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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19 20:59:13
  • 최종수정2019.02.19 20:59:13
[충북일보] 청주의 대표음식이 무엇인가. 청주를 대표할 만한 음식이 있기는 한 건가. 청주시는 '반찬등속'이란 요리책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때마침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반찬등속이 국립청주박물관으로 이관됐다. 충북도 문화재로도 지정 예고됐다. 청주의 대표음식 발굴·개발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찬등속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청주 양반가 음식문화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민간인이 한글로 간행한 충북 최초의 음식서적으로 기록문화유산이다. 32페이지 분량의 조리서로 누가 썼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진주 강 씨 문중의 며느리인 밀양 손 씨가 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집안 일상에 관한 책이기에 굳이 작자 이름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913년 12월24일 필사가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

크기는 가로 19.3㎝, 세로 20.5㎝ 정도로 가는 붓으로 필사했다. 겉표지에는 반찬 하는 이야기라는 의미의 '찬선선책(饌饍繕冊)'이 적혀 있다. 김치류와 반찬류, 떡류, 만두, 과자류, 음료, 술 등 44가지 음식 조리법이 담겼다. 당시 청주지역의 식생활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청주시는 여기에 나오는 옛날 음식 레시피((Recipe)를 근거로 청주의 대표음식 만들기에 나설 방침이다.

물론 청주시가 청주의 대표음식 발굴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십여 년 전 청주한정식을 지역 대표음식으로 지정해 판매했다.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7년 더덕구이, 소갈비 찜, 삼겹살 수육 등 20가지 요리로 구성된 청주한정식 식단을 개발했다. 대표음식을 한 가지 정도 가진 전주시와 안산시, 대구시, 부산시 등을 모델로 삼았다. 이 도시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도 벌였다. 시민 설문조사와 시식회 등도 거쳤다.

청주시는 부가적으로 상차림 방법과 음식이 담길 전용 그릇, 식당 실내 장식 등의 매뉴얼도 추가했다. 청주한정식을 지역 대표 명품음식으로 육성하기 위해 판매업소도 모집했다. 선정된 판매업소에는 200만 원 상당의 전용그릇 지원과 모범업소 선정 때 우대하는 혜택도 내걸었다. 시행 초기 관련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래도 메뉴 개발 후 1년가량 지난 뒤 판매 업소는 16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성공가도를 걷는 듯 했으나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일단 가격대가 두 가지밖에 없어 선택의 폭이 좁은 게 결정적 결점이었다. 게다가 4번에 걸쳐 음식이 나눠 나오는 방식 때문에 점심 메뉴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루 전 예약해야 하는 방식도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홍보도 소홀히 한 탓에 시민들이 잘 알지 못했다. 결국 청주한정식은 탄생 2년 만에 식당 메뉴판에서 사라졌다.

청주시는 과거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지역 대표음식을 개발할 수 있다. 초기부터 거창하게 메뉴를 개발하지 않는 게 좋다. 먼저 시민들 반응을 살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실패 확률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반찬등속은 음식 개발의 실패를 줄일 수 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옛날부터 지역에서 내려오는 음식과 조리법을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그동안 대표음식을 육성하지 못한 이유는 음식의 근간을 이루는 조리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근간으로 삼을 수 있는 반찬등속이 청주시로 돌아왔다. 홍보부터 적극적으로 해 반찬등속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순서다. 반찬등속 전수자를 초청해 책 속에서 나오는 갖가지 음식을 시연하는 것도 좋은 홍보 방법이다. 시민들이 시식·체험하는 행사도 병행하는 게 좋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 그때 개발하는 게 맞다.

반찬등속이 제 자리를 찾아 왔다. 청주의 대표음식에 대한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청주시는 이번 기회에 반찬등속에 숨어 있는 옛날 음식 조리법을 살려내야 한다. 반찬등속 레시피를 근거로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다시 복원해야 한다. 그게 청주의 대표음식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길이다. 청주시민들이 청주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음식을 해 먹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청주의 문화도 지키는 일이다.

음식도 문화다. 청주시는 우선 청주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 시민들의 마음이 모이도록 해야 한다. 모든 정책과 제도의 뒷받침으로 반찬등속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맛도 못 보고 사업비만 날렸던 과거사례는 교훈이다. 반찬등속의 귀환은 청주시에 역사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제대로 된 청주의 대표음식 발굴·개발 기회다. 좋은 결과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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