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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26 13:57:28
  • 최종수정2019.02.26 13:57:28
[충북일보] 중국 진나라의 손강(孫康)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젊었을 때 밤에 책을 보는데 기름이 떨어지자 '눈빛(雪光)'을 이용해 공부했다고 한다. 손강은 결국 어사대부(御史大夫)까지 올랐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은 여기서 유래된 말이다.

사라진 '개천의 용(龍)'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있다. 변변하지 못한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천에서 난 용(龍)은 적지 않았다. 적어도 대입 수시제도가 도입되기 전의 얘기다. 또한 사법시험과 외무고시가 폐지되기 전의 상황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공부한 사람이 고시에 합격하면 5급 사무관이 됐다. 젊은 나이에 사무관이 된 사람은 적어도 1~2급 고위공무원단에 손쉽게 들어갔다. 나중에는 차관과 장관을 거쳐 국회의원과 도지사 등 선출직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파워엘리트'로 성장했다. 국가의 예산과 법률은 물론, 외교·경제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정책을 만들어 냈다.

반면, 이들에 비해 스펙이 부족한 민초(民草)들은 사회 곳곳에서 구성원의 의무를 다했다. 양쪽 모두 국가를 지탱하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었다.

사람들의 능력은 각각 다르다. 이름이 다르고 체형도 다르다. 사람의 다양한 능력을 획일적인 틀에 묶을 수는 없다. 이것이 사람사는 세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회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사법시험과 외무고시가 폐지됐다. 일각에서는 행정고시 폐지론을 제기한다. 경찰대를 졸업해도 경위가 아닌 순경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보편(普遍)'의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편적 철학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 능력의 차이를 평준화가 아닌 다양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럽의 상당수 복지국가는 물론, 최악의 반인권 국가로 꼽히는 북한에서도 '엘리트 교육'은 존재한다. 아마도 북한의 핵(核)은 '엘리트 교육'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명문고 유치'를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이 심상치 않다.

김병우 교육감이 최근 SNS를 통해 서울대 입학통계에 대해 '악마의 통계', '통계의 왜곡'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런 통계를 궁금해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필시 40년 전 시각으로 우리 교육을 재보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교육감의 주장은 평준화 교육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읽혀진다. 그래서 김 교육감의 주장은 그대로 존중하고 싶다. 그럼에도 수월성 교육을 희망하는 사람들까지 포용하지 못한 김 교육감의 워딩을 보면서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감은 개인이 아니다. 충북 교육의 수장(首長)이다. 둘 다 포용하기 힘들다면 차라리 SNS를 자제하는 것이 낫다.

교육경로 다양성 확보해야

'SKY 캐슬'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다. 그러나 'SKY 캐슬'은 일부 학부모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 문제를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교육당국의 책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코디까지 동원해야 명문대 진학이 가능한 3천여 개 이상의 복잡한 수시전형. 이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차라리 과거의 학력고사 제도가 더 좋다는 생각을 갖는다.

채용구조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부터 'SKY 중심의 인재' 발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고졸과 지방대 출신보다는 SKY 위주의 채용을 고집한다.

이처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김 교육감의 주장은 아무리 옳아도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충북의 평준화 비중이 90%를 넘었다. 나머지 5~10%에 대해 '수월성 교육'을 허용해도 평준화 원칙은 확고부동해 보인다. 다른 지역은 모두 허용하거나 묵인하고 있는데, 충북만 고집한다고 전면적 평준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김 교육감은 '악마형 통계'를 지적하기에 앞서 다양한 교육경로 다양성 확보를 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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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일(56) ㈜키프라임리서치 대표는 준공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외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오송캠퍼스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미국, 태국,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신약·백신 개발 관계자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가 청주와 바이오업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7월이다. 바이오톡스텍의 창립멤버인 김 대표는 당시 국내 산업환경에 대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제조업이 아닌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BT(바이오테크놀로지)와 IT(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라는 두 개의 큰 축이 보였다"며 "이가운데 BT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나 발전 정도·세계 시장 진출 정도로 봤을 때 타 산업 대비 훨씬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더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BT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업계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실제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회사들은 국내시장·제네릭 분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