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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모처럼 친구들과 동해안으로 놀러 갔다. 겨울바다는 을씨년스러웠지만 입춘이 지난 탓인지 그나마 푸근했다. 바닷가를 구경하다 보니 횟집만 늘어선 골목이 보이고 그 중 한 집에 들어가서 대구탕을 주문했다.

'눈 본 대구 비 온 청어'라고 했다. 눈이 내릴 때는 대구가 으뜸이고 이슬비 날리는 봄에는 청어가 제격이라는 의미이다. 별미란 특별하게 맛있는 음식을 말하지만 절기에 따라 달라지는 맛의 특징도 있다. 그 중에서도 겨울에 먹는 대구탕은 보약에 버금갈 만치 좋다고 했다. 올해는 눈이 별반 내리지 않았으나 겨울에 한번쯤은 먹어야 될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전골냄비에 든 대구탕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고춧가루로 간을 맞춘 국물 위에 뽀얀 생선이 둥둥 떠 있는 게 푸짐하다. 모시조개와 미더덕과 콩나물을 넣어 그런지 국물도 개운하다.

대구탕은 해산물 중에서도 별미에 속한다. 나 어릴 때는 솔직히 먹기도 힘든 생선이었다. 바다 없는 충청도에서 자란 내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은 꽁치와 자반 고등어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무를 넣고 만든 생선 조림을 좋아했는데 최근 바닷가를 오가면서 바다에서 금방 잡은 생선의 진짜배기 맛을 알았다.

그 간 집에서도 몇 번은 끓여 먹었다. 무를 납작납작 썰어서 고춧가루와 고추장 약간을 넣고 양념이 고루 배도록 약한 불에 익힌다. 웬만치 간이 배면 쌀뜨물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대구를 넣는다. 그 다음 곱게 다진 파 마늘과 생강 등 양념을 넣고 마무리하면 얼큰한 대구탕이 된다.

개운한 맛을 즐기기 위해'맑은 대구탕'으로 끓이기도 한다. 배추와 무, 대파,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쑥갓, 미나리, 모시조개 등을 준비한 뒤 앞서처럼 무와 배추를 살짝 볶는다. 그 다음 대구를 넣고 한소끔 더 달인 후 느타리버섯과 미나리 등 준비한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고명으로 쑥갓을 올리면 시원하고 맑은 대구탕 맛을 즐길 수 있다.

대구는 눈이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살이 잘 부스러지는 게 흠이나 비린내가 없어 느끼하지 않고 맛이 담백해서 식성이 까다로운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해서 원기회복에 좋은 식품으로도 알려졌다. 그 외에 지방 함량이 낮아 소화력이 낮은 어린이와 노인에게도 적합하다.

눈이 큰 대구가 눈이 날릴 때 특히 맛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별나게 눈이 큰 생선 대구를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는 함수는 또 뭘까. 단순히 눈이 큰 생선이라 효능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특별히 대구가 아니더라도 바다 생선은 양질의 식품이기에 손색이 없다. 그 서식지인 바다를 보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오늘 바닷가에 도착하면서 바라본 수평선은 그야말로 앞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하늘과 바다가 틔워 낸 거대한 수평선은 차가운 갯바람 때문에 더욱 상쾌했다. 몽골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시력이 좋은 것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치 넓은 초원에 살기 때문이란다. 그러한 전원풍경에 비해 밀집된 도심의 건물과 주택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시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바다라는 어원 역시 모두를 받아들인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개울에서 강으로 흘러갈 동안의 민물은 바다에서 똑같이 짠맛으로 바뀐다. 모든 색을 혼합하면 검은 색이 되듯 서로 다른 물맛이 모여 그리 바뀌는 것 같다. 푸른 하늘과 수평선이 어우러진 속에 물결치는 파도는 종일 들어도 물리지 않는 자연의 교향곡이다.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고 싶다. 그 위에 보다 멀리 높이 바라볼 동안 우리 안목과 시야는 점점 넓어질 테니까. 우리 그래 가끔 와서 활력을 찾는 것은 아닌지. 눈이 내리지 않은 게 좀은 아쉬웠으나 눈이 커서 눈에 좋다는 대구를 먹으며 모처럼 깊은 상념에 젖어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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