 경험으로 대강은 짐작이 가능하다.

새해 세배함은 인정 많고 좋은 풍속이니 새 옷 차려입고 친척이웃 서로 찾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다닐 적에 와삭 버석 울긋불긋 옷차림이 화려하다

이렇게 연날리기와 여자들의 널뛰기, 윷놀이와 더위팔기, 달맞이 와 횃불 놓기 등의 그 시대 세시풍속을 전한다.

2월령의 주제는 한봄(仲春)인 경칩 춘분이 왔으니 보습 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를 하여 보자는 것이다.

기름진 밭 갈아서 봄보리를 많이 심고 산채(山菜)는 너무 이르니 들나물을 캐어 먹자고 하고 있다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 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우나니 본초 강목 참고해 약재를 캐 오리라. 창(蒼), 백출(白朮),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적어 놓고 때맞춰 캐어 두어라" 이렇게 하며 2월령도 끝을 맺는다.

논밭에서 힘들게 일하는 농민의 실체적 주관적 입장에서가 아니고 양반 계층의 학자들이 쓴 피상적 객관성의 작품이긴 하나 진정한 권농사상과 애민정신이 깊게 담겨 있어 구절마다 공감과 감명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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